만 65세 이상 신분증 확인 이유로 현장발권만
경로우대 받으려면 '명당' 자리는 하늘에 별따기
영화관 측 "노인 관객수 많아져 입장시 확인 어렵다"

[데일리한국 동효정 기자] 경기 수원시에 사는 이경미(51)씨는 부모님을 모시고 영화 '국제시장'을 봐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부모님이 인천에 사시는 탓에 영화관 어플리케이션으로 모바일 예매를 하려던 이 씨는 당황했다. 만 65세 이상 경로우대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부모님의 표는 무조건 현장 발매밖에 방법이 없었기 때문. 몇년만의 부모님과의 영화관 나들이에 좋은 자리에서 영화를 보게 해드리고 싶었던 이씨는 속상했다. 연로하신 부모님께 영화관에 가서 직접 예매를 해두시라고 할 수도 없었고 직장을 다니는 이씨가 평일에 가서 현장 발권을 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결국 당일 영화관에 도착해 부모님의 신분증을 현장에서 확인하고 발권을 할 수밖에 없던 이씨와 부모님은 흔히 말하는 '명당'을 놓쳐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대형 멀티플렉스 영화관 CGV, 롯데, 메가박스, 프리머스 등 대부분의 영화관은 만 65세 이상 관객에게 경로우대 할인을 제공하고 있다. 법적인 의무는 없지만 영화관 측이 고령자가 전철이나 국립미술관처럼 편의 시설이나 문화 시설을 할인된 요금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우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경로우대와 국가유공자 할인 혜택을 받을 경우에는 각 영화관에서 제공하는 모바일 어플리케이션이나 인터넷을 이용해 예매를 할 수 없다. 할인을 받을 경우 반드시 현장에서 신분증을 확인해야하며 국가유공자의 경우 국가유공자증을 보여준 후에 발권이 가능하다.

노인들은 PC나 모바일 사용률이 적은건 사실이지만 대부분 영화 상영 며칠 전에 열리는 모바일·인터넷을 통해 예매를 하기 때문에 '스위트 스팟'이나 '프라임 존'이라고 불리는 명당에는 이미 젊은이들이 다 차지해 버리기 마련이다. 휠체어를 탄 장애인을 위해 빼놓은 '장애인석'처럼 경로우대 좌석을 따로 배정해 놓지 않기 때문에 노인들은 그날 현장에서 남아 있는 자리에 앉을 수 밖에 없다.

장애인의 경우에는 모바일이나 인터넷 예매가 가능하다. 일단 할인된 가격에 영화를 예매한 후 입장 당시 장애인(할인이 적용되는 1~3급)증을 확인하는 절차가 이뤄진다. 노인 우대의 경우에는 인원이 많아 확인할 수 없어서 현장발권만 가능하다는 게 영화관 측의 입장이다. 노인 인구가 많다보니 일일히 확인하기엔 어려움이 따르는 데다 개인 정보를 악용하는 사례도 우려된다는 것이다.

롯데시네마 임성규 홍보팀장은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의 주민등록번호나 정보를 이용해 다른 사람이 할인을 받는 악용 사례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신분증을 확인해서 현장 발권을 하고 있다"면서 "장애인의 경우 온라인에서 할인이 가능한데 그 경우 현장에서 신분증을 확인하고 입장하고 있지만 65세 이상의 경우 인원이 많기 때문에 한 사람 한 사람 확인하기 어려워 시스템이 적용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CGV도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CGV 홍보팀 김대희 과장은 "장애인 할인의 경우 현장에서 확인을 하는 시스템을 적용하고 있지만 워낙 악성 이용자들이 많다보니 경로우대나 국가유공자의 경우에는 지금처럼 현장 발권 입장을 고수할 수밖에 없다. 좋은 자리를 놓치는 것은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답했다.

영화 관계자들은 입장권 우대 할인의 경우 영화 입장시 낸 비용에 대해 일반 입장인과 동일하게 부율을 적용하기 때문에 꺼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부율이란 관객이 낸 입장료 중 세금 10%, 영화진흥위원회 3%를 뗀 후 5.5:4.5의 비율로 각각 제작·배급사, 영화관이 나눠 갖는 시스템이다.

한 영화 관계자는 "우대 할인 입장료는 일반 관객의 절반도 안 되는 비용을 지불하는데 서비스를 제공하는 극장의 인건비는 물론이고 영화 제작비가 그만큼 환수가 안 되는 제작사, 영화사도 수익도 떨어져 부침을 겪게되는 악순환으로 이어지는 것을 우려한다"면서 "단기성 이벤트가 아닌 이런 장기적 할인 혜택은 대대적으로 공지하는 편도 아니고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은 우대 할인의 경우 예매가 더 쉽도록 하진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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