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유일 무슬림 기도실마저 사라질 위기

무슬림 관광객 위한 제도· 인식 낮은 상황

무슬림 관광객을 위해 한국관광공사가 발행한 할랄푸드 안내 책자. 사진=한국관광공사 제공
[데일리한국 동효정 기자] 23일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을 찾은 무슬림 관광객은 49만 9,680명으로 2010년(27만3,220명)에 비해 82.9%나 증가했다. 올해 방한한 무슬림 관광객은 55만 9,900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하지만 무슬림 관광객 유치를 위한 제도적 문제점이 드러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잠재적 무슬림 관광객은 아랍에미리트와 사우디아라비아 터키 등의 국가를 포함해 16억명의 인구가 있는 시장으로 요우커와 맞먹는 수준이다. 특히 1인당 지출액이 큰 VIP 관광객들이 많아 업계는 더욱 이들을 주목하고 있다. 무슬림 관광객은 여행 중에도 이슬람 율법인 '샤리아'에 따라 철저한 생활을 하기 때문에 여행지를 교통, 숙박, 음식 등 모든 면에서 고려해 까다롭게 선정한다. 이에 국내에서도 새로운 틈새 시장인 무슬림 관광객을 잡기 위해 무슬림 생활에 적합한 호텔이나 할랄(이슬람교도인 무슬림이 먹고 쓸 수 있는 제품) 인증을 획득하기 위해 노력을 하는 음식점 등 '할랄투어' 관련 산업이 꿈틀대고 있다.

무슬림 여행자들이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음식이다. 무슬림들은 할랄 인증 식품만 먹기 때문이다. 전 세계 인구의 약 25%에 해당하는 16억 무슬림이 지키는 필수적인 생활 규율이다. 제조 및 유통과정에 할랄 인증을 받지 않은 식품과는 분리해 유통해야 한다. 가공품은 원재료의 할랄 인증이 확인이 돼야만 유통될 수 있다. 대상FNF 종가집은 최근 원재료부터 가공 절차까지 유대 율법이 담겨 할랄보다 상위 개념인 코셔 인증을 획득했다. 인삼공사도 올 상반기 정관장 뿌리삼과 홍삼농축액 등 한국이슬람교중앙회로부터 할랄 인증을 획득했다.

이러한 노력에도 한국의 2013년 관광 경쟁력 순위는 25위로 '할랄 친화적 여행지' 인식은 낮은 편이다. 아시아 국가 중에서는 오히려 중국, 일본 등이 할랄 친화적 여행지로 꼽히고 있으며 일본의 경우 2020년 도쿄 올림픽을 앞두고 할랄 음식점 확대와 기도실 등 편의시설 조성에 힘쓰고 있다. 하지만 국내의 경우 자체 인증 할랄 식당은 있으나 한국 내 유통되는 할랄 식품이나 할랄 식당은 없다. 호텔에서도 할랄 조식을 따로 제공하지 않아 편의 제공이 부족한 실정이다. 관광공사에 따르면 무슬림 관광객이 한국 여행 중 가장 우려하는 요소는 음식으로 50.6%가 음식에 대해 불편함을 느꼈으며, 관광객 중 35.7%가 음식에 대해 불만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무슬림 여행객들은 무슬림 국가가 아닌 여행지에서도 하루 3차례 알라신에게 기도를 올린다. 이에 호텔들은 대부분 무슬림 고객이 원할 경우 룸에서 기도를 할 수 있도록 기도용 매트, 메카(성지) 방향을 찾을 수 있도록 나침반을 제공해주지만 기도실이 따로 마련되어 있는 곳은 전혀 없다. 인천국제공항에 위치한 기도실은 남녀 구별이 없어 여성 무슬림이 사용하기 불편한 점도 지적되고 있다.

현재 서울에 위치한 무슬림 기도실은 한국관광공사 지하 1층에 위치한 예배당이 유일하다. 하지만 정부 공공기관 지방 이전 계획으로 내년 1월말까지 가우언 원주 혁신도시로 옮기면서 무슬림 기도실이 사라질 위기다. 서울 한남동에 위치한 한국 이슬람교 서울중앙성원을 제외하고 유일한 관광공사 기도실은 광화문이나 명동을 찾는 관광객들이 기도를 하기 위해 들리던 곳으로 수천명이 방문하는 필수 방문지다. 한국관광공사 측은 "공사 사옥 매각 정리가 아직 마무리가 되지 않아 정리되기 전까지 운영할 계획이지만 그 이후에 대해서는 아직 정해진 것이 없다"면서 "이전을 한 후에는 직접 운영하기 어려워져 다른 장소의 관광안내센터에 마련을 하거나 서울시청같은 다른 기관과 협의해 기도실을 마련하려고 노력 중이나 확실한 방안이 없어 걱정이 크다"고 말했다.

이슬람 문화에 대한 한국 내 편견도 문제점으로 꼽혔다, 국내 이슬람 문화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대부분의 내국인은 ‘알카에다’와 같은 테러리스트 집단을 연상하는 등 잘못된 부정적 인식이 존재하고 있다. 또 할랄 식품의 시장성 및 이해도 부족으로 사업자들이 적극성을 띄지 않는 것도 지적됐다.

관광공사는 쿠알라룸푸르지사, 자카르타지사 등 이슬람 국가에 위치한 해외지사를 통한 무슬림 시장 개척 강화와 함께 무슬림 관광객 수용 태세(음식, 기도실 확보, 안내체계 등)를 개선하고 내년 1월에는 관광업계 종사자를 위한 '무슬림 관광객 유치안내서'를 발간했다. 또 국내 무슬림 관광객 유치 관심기관 및 종사자를 위한 교육사업 등을 실시하는 등 무슬림 관광객 유치를 지속적으로 강화할 계획이다. 관광공사 측은 "무슬림 전문여행사 대상 패키지 상품 판촉과 무슬림 단체(전체 인원 중 무슬림 80%이상) 대상 기념품 및 식비지원을 계속해서 지원하는 한편 국내에서는 의식 변화를 위한 활동을 해나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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