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모레퍼시픽의 쿠션 화장품 '에어쿠션'.
[데일리한국 신수지 기자] '쿠션 화장품의 원조' 아모레퍼시픽이 쏟아지는 유사 제품에 속앓이를 하고 있다. 국내 화장품 업체들을 비롯, 랑콤·디올 등 해외 브랜드까지 비슷한 형태의 제품을 출시했거나 앞으로 내놓을 전망이기 때문이다.

18일 화장품 업계에 따르면 프랑스 로레알 계열의 화장품 브랜드 랑콤은 내년 초쯤 파운데이션을 퍼프로 찍어 바르는 형태의 쿠션 화장품을 출시할 예정이다. 랑콤은 국내 화장품 제조업자개발생산 방식(ODM) 업체인 코스맥스에 이 제품의 생산을 의뢰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체 측은 전 세계 랑콤 매장에 쿠션 제품을 내놓겠다는 목표로 이를 추진 중이다. 또한 크리스찬 디올에서도 유사한 형태의 제품 출시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이날 "과거 국내에서 해외 제품의 단점을 보안해 새롭게 개발한 BB크림이 중국 등 세계 시장에서 인기를 끈 이후 글로벌 브랜드들이 한국 뷰티 제품에 주목하고 있다"면서 "쿠션 화장품에도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쿠션 화장품이란 기존의 바르는 방식을 벗어나 쿠션 형태의 스펀지로 도장처럼 피부에 찍어 쓰는 파운데이션을 말하는데, 아모레퍼시픽의 ‘에어쿠션’ 파운데이션이 최초로 시장에 나온 상품이다. 이 제품은 지난 2008년 아모레퍼시픽의 아이오페에서 첫 출시된 후 큰 인기를 끌어 헤라 등 아모레퍼시픽 계열 브랜드에서 다양한 종류로 만들어졌다. 이후 '국내 브랜드는 상대적으로 색조 화장품류에 취약하다'는 인식을 떨쳐내고 국내외에서 총 1,260만개가 넘게 팔리는 성과를 냈다. 특히 중국인들의 면세점 필수 품목으로 자리잡은 이 화장품은 수십여 년간 이어져온 여성들의 화장법을 하루아침에 바꾸어 놓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으며, 아모레퍼시픽은 이 제품으로만 지난해 3,25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그러나 아모레퍼시픽의 핵심 기술의 해외 특허 획득은 아직 완료되지 않은 않은 상황이다. 때문에 세계적으로 인지도가 높은 랑콤 등 해외브랜드가 제품을 내놓는다면 시장점유율을 빼앗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수입 화장품 회사들이 유사한 제품을 내놓는 것은 쿠션 화장품이 전세계적으로 혁신적인 제품으로 인정됐다는 뜻"이라며 "글로벌 특허 출원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실제 어떤 제품이 출시되는지 보고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아모레퍼시픽은 현재 국내에서 경쟁사 LG생활건강 등과 쿠션 화장품을 놓고 소송전을 이어오고 있다. 최근 몇 년 사이 각종 화장품 업체에서 미네랄 쿠션, 비비 쿠션 등 다양한 이름으로 미투제품(Me too·모방품)이 쏟아져 나왔기 때문이다.

특히 아모레퍼시픽은 지난 2012년 LG생활건강의 숨37˚ '모이스트 쿠션 파운데이션'과 오휘 '미네랄 워터 BB쿠션' 등을 상대로 ‘자외선 차단 화장료를 스펀지에 적셔 팩트 타입의 용기에 담은 화장품’이라는 특허를 침해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던 바 있다. 그러나 같은 해 LG생활건강 측이 "특허 자체가 무효"라고 맞대응하면서 양측의 갈등이 심화됐고, 법원은 엘지 측의 손을 들어줬다. 아모레퍼시픽의 해당 특허는 소멸됐다.

이후 아모레퍼시픽은 다른 특허들을 별도로 등록하며 법정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10월 이루어진 법정 싸움에서는 아모레퍼시픽이 승소했는데, LG 측의 불복으로 사건은 2심 격인 특허법원으로 넘어갔다. 아모레퍼시픽은 지난 1월에도 소멸된 특허와 스펀지 경도 등을 달리해 새 특허를 등록했고, LG 측에 침해금지소송을 낸 상태다. 지난 9월에는 비욘드의 '엔젤 비비쿠션'을 상대로 특허 침해 소송을 냈고, 현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에어쿠션' 특허를 침해한 또다른 업체들에 대해서도 순차적으로 적극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쿠션 화장품이 이미 하나의 카테고리처럼 자리잡은 만큼 여러 업체가 함께 경쟁하는 상황이 더욱 바람직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쿠션 화장품 이전에 인기를 얻었던 비비크림의 경우에도 미투제품들이 나오면서 소비자들이 다양한 선택을 할 수 있게 됐고, 시장도 커졌다"면서 "아모레퍼시픽이 시장을 독점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라고 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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