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급호텔이나 레스토랑, 공연장은 연말을 즐기는 사람들로 붐비고 있다. 사진=롯데호텔
[데일리한국 이민형 기자] 전통시장을 비롯한 마트, 외식업체 등 유통 업계는 연말 특수 없이 매출 부진을 겪고 있는 가운데, 서울 시내의 특급호텔이나 레스토랑, 공연장은 연말을 즐기는 사람들로 붐비고 있다. 지난해보다 백화점 상품권 판매량도 늘었고 호텔의 경우에도 가격이 저렴한 것보다 비싸더라도 각종 이벤트나 파티를 즐길 수 있는 특급호텔이 인기가 많아 연말 소비가 양극화되는 분위기다.

18일 호텔업계에 따르면 각종 이벤트나 파티, 식사, 스파 등의 서비스를 즐길 수 있는 서울 시내 주요 호텔의 투숙 패키지가 고객들의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대부분의 호텔들이 연말 고객을 유치하기 위한 독특한 패키지 마련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이다.

호텔신라의 경우 가족이나 연인이 즐길 수 있는 투숙 패키지를 지난해보다 다양화 했다. 호텔신라 관계자는 "평균 예약률은 작년과 비슷한 수준이지만 라운지 파티를 즐길 수 있는 파티의 경우 현재 일부 객실만 이용 가능하다"면서 "아이들을 위한 키즈라운지도 인기가 많다"고 전했다. 그랜드하얏트서울은 아이스링크 입장과 스케이트 대여를 패키지에 포함했고, 그랜드앰배서더서울은 남산 해돋이를 볼 수 있는 패키지를 선보였다. W서울워커힐에서는 유명 DJ를 초청해 화려한 크리스마스 파티를 연다.

기부를 통해 연말을 훈훈하게 보내기 위한 패키지도 마련됐다. 롯데호텔은 유니세프 배지와 롯데호텔 곰인형 크리스마스 에디션을 제공하는 '롯데호텔 유니세프 패키지'를 선보인다. 패키지 판매 금액의 일부는 유니세프에 기부해 아시아 지역 어린이의 교육 사업인 '스쿨즈포 아시아(Schools for Asia)' 프로젝트 지원금으로 사용된다.

롯데호텔서울의 경우 소공동 지점 기준으로 24일과 25일, 31일 객실 예약률이 이미 80~85%에 달한다. 케이크와 와인 미니 트리가 제공되는 롯데호텔의 연말 패키지 가격은 39만 원(세금·봉사료 별도)부터 시작한다. 롯데호텔 관계자는 "아마도 문의가 계속 있어서 만실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했다. 롯데호텔서울의 뷔페 식당 '라세느'도 빈 자리를 찾기 힘들다. 27일까지 모든 금·토요일 저녁 좌석이 만석이고, 24일 저녁 1·2부와 25일 점심·저녁 좌석 예약 역시 이미 마감됐다.

서울웨스틴조설호텔도 전반적으로 예약률이 좋다. 12월 평균 객실 예약률은 작년보다 높은 85%, 연회 예약률도 90%에 이를 전망이다. 호텔 뷔페 '아리아' 역시 25일까지 저녁 식사 예약률이 80%를 웃돌고 있다. 이동현 서울 웨스틴조선호텔 마케팅 팀장은 "26일 하루만 휴가를 내면 4일을 쉴 수 있어 24일부터 31일까지 연휴 분위기"라며 "크리스마스와 연말 시즌 객실 예약이 빠르게 차고 있다"고 전했다.

그랜드엠배서더서울이 연말연시를 맞아 내놓은 '2014 겨울 패키지(레스트·남산트레킹·딜라이트 3가지)'와 '크리스마스 패키지'의 예약 인원도 작년 같은 기간 패키지보다 5~10% 정도 늘었다. 호텔 대표 레스토랑 '더 킹스' 뷔페 레스토랑 이용 고객 수도 지난달과 작년 같은 기간보다 각각 60%, 5% 증가했다.

그랜드하얏트서울이 24일과 31일 마련한 '페스티브 파티' 패키지도 인기다. 패키지 이용객은 남산 전망의 그랜드 룸에서 레드 와인과 초콜릿을 즐길 수 있고, 클럽 '제이제이 마호니스 파티'에도 참여할 수 있다. 이밖에도 할인된 가격으로 24일, 31일 밤에 아이스링크 이벤트와 뷔페 등을 즐길 수 있는데 패키지 가격은 2인 기준 41만5,000원이다. 그랜드하얏트서울 관계자는 "예약 문의가 많아 현재 분위기대로라면 24, 25, 31일에는 하루 1,000명 이상의 고객이 방문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그랜드힐튼서울의 올해 연말 예약 상황은 '소비 양극화'를 드러내는 대표적 사례이다. 예년에는 보통 가장 저렴한 겨울 패키지 상품이 가장 많이 팔렸으나, 올해의 경우 가격이 비싼 투숙 패키지의 판매율이 저렴한 것의 1.5배에 이르고 있다. 그랜드힐튼서울 관계자는 "작년과 전혀 다른 예약 행태"라며 "가격은 비싸지만 이그제규티브 룸 패키지의 혜택(조식·힐튼 다이어리 등)이 가격에 비해 풍성하기 때문으로 짐작된다"고 설명했다.

백화점 상품권 판매는 지난해보다 10%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백화점업계 관계자는 "경기 침체가 계속되는 가운데서도 상품권 매출이 두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한 것을 고무적"이라고 반겼다. 백화점업계에 따르면 이달 들어서 롯데백화점의 상품권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0.6% 증가했다. 지난해 12월 한달간 매출 신장률이 12.6%를 기록한데 이어 다시 두자릿수 신장률을 기록한 것이다. 현대백화점도 상품권 매출이 지난해보다 12.6%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고, 신세계백화점도 상품권 판매가 10% 가량 늘었다.

공연 시장도 양극화 현상이 뚜렷하다. 12월에 공연한 김동률, 박효신, 성시경 등 가수들의 티켓은 예매 시작과 동시에 매진을 기록해 관련 업계 사람들조차 표를 구하기가 힘들었다. 이에 6배 이상의 가격의 암표가 온라인에서 거래되기도 했다. 지난 6일 공연을 시작한 가족 뮤지컬 '파워레인저 다이노포스'도 연일 매진 행진을 이어갔다.

하지만 인지도가 낮은 다른 공연들은 낮은 티켓 판매율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가요계 관계자는 "연말에 공연들이 너무 많다보니, 티켓 판매가 현저히 떨어지고 있다"면서 "초대권을 뿌리고 있는데 공연이 진행될 수 있을지 걱정된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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