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명의 불법과 합법을 가르는 기준이 무엇인지를 두고 적지 않은 혼란이 일고 있다.
[데일리한국 이민형 기자] 개정 금융실명제 시행이 하루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차명의 불법과 합법을 가르는 기준이 무엇인지를 두고 적지 않은 혼란이 일고 있다.

28일 관련 업계에는 대학 등록금이나 결혼 비용 명목으로 자녀 명의로 저금한 것도 문제가 되느냐는 문의가 빗발치고 있다. 은행 창구에서는 자산가보다 오히려 서민·중산층의 차명 거래 관련 문의가 주로 이뤄진다고 은행 담당자들은 전했다.

이와 관련해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이러한 계좌들은 일종의 생계형 차명이라고 할 수 있다"며 "관행적으로 이뤄진 거래에 대해 일반 고객들이 많이 불안해하고 있는데, 이번 개정안은 불법 재산을 은닉하거나 조세 포탈과 같은 자금을 세탁하는 행위, 협박 자금을 조달하는 행위, 탈법 행위를 목적으로 하는 차명 거래만 금지하기 때문에 생계형 차명은 처벌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금융위는 "미성년의 자산을 관리하기 위해 부모 명의로 계좌를 개설해서 예금하는 경우처럼 일상생활에서 발생할 수 있는 차명 거래는 종전과 마찬가지로 허용된다"면서 "증여세, 금융소득종합과세, 세금 우대상품 가입 한도 제한을 회피하기 위해서 본인 소유의 자금을 가족이나 다른 사람의 명의의 계좌에 넣어두는 경우도 세법상 허용하고 있는 범위라면 문제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증여세의 경우 허용되는 범위는 배우자 6억원, 자녀 5,000만원, 부모 3,000만원 이내이다. 금융위는 "무엇보다 금융 자산은 명의자의 소유로 추정되니 본인 자산을 다른 사람의 이름으로 맡기지 않는게 좋다"고 전했다.

기존 금융실명제는 합의에 의한 차명 거래를 허용해 왔다. 동의만 얻으면 지인이나 친족 명의로 계좌에 예금을 분산시켜 보관해도 처벌받지 않았다. 관행적으로 세금 문제 등의 이유로 타인 명의로 된 계좌에 돈을 넣어두는 것이 허용되어 왔지만 앞으로는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

채권자들의 눈을 피하기 위해 타인 명의 계좌에 돈을 넣어두는 행위를 비롯해 60세 이상 노인들이 비과세혜택을 추가로 받고자 다른 노인의 명의를 빌려 돈을 넣어두는 경우도 불법 차명거래에 포함된다. 도박 등 불법으로 얻은 자금을 숨기기 위해 타인 계좌를 사용하는 것, 재력가가 금융소득종합과세 회피 목적으로 타인의 계좌에 분산 예치해 조세를 포탈하는 것 역시 모두 불법 차명거래 대상이다.

금융위원회와 은행연합회는 창구 직원들에게 안내 자료를 배포하고 불법 차명계좌의 기준을 설명하도록 지침을 내린 상태지만 업계 관계자는 "개인마다 수백만 가지의 사례가 넘는 상항을 고려하다 보면 복잡할 수밖에 없어 아마 세무사를 찾는 이들이 늘지 않을까"라는 우려 섞인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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