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한 아내 대신 아기띠 메는 아빠들

젊은 아빠 아기띠·유모차 구매 크게 늘어

아빠들을 겨냥해 내놓은 아기띠 에끌레브. 사진=쁘띠엘린 제공
[데일리한국 동효정 기자] 육아용품 시장에서 아빠들의 영향력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TV프로그램 '아빠 어디가', '슈퍼맨이 돌아왔다'에서 등장하는 프랜디(Friend와 Daddy를 합성한 신조어로 '친구처럼 친근한 아빠')가 대세로 떠오르며 자녀와 최대한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고자 하는 아빠들이 늘어나 육아용품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서울고용노동청에 따르면 올해 10월까지의 육아휴직 사용자 수는 1만8,197명으로 지난해의 1만6,600명보다 9.6%가 증가했다.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자 수도 지난달 302명으로 작년보다 46.6% 증가했다. 아이를 위해 휴직 하는 아빠들은 직접 육아에 필요한 제품을 구매하고 있다. 오픈마켓 옥션은 남녀 육아용품 구매 패턴 분석 결과, 한 달 사이에 유모차를 2인용으로 만들어주는 도구인 트레일러, 미아방지용품과 카시트 등 외출용품의 남성 고객 구매가 큰 폭으로 증가했다고 27일 밝혔다. 그러다보니 '아빠 육아'와 관련된 서적도 불티나게 팔리고 있고, 사이버 상에는 관련 동호회가 우후죽순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MBC베이비 페어에서 육아용품을 직접 착용해보고 구매하는 아빠들. 사진=쁘띠엘린 제공
지난 20일부터 진행된 'MBC베이비페어'에는 임신한 아내 대신 아기띠를 직접 착용해보고 구매하는 아빠가 많았고, 아빠들이 선호하는 색상인 네이비 컬러는 준비한 수량이 매진되기도 했다. 대형마트 유아용품 코너에서도 젊은 아빠들이 주 소비층으로 떠올랐다. 이마트 고객분석팀에 따르면 지난 5월까지 전 연령대의 남녀를 통틀어 30대 남성의 유아용품 구매 비중이 21.4%로 나타났다. 2012년 15.1%, 지난해 19.5%에 이어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다.

이에 엄마에 초점을 맞췄던 과거와 달리 아빠들의 소비 심리를 공략한 육아용품들이 속속 출시되고 있다. 가루분유를 어느정도 비율로 섞어야 하는지 감이 부족한 아빠들을 위한 액상 분유나 외출시 사용하기 편한 일회용 젖병도 인기를 얻고 있다. 엄마가 아닌 아빠 몸에 딱 맞는 아기띠와 유모차도 나왔다. 아기띠와 유모차는 아빠들의 구매 관여도가 가장 높은 제품군인만큼 아기자기하고 파스텔톤이 많았던 과거와 달리 아빠들도 무난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심플한 디자인으로 바뀌는 추세며 사이즈 조절도 용이하게 만들어 아빠들의 큰 체형에도 알맞게 설계됐다.

기저귀 가방도 남성들의 기호를 반영해 진화하고 있다. 기존의 기저귀 가방에 적용했던 화려한 무늬를 지양해 아빠들의 외출용 가방으로도 손색이 없는 디자인으로 변화하고 태블릿PC나 스마트폰을 놓을 수 있도록 만들었다. 최근 예능프로그램에서 연예인 송일국이 세 쌍둥이를 태워 '송국 열차'로 유명세를 타고 있는 자전거 트레일러도 인기 상품이다. 아이와 함께 운동을 즐길 수 있기 때문에 아빠들의 구매 문의가 크게 늘었다.

유아용품을 판매하는 쁘띠엘린 스토어 담당자는 "젊은 부부들을 중심으로 육아는 공동 책임이라는 인식이 높아져 아빠들이 유아용품 구매에 적극적"이라며 "올 상반기까지는 남성 고객이 구매하는 상품군은 주로 완구나 가구 브랜드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아기띠는 물론이고 유아세제나 아기물티슈와 같은 소모품까지 전 상품군으로 확대되는 추세라서 아빠들을 겨냥한 육아용품 시장이 더욱 확대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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