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맛대결 ⑤ 제빵 편]
국내에 파리바게뜨 3200여개… 뚜레쥬르 1200여개 매장 개설
웰빙 식재료, 다양한 메뉴, 해외시장 개척으로 굳히기·추격전 치열
양대 가문의 사실상 독점… 동네빵집 쇠락, 빵맛 획일화 등 문제점

지난 4월 파리바게뜨가 출시한 순수 우유케이크는 우유 본연의 맛에 충실하기 위해 별도의 장식 없이 제품 자체에 집중한 것이 특징이며 판매 2주 만에 매출 10억원을 기록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국내산 유기농 우유로 만든 '빵속에순우유'는 출시 석 달 만에 300만개 판매를 돌파하며 단숨에 뚜레쥬르 대표 히트상품으로 자리매김했다. 사진=파리바게뜨/뚜레쥬르 제공
[데일리한국 장원수 기자] #종로에서 직장을 다니는 김경숙(28·여)씨는 워낙 빵을 좋아해서 별명이 ‘빵순이’다. 바쁜 직장생활 탓에 아침은 빵으로 끼니를 해결한다. 이른 아침 빵집에 들어설 때 나는 달콤한 모닝빵 내음을 좋아한다. 어떤 빵을 먹을까 고민하는 순간이 가장 행복하다는 그녀가 빵집을 찾는 것은 아침이 왔음을 알려주는 행복한 신호이다. 그녀가 매일 찾는 빵집은 종로에 있는 파리바게뜨 매장. KT 멤버쉽카드 10% 할인에 결제금액의 0.5%를 해피포인트로 적립하는 것도 빼먹지 않는다.

# 일산에 사는 김정균(24·남)씨는 아파트 입구에 있는 뚜레쥬르 매장을 자주 찾는다. 같은 단팥빵이라도 가격이 파리바게뜨에 비해 싸고, SK텔레콤 회원에게는 평소엔 20%이지만 금요일엔 30%까지 할인해주기 때문이다. 또한 본사에서 빵을 포장 상태로 들어오지 않고 매장에서 직접 굽기 때문에 더 신선하고 촉촉한 느낌을 받는다.

파리바게뜨, 뚜레쥬르 양대 가문의 '빵 전쟁'

국내 베이커리 업계는 SPC그룹 파리크라상의 파리바게뜨와 CJ푸드빌의 뚜레쥬르가 라이벌 경쟁을 하고 있다. 두 회사는 점포 수, 판매량, 제품 수 등에서 늘 서로 견제해왔다. 한때 본사 직영점을 각각 신호등 건너 자리에 마주보게 출점해 놓고 누가 소비자를 더 많이 끄는지 자존심 대결을 벌이기도 했다. 때문에 간혹 상대 회사가 자신의 인기 메뉴를 베끼는 미투(me too) 마케팅 전략을 펼친다고 비난하는 일도 벌어진다. 즉 한 회사에서 매출 상승을 이끄는 메뉴가 출시되면 얼마 지나지 않아 유사 제품을 출시해 '지우개 전략'을 펼친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2월 뚜레쥬르가 물 대신 국내산 유기농 우유로만 반죽해 만든 ‘빵속에순우유’가 출시 한 달 만에 50만 개가 팔릴 정도로 인기를 끌자 파리바게뜨가 4월에 ‘순수우유크림빵’이란 제품을 판매했다. 모양과 컨셉이 ‘빵속에순우유’와 비슷하다는 의혹이 일면서 뚜레쥬르 측으로부터 상도의에서 벗어난 행동이라는 강력한 항의가 있었다.

두 회사는 유통 과정이나 프랜차이즈 영업 전략, 이통사나 신용카드사 제휴 할인, 수능 이벤트 등 고객 소통 등에 있어서도 닮은 점이 많다. 광고 모델에서도 지난해 최고의 인기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의 커플인 전지현(파리바게트)과 김수현(뚜레쥬르)을 각각 기용해 대리전을 벌이고 있다. 밀가루 공급업체를 자회사(파리바게뜨-밀다원, 뚜레쥬르-CJ제일제당)로 두고 있다는 점도 유사하다.

최근 두 회사는 글로벌 해외시장 개척 전략을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다. 내수시장 침체와 정부의 골목상권 규제로 최근 2년 간 출점이 제한된 상황에서 새로운 돌파구로 해외시장으로 눈을 돌리는 것이다. 동반성장위원회는 지난해 2월 프랜차이즈 빵집과 식당 등 16개 업종을 중소기업 적합 업종으로 지정했다. 중소기업 적합 업종에 선정되면서 중소제과점 500m 이내에는 출점할 수 없어 사실상 신규 점포 개장이 어렵게 됐다.

현재 파리바게뜨는 2004년 9월 중국 상하이에 점포를 내며 해외시장에 첫 걸음을 뗀 후 미국, 베트남, 싱가포르, 프랑스 등에 차례로 진출해 5개국 180여개 해외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뚜레쥬르 역시 해외시장 개척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어 현재 해외 매장은 미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필리핀, 캄보디아, 말레이시아 등 7개국(베이커리 브랜드 중 최다국 진출) 총 157개이다.

프랜차이즈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골목 빵집을 살린다는 이유로 규제하는 바람에 최근 1∼2년 사이 두 회사의 브랜드 출점은 거의 제로 상태”라며 “프랜차이즈는 사업 특성상 새로운 사이트(매장)를 오픈하지 않으면 수익을 내기가 상당히 어렵다. 해외 진출로 생존을 모색하고 있지만 아직 수익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인기 드라마 '제빵왕 김탁구', 파리바게뜨 성장에 기여

본래 파리바게뜨의 모태가 되는 그룹은 삼립식품이다. 삼립식품의 역사는 1945년 상미당(賞美堂)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SPC그룹의 창업자인 고(故) 허창성 명예회장은 “맛있고 건강한 빵으로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들겠다”는 구호를 내걸고 고향인 황해도 옹진에 상미당 문을 열었다. 3년 뒤 서울 을지로로 자리를 옮겼으며 1959년에 사명을 삼립제과공사로 바꾸고 용산에 공장을 설립했다. 이후 1963년 서울 신대방동에 공장을 마련해 본격적인 기업형 제과제빵사로 출발했다. 1968년 삼립식품공업주식회사로 사명을 바꾸고 1970년대 초 호빵을 출시하면서 폭발적인 인기를 얻어 성장 가도를 달리기 시작했다.

삼립식품은 1986년 아시안게임 직후 국내에도 베이커리 시장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프랑스풍 정통 베이커리를 표방하며 법인 파리크라상을 세우고 파리바게뜨라는 브랜드로 프랜차이즈 사업을 시작했다. 파리바게뜨는 현재 전국에서 3,200여개의 매장을 운영하면서 25년 간 베이커리 업계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파리바게트의 형제 브랜드인 파리크라상은 전국에 28개 정도의 매장을 갖고 있으며, 가격은 제품 재료 및 제조 방식에 따라 약간 차이가 있지만 파리바게뜨에 비해 평균 1.5배 정도 비싼 편이다. 전부 직영점으로 운영되는 파리크라상은 고급스러운 메뉴로, 대다수가 가맹점인 파리바게뜨는 대중화된 메뉴로 콘셉트를 잡고 있다.

파리바게뜨는 시장에 처음 등장할 때부터 소비자들의 욕구 및 가치를 발빠르게 읽고, 이를 제품과 서비스에 적극 활용함으로써 식품 트렌드를 주도해왔다. 또 빵, 과자, 케이크에 국한됐던 국내 베이커리 시장에 다양한 프리미엄 디저트와 브런치 제품을 선보여 새로운 식(食) 문화와 라이프스타일을 창출해왔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와 함께 양질의 원료를 사용하고, 맛을 표준화하는 기술력을 활용해 맛으로 고객 감동을 실현하는 ‘맛 경영’을 펼치고 있다. 특히 1,000가지 이상의 원재료로 600가지가 넘는 빵을 수백만개씩 만들어 내는 혁신기술 ‘베이크 오프 시스템’을 도입해 고객들이 매장에서 갓 구운 빵을 만날 수 있도록 한 것이 인기를 끈 요인이 됐다.

파리바게뜨의 재료는 국내 지역 농가와 계약을 맺고 산지 직거래를 통해 품질 좋은 농산물을 사용한다. 익산 쌀, 영천 사과, 산청 딸기, 강진 파프리카 등 전국 농산물 양해각서(MOU)를 체결해 제철 농산물을 활용한 건강 베이커리 제품을 출시하고 있다. 원맥은 프랑스에서 들여와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 진출한 180여개 매장에 공급한다. 즉 빵 종류에 따라 프랑스 빵류는 프랑스산 원맥, 미국 빵류는 미국산 원맥을 사용해 현지에 가까운 맛을 구현하고 있다.

파리바게뜨의 상승세에는 2010년 방영된 KBS-TV ‘제빵왕 김탁구’의 인기도 한몫했다. 시청률 40%를 선회하는 이 드라마의 폭발적인 인기에 힘입어 빵 매출도 크게 늘었다. 파리바게뜨는 대역과 제빵 기술·레시피 자문 등 드라마 지원에 적극 나섰으며 KBS도 파리바게뜨의 지원을 통해 드라마의 완성도를 높이고 볼거리를 다양화하는 데 성공했다. 당시 “드라마의 주인공이 실존 인물인 SPC그룹의 허영인 회장의 일대기를 모티브로 창작됐다”는 이야기가 나돌면서 소비자들 사이에 ‘파리바게뜨=국민 빵집’이라는 공식이 각인되기도 했다.

파리바게뜨 관계자는 “트렌드를 앞서가는 제품 출시와 차별화된 마케팅, 안전한 먹거리를 위한 위생 관리, 동반 성장과 사회 공헌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국내 최정상의 브랜드로서 소비자로부터 사랑을 받고 있다”며 “앞으로도 단순히 빵만을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민, 소비자와 더불어 성장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뚜레쥬르는 매일매일 굽는 신선한 빵과 케이크를 만나볼 수 있는 전통 유러피언 베이커리를 추구한다. 현재 전국 약 1,200여개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사진=뚜레쥬르 제공>

뚜레쥬르, 퇴사 직원들의 생활 지원 방식으로 시작

뚜레쥬르는 1997년 국내 최초로 밀가루를 생산했던 CJ제일제당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구리시 교문동에 첫 매장을 열었다. 당시 CJ그룹이 IMF의 여파로 퇴직하는 직원들에게 창업 기회를 주기 위해 시작한 사업으로 이후 일반 창업 희망자들에게 문호를 개방하면서 급성장했다. 1호점 출시 이후, 2년 만에 100호점을 오픈했다. 2003년에는 국내 450호점이, 2009년에는 부천 중흥마을에 국내 1,000호점이 문을 열었다. 현재 전국에 1,200여개 점포를 운영 중이다.

뚜레쥬르가 론칭하기 전 국내 프랜차이즈 베이커리들은 매장에서 빵을 굽지 않고 공장에서 생산한 빵을 가져다 판매하고 있었다. 뚜레쥬르는 이러한 시장 상황을 파악하고, 후발 주자로서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 ‘매장에서 직접 굽는 빵’을 모토로 출발했다. 그래서 브랜드 네임도 ‘매일매일’이라는 뜻의 프랑스어 ‘뚜레쥬르’(Tous Les Jours)라고 지었다. 그 결과 뚜레쥬르에 가면 매일 신선한 빵을 먹을 수 있다는 인식을 소비자에게 심어주게 되면서 매장 수는 급속도로 늘어갔다.

뚜레쥬르는 2010년부터 ‘재료부터 다른 건강한 베이커리’로 브랜드 콘셉트를 재정비하고 빵의 기본 재료인 밀가루와 소금을 비롯해 각종 재료에 초점을 맞췄다. 제일 먼저 밀가루부터 바꿨다. CJ제일제당의 60년 전통 제분 기술로 뚜레쥬르만을 위해 특별히 개발한 베이커리 전용 밀가루인 ‘온리원(ONLYONE) 밀가루’를 도입했다. 온리원 밀가루는 소비자 선호도 조사를 통해 찾아낸 맞춤형 밀가루로 밀과 밀가루를 태우고 남는 무기질인 회분 함량을 각 빵의 특징에 맞게 조절했다. 더불어 단백질 함유량이 높고, 빵의 부드러움이 오래 유지될 수 있도록 풍미 또한 향상시켜주는 역할을 한다. 2012년 8월에는 매장에서 판매하는 모든 빵 제품에 사용하는 소금을 신안 신의도에서 생산하는 천일염으로 교체했다.

뚜레쥬르는 지난해 ‘순우유’ 시리즈에 이어 지난 5월에는 ‘순치즈’ 시리즈를 출시했다. ‘순우유’는 빵을 반죽할 때 물 대신 목장에서 집유한 국내산 유기농 우유를 사용해 식감이 훨씬 촉촉하고 부드러우며 단맛이 난다. ‘순치즈’ 시리즈는 원유를 그대로 숙성해 만든 자연치즈와 유기농 우유로 만들어 고소하고 달콤할 뿐 아니라 건강한 재료를 듬뿍 넣었다는 인식을 줬다. 두 제품은 모두 뚜레쥬르의 인기 메뉴로 등극하며 매출 신장에 큰 역할을 했다.

뚜레쥬르는 최근 1조원대의 아침식사 대용식 시장에 뛰어들었다. 이를 위해 토스트·핫샌드위치에 커피를 추가한 ‘모닝 세트’를 출시했다. 곡물빵, 올리브빵 등 베이커리의 특징을 살리면서 오믈렛, 베이컨, 치즈 등 다양한 재료를 채워 넣어 포만감과 영양,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전략을 택했다.

뚜레쥬르 관계자는 “2010년부터 국내 업계 처음으로 재료를 강조한 건강빵을 강조하며 식사 대용으로 먹을 수 있는 빵을 선보였다. 기존 달달한 일본식 빵 문화를 담백하고 건강한 분위기로 바꾸는 데 일조했다”며 “뚜레쥬르는 단맛 일변도의 과거 빵 문화에서 벗어나 재료와 건강을 중시하는 빵 문화를 지속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양대 가문의 사실상 독점… 동네빵집 쇠락 등 그림자 역할도

한편 두 회사가 국내 베이커리 시장을 사실상 양분하며 독점하는 상황은 빛과 그림자를 동시에 가져왔다. 퇴직자들의 창업 등 일자리 창출이나 고용에 기여하고, 전문적이고 체계화된 시스템에 의해 ‘당일 생산, 당일 판매’가 자리잡히게 만든 것은 긍정적 측면이다. 그러나 급속한 팽창으로 숱한 동네빵집 문을 닫게 하고, 빵맛의 개성을 망친 장본인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제빵기술이 없어도 창업이 가능해지면서 언뜻 오븐에서 바로 나온 따끈한 빵이지만 빵집 고유의 개성이 사라지고 맛이 획일화됐다는 것이다.

또한 두 업체에 밀려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베이커리점도 많다. “강남 약속 장소는 뉴욕제과 앞에서”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유명세를 탔던 뉴욕제과는 지난해 5월 문을 닫았다. 1988년 10월 설립돼 25년 간 세인들의 입에 오르내렸던 크라운베이커리도 지난해 9월 경기불황과 두 거대 회사와의 경쟁에 밀려 문을 닫았다. 신라명과와 브레댄코 등이 전문 베이커리 업체로 명맥을 유지하고 있지만 시장점유율 등에서 격차가 크다. 대전 성심당, 군산 이성당 등 전국 5대 빵집과 호텔 베이커리점들은 자신들만의 전문성과 독특한 레시피로 인기를 끌고 있지만 큰 기업으로 성장하기엔 한계를 지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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