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 사진=SBS
[데일리한국 동효정 기자] 삼성그룹이 화학부문 계열사인 삼성종합화학·삼성토탈, 방위산업부문 계열사인 삼성테크윈·삼성탈레스를 한화그룹에 매각하기로 결의함에 따라 삼성그룹 경영권의 3세 승계 구도가 좀 더 명확해졌다. 특히 이번 삼성-한화 간 빅딜에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과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후계자인 이재용 부회장과 김동관 한화솔라원 영업실장이 결정 과정에 직접 관여했다는 후문이다.

삼성종합화학의 주주사는 삼성물산, 삼성SDI, 삼성전기 등으로 이들 계열사는 오늘 오전 공시를 통해 지분 매각을 결의했다. 그동안 다소 애매한 부문으로 남아 있던 화학사업에서 사실상 철수함에 따라 그룹 구조가 전자, 금융, 건설·중공업, 서비스 등으로 단순화됐다.

이번에 매각되는 4개 계열사에는 오너 일가 지분이 거의 없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장녀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 보유한 삼성종합화학 지분 4.95%와 이 회장의 삼성종합화학 지분 0.97% 정도다. 따라서 이번 계열사 빅딜로 오너 삼남매의 지분 구조에 뚜렷한 변화가 생기지는 않는다.

하지만 삼성그룹의 사업 구조가 재편되면서 삼남매의 승계 구도에는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추측이 힘을 얻고 있다. 최근까지 설득력 있게 제기된 삼성그룹 분할 시나리오는 이 부회장이 전자·금융·건설 부문을 맡고 이부진 사장이 호텔·상사·중화학을, 이서현 사장이 패션·미디어를 맡는 것이었으나 화학 부문이 삼성정밀화학과 삼성BP화학을 빼고 모두 한화그룹에 넘어감으로써 화학 부문 계열사의 승계는 의미가 없어졌다. 따라서 이재용 부회장이 전자·금융·건설 부문 등 주력을 맡고 이부진 사장이 호텔과 상사 부문을 맡는 것으로 정리될 가능성이 커졌다.

한화그룹의 경우, 삼성의 석유화학 및 방산 부문 계열사를 인수함으로써 이 부문 업계 1위 자리를 넘보고 있다. 한화의 주력 사업을 강화함으로써 그룹의 외형을 확대하고 핵심 사업 역량을 키운다는 방침이다. 한화가 인수하게 될 삼성 계열사의 자산가치는 총 13조원에 이른다. 한화는 이를 인수하면 50조원의 자산 가치를 인정 받아 한진그룹을 제채고 재계순위 9위로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한화그룹 역시 승계 구도를 염두해 둔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의 삼성 계열사 인수의 궁극적 주체는 한화S&C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화 S&C는 삼성SDS, SK C&C와 같은 IT서비스 회사로 김승연 회장의 아들인 동관·동원·동선 3형제가 지분 100%를 갖고 있다.

한화그룹은 한화S&C와 그룹 지주회사격인 한화를 합병하는 방식으로 승계 구도를 그릴 가능성이 높다. 합병으로 받는 신주로 3형제가 한화의 주요 주주가 되고, 이를 통해 한화케미칼, 한화생명, 한화건설 등 핵심 계열사를 지배할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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