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상그룹, 발효미원 마케팅 위해 팝업스토어 '밥집 미원' 운영
대상 "식약처도 무해하다고 발표…오히려 나트륨 저하에 효과"
서울환경운동연합 "아토피 등 유발… 노약자ㆍ아동 섭취 안돼"

대상그룹이 대대적인 '미원' 마케팅에 나서면서 L-글루탐산나트륨(MSG) 유해성 논란이 다시금 일고 있다.

대상은 미원의 업그레이드 버전인 '발효 미원' 출시를 기념해 지난 20일부터 나흘간 서울 홍익대학교 인근에서 팝업스토어 '밥집 미원'을 운영했다. 밥집 미원은 대상 요리사가 개발한 조리법으로 만든 소고기 국밥을 단돈 100원에 내놓는 파격적인 이벤트를 진행했다. 이 국밥 맛의 비결은 새로 출시한 발효 미원을 넣은 데 있다.

대상 홍보팀 관계자는 24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식품의약품안전처가 MSG가 인체에 무해하다고 발표했는데도 아직 미원이 몸에 안 좋다는 인식을 갖고 있는 소비자들을 위해 이런 행사를 마련했다"면서 "미원의 오래된 이미지를 바꿔 젊은 이미지로 소비자들과 소통하기 위해 제품명을 '발효 미원'으로 바꾸고 포장도 바꿨다. 사탕수수를 발효해 만든 발효조미료라는 점도 강조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새 미원은 맛도 달라졌다면서 "미원에 들어가는 핵산의 비율을 조절해 한층 더 깔끔한 맛을 낸다"고 설명했다. 기자가 "사탕수수를 발효해 만들었다지만 핵산이 첨가됐다면 화학조미료 아닌가"라고 묻자 이 관계자는 "미원이라는 게 L-글루탐산나트륨이 95% 이상이고 핵산이 약간 들어간다"면서 "주원료인 L-글루탐산나트륨 자체가 사탕수수 발효를 통해 만들어지는 거다. 건강엔 전혀 문제가 없다. 오히려 나트륨 저하에 효과가 있다"고 주장했다.

밥집 미원 이벤트를 놓고 소비자 반응은 극과 극으로 갈렸다. 국밥 값이 공짜나 다름없기 때문인지 20대 젊은이들은 줄까지 서가며 국밥을 맛봤다. 덕분에 행사 첫날엔 준비한 국밥 150그릇이 모두 팔렸다. 하지만 일부 소비자는 미원이 들어갔다는 얘기를 듣고선 시식을 거절했다.

식품첨가물 안전성 공방은 수십 년 전부터 계속돼 왔다. 식약처는 지난 4월 이 논쟁에 끝을 내고자 "MSG 등 식품첨가물이 인체에 무해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논란은 여전하다. 식약처는 당시 "MSG는 1995년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세계보건기구(WHO)가 공동 연구한 결과 평생 먹어도 안전한 식품첨가물로 이미 판명됐다"고 했다. 식약처는 "식품첨가물을 넣지 않으면 미생물이 번식해 식품이 썩으면서 식중독이 발생할 수 있고 유통기한도 단축된다"며 식품첨가물 사용을 권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일부 시민단체는 식약처 발표를 정면으로 반박하고 나섰다. MSG가 뇌 신경전달 체계를 교란해 두통과 아토피, 호흡곤란 등을 일으킨다는 것이다. 매년 10월 16일 세계소비자연맹이 정한 '화학조미료 안 먹는 날'에 맞춰 화학조미료를 먹지 말자는 캠페인을 진행하는 서울환경운동연합은 "노약자나 어린이는 절대 먹어서는 안 된다. 성인도 건강하지 않은 사람은 먹어서는 안 된다"고 했다.

구희숙 서울환경운동연합 여성위원장은 "미원이 사탕수수를 발효해 만들었단 건 어제오늘 나온 얘기가 아니다"라면서 "그래도 미원은 천연조미료가 아니라 합성조미료다. 천연조미료는 자기들도 다 따로 만든다"고 했다. 그는 "식약처나 조미료를 만드는 기업에선 MSG가 무해하다고 주장하지만 이건 섣부른 판단일 뿐이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이 본격적으로 화학조미료를 먹기 시작한 건 약 40년에 불과해요. 인체 실험에서 '무해하다' '유해하다'고 결론을 내리기엔 아직 이르다는 겁니다. 유해한 식품에 한꺼번에 노출됐을 때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도 증명이 안 됐어요.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MSG가 유해하다고 결론을 내린 논문이 상당히 많이 발표됐습니다. 많은 아이들이 화학 첨가물에 노출돼 아토피, 천식 등 병을 앓고 있어요. 노약자나 어린이는 절대 먹어서는 안 된다는 거죠. 미국도 화학조미료를 유아식품에서 금지했습니다."

구 위원장은 국내 MSG 섭취율이 지나치게 높다고 우려했다. 그는 "한국이 MSG 섭취 1위국이다. 일본보다 세 배 이상 높고 미국보단 열 배 이상 높다"면서 "지금도 이렇게 많이 먹는 나라에서 더 먹으라고 독려하다니 대체 어떤 생각인지 모르겠다"고 했다.

구 위원장은 "대상은 우리가 화학조미료 안전성에 문제가 있다고 제기했을 때부터 수십 년간 무해하다고 주장해왔다. 그런데 최근 '밥집 미원' 팝업스토어를 여는 등 마케팅 강도가 더 세지고 있다"면서 "기업의 영역을 확장하고 싶은 건지 수출하고 싶어 그러는 건지 모르겠지만 기업이 정말 국민의 건강을 염려한다면 이렇게까지 적극적으로 나오는 건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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