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 면접, 산행 면접, 소금물농도 맞추기까지

인성 좋은 지원자 찾기 위해 이색 면접 도입

신세계그룹이 도입한 오디션 형식의 면접. 사진=신세계그룹 제공
[데일리한국 동효정 기자] 최근 신세계그룹이 대졸 신입사원 공채에서 '직무 오디션 면접' 방식을 도입했다. 요즘 유행하는 TV프로그램인 '슈퍼스타K'나 'K POP 스타'처럼 지원자들은 미리 전달받은 주제에 따라 무대에서 15분간 자유로운 방식으로 자신을 소개했다.

이처럼 최근들어 국내 우수의 기업들이 '탈스펙'을 외치며 새로운 면접 전형을 만들고 있다. 딱딱한 사무실 책상 앞에서 질문을 주고 받던 면접에서 탈피해 대학교 길거리 캐스팅, 음주 면접, 산행 면접 등 업무에 맞는 다양한 면접 방식을 도입하고 있는 것이다. 이색 면접은 주로 대면 업무가 많거나 실무 중심의 직무가 많은 영업이나 서비스 부문 관련 회사들이 앞다퉈 실시하고 있다.

샘표가 진행하는 요리 면접 전형에 참가한 지원자의 모습. 사진=샘표 제공
현대자동차는 직접 대학교로 나가 인재를 찾고 있다. 연예인을 '길거리 캐스팅'하듯 업무와 관련된 교내 모임에 직접 가서 적합한 인재를 발굴하는 것이다. 이 전형은 희망자가 기업에 지원하는 수동적 방식에서 벗어나 직접 캐스팅한 뒤 4개월의 기간 동안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희망자를 평가한다. 단순하게 학점이나 토익 점수가 아닌 역량과 인성을 파악해 업무에 적합한 인재만이 최종 신입사원으로 선발된다.

하이트진로의 경우 주류 업체의 특성을 살린 ‘음주 면접’ 전형을 도입했다. 1차 면접을 마친 뒤 인근 음식점에서 하이트진로의 대리·과장급 직원과 식사를 겸한 간단한 술자리를 갖게 된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음주 매너나 주량을 테스트하기 위한 자리가 아니라 사회생활을 먼저 경험한 선배들과 함께 편안한 분위기에서 이야기를 나누며 지원자들의 성격과 가치관, 인성을 파악하기 위해 마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웃도어 업체인 블랙야크는 지난해 남양주 축령산에서 조별 및 개별 미션을 수행하는 방식의 ‘산행 면접’을 진행했다. 산에 오르는 것이 음주만큼 인성을 파악하기에 좋다는 생각으로 기본적인 인성을 평가하기 위해 도입했다. 텐트 설치와 퀴즈를 푸는 등 조별 미션을 수행을 통해 도전 정신과 협동심을 평가했다.

장류 기업인 샘표는 서류전형과 인·적성 검사를 통과한 지원자를 대상으로 요리 면접이 포함된 면접 전형을 실시했다. 샘표만의 독특한 면접 방식인 요리면접은 4~5명이 한 조를 이뤄 고추장·간장·된장 등 주어진 재료를 활용해 요리 주제를 정하고 실제 음식을 만들어 발표하는 과정으로 이뤄진다.

배스킨라빈스와 던킨도너츠를 운영하는 SPC그룹은 맛을 구별하는 능력을 측정하기 위한 미각테스트를 실시한다. 소금물의 농도를 5단계로 구분해 진한 순서를 찾아내거나 빵의 광택이나 색을 자세하게 설명하는 등 매년 출제 내용이 조금씩 달라진다. SPC 관계자는 “맛과 향에 대한 감각이 뛰어나면 식품에 대한 애정을 갖기 쉬워 업무 몰입도가 높고, 자연스럽게 업무 성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브랜드 컨설팅그룹 양유는 역면접 방식을 도입했다. 회사에서 지원자에게 질문을 하는 것이 아니라 지원자가 회사에 대한 궁금증을 물어보는 형식이다. 야근이 많은 것 같은데 사내 분위기가 좋은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지난해 보너스는 얼마나 나왔나요" 등의 질문을 통해 지원자의 진정성과 관심분야, 업무에 대한 이해도를 파악하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색 면접 방식이 도입되는 이유가 대면 면접만으로 알 수 없는 잠재 능력과 인성 파악에 중점을 두고 색다른 방식을 통해 기업에 적합한 사람을 찾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취업정보업체 사람인 임민욱 팀장은 "스펙만 뛰어난 인재보다 훌륭한 인성을 갖춰 기업문화에 잘 적응하고 지원한 직무에서 최대한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지원자를 찾기 위해 기업들이 다양한 방법을 모색 중"이라며 "철저한 준비를 통해 기업에 대한 깊이있는 이해와 자신이 하고자 하는 업무에 대한 열정이 있어야 합격률이 올라 간다"고 설명했다.


저작권자 © 데일리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