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만원대 고가 제품도 품절 사태

몽클레어 유아 패딩(왼쪽)과 캐나다 구스 키즈 라인 패딩
[데일리한국 동효정 기자] "6세~10세 아동 사이즈는 인기가 하도 많아서 '황금 사이즈'라고 불릴 정도예요. 전국적으로 물량도 부족하고 재입고 계획이 없어서 내년 여름까지 기다리셔야 될 거예요"

가격이 비싸 소비가 강남 일부 부유층에 그쳤지만 올해는 '프리미엄 열풍'이 불면서 수백만원에 달하는 아동용 패딩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20일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 아동복 코너에는 100만원이 넘는 프리미엄 패딩을 구입하기 위한 사람들로 북적였다. 70만원~150만원의 캐나다구스 제품은 희귀 사이즈는 다 팔렸고 100만~300만원대 몽클레르 역시 인기가 높은 황금사이즈는 품절됐다. 섀르반 56만8,000원, 버버리·펜디 패딩도 60만~200만원대에 달한다.

신세계 백화점도 상황은 비슷했다. 한 수입 아동의류 매장 관계자는 "아동 패딩점퍼는 4∼12세까지 나오는데 지금은 8세와 10세 제품만 일부 남아있다"면서 "재고 조사를 해봐야 정확하겠지만 8월부터 판매 문의가 이어지면서 전국 어느 지점이든 다른 브랜드도 상황이 비슷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60만원대의 아웃도어 패딩도 잘 팔렸다. 아동전용 아웃도어 브랜드 섀르반은 신제품 북극곰 다운(56만8,000원)을 포함한 겨울 점퍼류를 지난달 말 선보인 후 2주만에 10% 이상의 판매 호조를 보이고 있다.

이 같은 아동패딩의 열풍은 어른들의 과시적 소비에 기인한다는 분석이다. 성인이 명품 가방을 메고 명품 옷을 입는 것보다 아이들이 명품을 착용했을 때 과시 효과가 더 커 보인다는 점 때문이다.

서울 목동에 사는 한 주부는 "놀이터에 나가보면 아이들한테 프리미엄 패딩을 입힌 엄마들이 꽤 많아 하나 장만하러 나왔는데 너무 비싸 엄두가 안 난다"면서 "아이들은 쑥쑥 커버리는데 마음은 해주고 싶어도 여유는 없고, 이런 걸 신경 안 쓰고 싶어도 우리 아이만 안 입히자니 속상하고 난감한 상황이다"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한 때 우리 경제를 멍들게 했던 과소비 행태가 이젠 어린 아이들에게 전이되고 있는 것 같다.

저작권자 © 데일리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