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맛 대결 ② 치킨 편] 치킨 시장 과포화 상태… BBQ-교촌, 1, 2위 다퉈점유율 높이기 위해 공격적 광고… 매장 변화·이색 메뉴 개발
국내 치킨 판매점 3만6천여곳... 해외 시장에서 새 활로 모색

국내 치킨 업체들이 '레드 오션' 상황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사진=신수지 기자 sz0106@hankooki.com

*편집자 주= 인터넷한국일보가 발간하는 데일리한국은 최근 가전 제품과 주류 제조 업체의 치열한 생존 경쟁을 다룬 '가전 전쟁' 과 '주류 천하' 기획 시리즈 기사를 잇따라 연재했습니다. 데일리한국은 이어 식품과 음료수 분야의 대결을 다루는 '맛 대결' 시리즈를 기획했습니다. '맛 대결'에서는 라면에 이어 치킨, 커피, 빵, 햄버거, 우유 등 10여 가지 분야의 살아남기 경쟁을 다루게 됩니다.

[데일리한국 신수지 기자] 지난 7월 말 대구 두류공원 일대에서 열린 제2회 ‘치맥(치킨+맥주) 페스티벌’에는 약 62만 명의 방문객들이 치킨을 먹기 위해 모여들었다. 20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세계적 맥주 축제인 독일 뮌헨의 옥토버페스트에 버금갈 정도의 성황이었다. 얼마 전에는 연세대 치킨 동아리가 온라인상에서 화제를 모았다. 치킨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여 만들었다는 연세대 치킨동아리 '피닉스'는 모바일 메신저로 치킨 동아리 면접을 보고 신입 회원을 모집한다. 면접에서는 '치느님' '치렐루야' 등 치킨을 찬양하는 말들이 쏟아진다. 동아리의 목적은 다름 아닌 '치믈리에' 활동. 와인의 맛을 음미하는 소믈리에처럼 다양한 치킨을 먹어보고 나름대로 맛을 평가하는 것이다.

이렇게 한국인을 열광케 하는 치킨은 출출한 저녁 시간 대학생과 직장인들의 뱃속을 채워주며 어느새 우리의 친구이자 일상으로 자리 잡고 있다. 그렇다면 치킨은 어떻게 '치느님'이 됐으며 업체들은 어떻게 소비자들의 입맛 잡기 경쟁을 벌이고 있을까.

우리는 언제부터 치킨을 먹었나… 명동 전기구이 통닭의 추억

1960년대 이전 우리나라의 닭 요리는 복날 건강식으로 먹는 ‘백숙’이 주였다. 이를 변화시킨 것이 바로 1961년 등장한 ‘명동영양센터’다. 명동영양센터에서 전기구이 통닭이 판매되면서 치킨의 대중화가 시작된다. 누런 종이에 싼 통닭은 60~70년대 가족들을 즐겁게 하던 최고 인기 메뉴였다.

1977년 대한민국의 최초 튀김통닭 업체인 림스치킨이 등장했다. 79년에는 첫 번째 프랜차이즈 업체였던 롯데리아가 조각 치킨을 판매하기 시작한다. 이후 84년 미국 KFC가 상륙하면서 통닭의 시대는 저물었고 닭을 조각 내 기름에 튀긴 현재와 같은 치킨이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그 뒤 페리카나(1982년 창업)와 멕시카나(1989년 창업)라는 1대 치킨 프랜차이즈가 등장했으며, 1995년 BBQ(사진)가 탄생했다. 깨끗한 치킨 전문점을 슬로건을 내세워 론칭한 BBQ는 호프집 같았던 치킨집을 치킨전문점으로 변신시키고, 1999년 매장 수가 1,000개를 넘어서는 고속성장을 하게 된다.

2000년도에 새롭게 떠오른 치킨은 교촌치킨의 ‘간장치킨’이었다. 교촌치킨은 독자적으로 개발한 간장소스를 기반으로 기존 프라이드, 양념으로 대변되던 치킨 시장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게 된다. 2000년도 중반에는 웰빙 열풍이 불면서 치킨집에서 사용하던 ‘대두유’의 트랜스지방이 논란이 됐다. 그러자 BBQ에서는 올리브유를 사용한 치킨을 발표해 시장을 선도했다. 2000년대 후반에는 웰빙에 대한 관심이 이어져 튀기지 않은 구이치킨이 화제였다. 2010년에는 1인 가구 증가에 따라 적은 양을 손쉽게 먹을 수 있는 ‘닭강정’이 크게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원재료의 유통 경로, 원산지 등의 문제가 불거지면서 요즘 인기는 예전만 못한 상태다. 지금도 치킨 프랜차이즈 업체들은 저마다 새로운 형태의 메뉴를 내놓으며 시장점유율 높이기에 몰두하고 있다.

 

 

 

BBQ의 황금올리브치킨(왼쪽)과 교촌치킨의 교촌오리지날

 

1, 2위 다투는 BBQ-교촌… 치킨 판매점 3만6000여 곳

치킨 시장에서 시장 점유율을 논하기란 쉽지 않다. 총 250여개의 치킨 프랜차이즈 사업자들이 치열한 경쟁을 펼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발표한 '국내 치킨 비즈니스 현황 분석'에 따르면 한국의 치킨 판매점 수는 3만 6,000여 곳에 이른다. 이 수치는 2002년 이후 치킨집이 매년 평균 2,348개씩 증가한 결과다. 치킨 시장이 '레드오션'이라는 말이 그냥 나오는 것이 아니다. 현재 치킨 매장은 한 골목 건너 한 집씩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과포화 상태에 있다. 이 가운데 제너시스 BBQ와 교촌치킨이 각각 6~8% 수준의 점유율로 업계 1, 2위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점포수 기준으로 따지자면 BBQ는 1,800여 개, 교촌은 960여 개의 매장을 갖추고 있다. 이밖에 BHC치킨이 860여 개, 멕시카나 치킨이 720여 개의 가맹점을 운영하고 있다. 굽네치킨, 네네치킨 등도 제법 인지도 높은 브랜드들이다.

이 중 업계 1위 BBQ가 가장 큰 제품 경쟁력으로 내세우고 있는 것은 바로 치킨을 튀길 때 사용하는 기름이다. 회사 측 설명에 따르면 BBQ는 세계 5대 건강식품으로 인정받는 올리브유 중 최고 등급에 속한다는 스페인산을 사용하고 있다. BBQ관계자는 "이 올리브유를 사용하면 다른 프랜차이즈에서 쓰는 기름값의 4배 이상이 들지만 좋은 품질의 치킨을 만들어내기 위해 사용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BBQ의 치킨을 즐겨먹는다는 서모 씨(31)는 "아무래도 치킨은 주문해 먹는 음식이다보니 위생 상태가 의심스러운데, 여러 치킨 업체 중 BBQ의 치킨이 가장 건강하다는 이미지가 있어 즐겨찾게 된다"고 말했다.

이러한 특성을 잘 살려 BBQ의 효자 메뉴로 사랑받고 있는 치킨은 '황금올리브치킨'이다. 황금올리브치킨은 닭을 조각낸 다음 숙성 시간을 거친 뒤 올리브 파우더를 입혀 올리브유에 튀겨낸다. 이를 통해 바삭바삭한 튀김옷과 풍부한 육즙을 내기 위해 연구진들이 많은 시간을 투자했다는 게 BBQ 측의 설명이다. 최근에는 빠리치킨이라는 신메뉴를 내놓아 높은 관심을 얻고 있다. 치킨에 고급 프랑스 요리의 개념을 도입했다는 메뉴다. 조리 시간은 황금올리브치킨 보다 약 2~3배 정도 길며 물빼기 작업을 거쳐 튀겨낸 치킨을 센 불에서 한 번 더 볶아 만들어진다. 간장과 청주 등 양념을 배합한 소스로 매콤하면서도 짭짤한 맛이 나는데, 치킨과 짝궁처럼 판매되는 맥주와의 궁합을 더욱 맞추기 위해 집중한 모양새다.

업계 2위 교촌은 새로운 치킨 트렌드를 만들었던 간장 소스와 더불어 치킨 양념을 조각 하나하나에 직접 바른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교촌치킨을 운영 중인 점주에게 물었더니 "소스붓으로 양념을 하나하나 바르는 과정에서 맛이 더욱 풍성하게 스며든다"면서 "그러다보니 치킨 조각이 다른 업체에 비해 작은 편"이라고 답했다.

교촌의 베스트셀러는 이처럼 소스가 잘 스며드는 '교촌 시리즈'다. 마늘과 간장으로 맛을 낸 특제 소스로 깊은 맛을 내는 것이 특징이다. 얼마 전에는 '허니 시리즈'를 내놓아 매출량을 늘리고 있다. 허니 시리즈는 꿀을 사용해 달콤한 맛을 가미한 메뉴로 기존의 치킨과 차별화된다는 평을 듣고 있다.

치킨 업계, '레드오션' 속 안간힘… 광고 모델 경쟁 치열

우후죽순 생겨나는 치킨 브랜드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치킨업계는 신메뉴 개발뿐 아니라 공격적인 마케팅, 새로운 콘셉트의 매장 등 다양한 방책을 내놓고 있다.

먼저 '빅모델' 전략이 눈에 띈다. BBQ는 지난 8월부터 개성 있는 연기로 광고 시장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배우 류승룡을 앞세워 '빠리치킨' 광고를 선보이고 있다. 이 광고는 공개된 지 열흘 만에 유튜브 조회 수 100만을 기록하는 등 높은 관심을 끌었다. 빠리치킨은 이 광고의 인기에 힘입어 연일 판매량 신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이에 맞서 교촌치킨은 국내외에서 인기가 높은 배우 이민호를 모델로 채택해 시리즈 광고를 만들어내고 있으며 멕시카나는 '국민 여동생'으로 통해는 아이유를 모델로 내세웠다. bhc는 지난해 7월부터 제너시스 BBQ로부터 독립해 독자 경영에 돌입한 이후 브랜드 인지도를 새롭게 구축하기 위해 올해 4월 전지현을 광고 모델로 발탁했다. 그 결과 전지현의 첫 번째 광고인 '별에서 온 코스 치킨' 메뉴는 출시 100일 만에 40만개가 팔리는 등 높은 인기를 구가했다.

업계 관계자는 "모델마다 수억 원의 광고료와 광고 송출료의 부담이 있지만, 그만큼 치킨 업계에서는 빅모델의 매출 효과가 높기 때문에 마케팅을 강화하는 것"이라며 "2005년 시장에 신규 진입한 굽네치킨이 단번에 인지도를 쌓을 수 있었던 비결도 소녀시대를 모델로 내세운 덕분이었다"고 말했다.

업체들은 광고뿐 아니라 프리미엄형, 카페형 등 새로운 방식의 멀티형 매장들도 내놓으며 포화 시장의 돌파구를 찾고 있다. 특히 BBQ는 배달 위주의 매장으로 성장 기반을 다진 것에 이어 BBQ 프리미엄 카페, BBQ 치킨앤비어 등 프리미엄 매장을 지속적으로 늘려가고 있다. 기존 매장보다 더욱 깔끔하고 '카페같은' 인테리어를 갖추고 메뉴를 다양화한 것이 특징이다. 특히 bbq 프리미엄카페에서는 치킨뿐 아니라 파스타, 베이커리류, 주류, 커피 등 다양한 메뉴를 판매하며 오전과 점심, 오후, 저녁 시간을 나누어 캐주얼 레스토랑, 커피전문점, 바 형태로 활용될 수 있도록 했다. bhc도 기존 치킨 이외에 다양한 메뉴를 제공하는 'bhc 비어존'을 운영하고 있다. 이 가운데 종로본점은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를 통해 해외에서 인기를 얻은 전지현을 최대한 부각시켜 한류 효과를 노리고 있다.

시장에서 아직 순위권에 들지는 못했지만 타겟 변화 및 이색 메뉴 등을 통해 빠른 속도로 점유율을 높여나가고 있는 치킨 전문점들도 있다. ‘더 후라이팬’은 레스토랑을 연상시키는 모던한 인테리어와 깔끔한 메뉴 구성으로 20~30대 여성층을 집중 공략해 소위 '잘 나가는' 치킨집이 됐다. 바로화덕치킨은 최근 치킨과 문어를 함께 튀겨낸 독특한 메뉴로 단번에 인기를 얻었다.

해외로 진출하는 '한국식 치킨'

한국식 치킨이 해외 시장으로 뻗어나가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국내에서 입지를 다진 치킨 업체들이 해외에서도 새로운 성장 활로를 찾고 있는 것이다. 현재 국내 치킨 프랜차이즈가 진출한 국가는 대략 60여 개국, 해외 매장수는 400여 개에 육박한다. 진출 초기에는 한국인만을 대상으로 영업하거나 KFC 등 글로벌 프랜차이즈에 크게 밀려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으나 점차 실적이 좋아지고 있다. 특히 BBQ의 경우 30여 개국에 350개 매장을 보유하는 등 해외 시장에서 덩치를 키워나가고 있는데, 지난해부터 중국과 베트남, 말레이시아에서 영업흑자를 내기 시작했다. 미국, 중국, 태국 등 총 6개국에 진출, 18개 해외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교촌치킨도 매출이 성장 추세를 보이고 있다. BBQ의 올리브 치킨과 간장치킨이 중국에서 ‘웰빙’ 음식으로 소개되고, 미국 NBC 방송이 뽑은 ‘뉴욕의 베스트 치킨 윙’에서 교촌치킨 매장의 ‘그릴 윙’이 톱3에 들어가는 등 현지 언론 등의 반응도 좋다.

이는 최근 중국 등 세계 각국에서 한류 열풍이 불면서 국산 치킨 프랜차이즈에 대한 호감도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에서는 국내 TV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의 인기와 더불어 드라마속 주인공 천송이(전지현)가 치킨을 맛있게 먹는 장면이 중국인들의 입맛을 자극하면서 '치킨 돌풍'이 불었다. 국내의 치킨 페스티벌이 중국으로 수출되었을 정도다.

국외에서 새로운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기 위해 다양한 수단을 활용하고, 현지인의 입맛과 문화, 식생활 습관, 소비 패턴 등 시장 특성을 분석한 점도 주효했다. BBQ는 고급, 명품을 선호하는 중국인들이 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 bbq프리미엄카페를 전략적으로 입점시켜 고급화 정책을 펼친 결과 300% 이상의 매출 상승을 이룩했다. 프랜차이즈 사업의 본고장인 미국에서는 닭가슴살과 윙(날개)을 선호하는 미국인이 많다는 점에 주목해 메뉴를 개발했다. 특히 샌드위치와 샐러드를 식사처럼 여기는 미국인들의 라이프 스타일에 맞추어 치킨샐러드와 치킨샌드위치 메뉴를 보강해 선보였다. 교촌치킨의 경우에는 상해 사람들이 평소 달콤한 음식을 주로 접한다는 사실을 감안해 달콤한 식감의 '허니시리즈'를 주력 메뉴로 내세우고, BBQ와 마찬가지로 현지 매장에 특성화된 메뉴를 추가해 판매하는 등의 시도로 호응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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