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대일 수출은 2012년 -2.2%, 2013년 -10.7%에 이어 2014년 1∼9월 -4.6%로 3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하고 있다. 일본 수입시장에서 한국 제품 점유율은 2012년 7.6%에서 올해 들어 6.7%로 낮아졌다. 엔화 약세로 인한 한국 제품의 가격 경쟁력 약화가 가장 큰 요인으로 꼽힌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의 추가 양적완화로 엔화 가치 하락에 속도를 붙으면서 한국 제품의 입지가 일본뿐만 아니라 세계시장에서 위축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해외무대에서 벌어지는 승용차, 일반기계, 반도체 등 주요 품목의 한일 경합에서 일본이 더욱 유리한 고지에 설 수 있다는 것이다. 일본 제품의 무기는 엔저를 앞세운 가격 경쟁력 강화다.
전문가들은 “일본 기업들이 그동안 엔저 지속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수출 단가를 내리는 데 소극적이었지만 추가 양적완화를 계기로 수출 단가를 인하할 가능성이 크다”면서 “이 경우 일본 제품의 세계시장 점유율이 더욱 커질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하고 있다. 그동안 엔저에 힘입어 영업 이익이 늘어난 일본 기업들이 연구·개발(R&D) 투자와 함께 해외 생산공장 확충을 위한 투자에 적극 나서면서 한일 간 경쟁 심화가 예상된다. 일본의 해외 직접 투자액은 2011년 1,088억 달러에서 2012년 1,224억 달러, 2013년 1,351억 달러로 늘어났다.
한국 수출의 4분의 1을 차지하는 중국의 성장세 둔화는 불안 요인으로 지적된 지 오래다. 중국의 올해 3분기 경제성장률은 7.3%로 국제 금융위기가 닥친 2009년 1분기(6.6%)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여기에다 가공무역 위주의 대중 수출 구조는 우리나라의 3분기 수출이 전 분기보다 2.6% 감소하는 데 영향을 미쳤다.
한국을 바짝 추격하는 중국의 기술력 또한 위협 요인이다. 한국경제연구원과 한국경제학회, 산업연구원은 최근 공동 세미나에서 한국의 과학기술 경쟁력이 중국에 1.9년밖에 앞서지 못한 것으로 분석했다. 실제 시장에서는 중국이 5년 내 조선·석유화학·통신기기·디스플레이 부문에서 우리나라 수준까지 치고 올라올 것으로 보는 견해가 많다. 특히 조선 분야의 세계 1위 자리를 중국에 내 줄 것이란 전망이 적지 않다.
미국의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3분기 세계 스마트폰 시장점유율은 24.7%로 작년 동기 35.0%보다 낮아졌다. 1위를 유지했지만 중국 업체에 시장을 점점 뺏기는 것이다. 중국 샤오미는 5.6%의 점유율을 차지해 LG전자와 화웨이를 제치고 3위로 올라섰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한국 수출기업이 중국에 이미 경쟁력이 뒤지는 상황에서 일본과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어려움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따라서 수출기업의 환율 변동 위험 노출을 줄이고 제품 경쟁력과 마케팅을 강화하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