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주류 천하 ① 소주 편]한 병에 든 소주 원가는 123원… 소주값 반 이상이 세금도수 낮춰 원가절감, 소비확대 노려… 20도 이하 소주 73%참이슬, 처음처럼 등 치열하게 경쟁하면서 품질 개선

서민들의 애환을 대변하는 소주의 최대 성수기는 겨울이다. 1년에 우리 국민 1명이 평균 60병을 소주를 마시는 것으로 조사됐다. 사진=장원수 기자

*편집자 주=인터넷한국일보가 발간하는 데일리한국은 가전 제품 전쟁을 기획 기사로 연재한 데 이어 이번에는 '주류 천하'라는 제목으로 주류 분야의 치열한 경쟁을 보도할 예정입니다. 소주를 시작으로 맥주, 막걸리, 와인, 위스키 등 분야 별로 라이벌 회사들의 치열한 경쟁과 술에 얽힌 얘기 등을 순차적으로 살펴보려고 합니다.

[데일리한국 장원수 기자] 늦가을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애주가들은 소주잔을 기울이고 싶은 충동에 빠진다. 하루하루의 스트레스를 풀고 애환을 달래기엔 소주 만한 것이 없다"는 게 그들의 얘기다. 불판 위에 지글지글 구워지는 삼겹살이나 김이 모락모락 나는 따끈한 김치찌개를 안주로 곁들이면 더욱 좋다. 그만큼 소주는 우리 삶에 가까이 와 있다. 동반자이고 친구인 셈이다. 그런데 우리는 소주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서민들의 애환을 대변하는 소주의 최대 성수기는 겨울이다. 1년에 우리 국민 1명이 평균 60병을 소주를 마시는 것으로 조사됐다. 사진=하이트진로 제공

 

소주 원가를 아십니까?… 소주값 반 이상이 세금

주 4일 정도는 술을 마시는 권철훈(가명·46)씨. 회사 동료나 대학 선후배, 업체 관계자 등과 함께 하는 술자리 횟수도 많지만 본인 또한 술을 즐기는 편이다. 어느 날 삼겹살집에서 고기의 원산지와 원가를 이야기하다가 누군가 소주의 원가를 아는 사람이 있느냐고 물었다. 그런데 아무도 소주의 제조 공정과 원가를 아는 사람이 없었다. 권씨도 주점에서 3,000∼4,000원 정도 받는 것은 알지만 소주를 어떻게 만들고 원가가 얼마인지 알지 못했다.

소주는 증류식 소주와 희석식 소주로 나뉜다. '참이슬'이나 '처음처럼' 등 한국인이 많이 마시는 초록병에 담긴 것이 희석식 소주다. 희석식 소주의 가장 큰 미덕은 가격이 싸다는 점이다. 적은 돈으로 빨리 취할 수 있다는 점에서 오랫동안 서민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그럼 희석식 소주는 어떻게 만들어지고 원가는 얼마일까?

 

 

한때 이효리 소주로 유명했던 처음처럼은 올해는 7년 만에 1도 낮춘 처음처럼을 출시해 19도 벽을 무너뜨렸다. 사진=롯데주류 제공

소주의 주원료는 주정이다. 주정은 에탄올로 알코올 함량이 95% 정도이다. 이 주정에 물을 섞어 희석시키고 첨가제를 넣으면 소주가 된다. 국내에 주정을 만드는 회사는 10군데. 주정업체들은 정부에서 주정 생산량을 배정받아 대한주정판매에 주정을 공급한다. 주정업체들은 타피오카(서양 돼지감자), 정부미, 현미, 세미(부서진 쌀), 절간고구마(얇게 썰어 볕에 말린 고구마)로 술을 만든 뒤 증류 방식으로 알코올을 추출해 주정을 만든다. 주정업체는 국세청이나 농림식품부에서 원료를 배분받는다. 정부는 정부미 재고가 많으면 주정 원료로 정부미를 배정하고, 감자가 풍년이면 감자를 배정해 수급을 조절한다.

소주에는 주정과 물 이외에 1%의 첨가제가 들어간다. 주정에 물을 넣어 에틸알코올 양을 40% 전후로 맞추는데 이 작업을 정제라고 한다. 40%로 희석한 주정은 맛이 거칠고 원료 품질에 따라 향미도 일정하지 않아 설탕, 액상과당, 스테비오사이드 등의 첨가물을 넣는다. 이 첨가물들이 소주가 자아내는 오묘한 맛의 비밀이다. 주류에 첨가물로 허가받은 종류만도 아스파탐, 스테비오사이드, 사카린나트륨, 젖산, 구연산, 수크랄로스 등 17종에 달한다.

주세법상 주류를 제조·수입하는 자는 주류의 용기나 상표에 주류 종류, 원료의 명칭 및 함량, 제조일자 및 면세 여부, 유통기한 또는 품질유지 기한만을 표시하면 된다. 소주병 구석구석을 들여다봐도 첨가물 정보를 알 수 없다. 소주 제조업체들도 “대외비여서 알려줄 수 없다”며 정보 공개를 꺼린다. 소주에 어떤 첨가물이 들어가는지 아는 이가 드문 까닭이다.

일반적으로 19.5도 소주를 만들려면 주정과 물을 1:3.9 비율로 섞는다. 주정 가격은 주정업체가 정하지만 주정 생산량(쿼터)을 정부에서 배정하기 때문에 실제로 정부가 결정한다고 보면 맞다. 현재 주정 200ℓ(드럼)의 가격은 36만2,000원 정도. 1ℓ에 1,810원인 셈이다. 여기에는 주정주세(ℓ당 57원)가 포함되어 있다. 주정 1ℓ에 물 3.9ℓ을 섞으면 4.9ℓ의 19.5도 소주가 만들어지는데, 물값을 ‘0’로 보면 1ℓ에 369원이 된다. 현재 시중에서 판매되고 있는 소주가 360㎖이므로 다시 3으로 나누면 소주 한 병의 원가는 대략 123원이 나온다. 물론 여기에는 첨가제 가격이 포함돼 있지 않다.

이 원가의 소주에 공병값, 인쇄지, 납세병마개, 국내 유통비를 더해 출고원가가 결정된다. 이 출고원가에 세금이 붙여져서 시중에 나오게 된다. 마트에서 파는 1,100원짜리 소주 한 병에는 주세, 교육세, 부가세 등을 합쳐 보통 530원 정도의 세금이 붙는다.

갈수록 소주 도수가 낮아지는 까닭은?

19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소주 도수는 25도였다. 1998년 23도로 도수를 낮춘 진로의 ‘참이슬’, 다음해인 1999년 22도로 도수를 더 내린 롯데주류의 ‘처음처럼’이 등장하면서 본격적인 저도주 시장이 열렸다. 그리고 2006년이 돼서야 ‘20도 소주’가 대중화됐다. 1973년 25도짜리 소주가 처음 출시된 이래 20도까지 낮아지는 데 33년이 걸린 셈이다. 그러나 이후 16도로 내려오는 데는 채 10년이 걸리지 않았다. 2005년만 해도 전무했던 20도 이하 소주는 현재 소주시장의 73.4%를 차지하고 있다.

현재 시중에서 많이 팔리는 참이슬 클래식(이하 기준 360㎖)과 참이슬 후레쉬의 도수는 각각 20.1도, 18.5도이다. 처음처럼은 18도이며, 순한 처음처럼은 16.8도이다.

주류업계가 순한 소주 출시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배경은 목 넘김이 부드럽고, 여성 애주가를 포함해 순한 맛의 술을 즐기려는 소비자들이 증가하는 추세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주류업체들이 도수를 내리는 이유는 진짜 이유는 수익 증가 때문이라는 주장도 있다.

한 업계 전문가는 “하이트진로와 롯데주류가 알코올 도수를 낮춤으로써 제조원가를 줄이고 판매량을 늘이는 일석이조(一石二鳥) 효과를 얻고 있다”며 “알코올 도수가 1도 낮아지면 원료비가 줄어 소주 한 병당 수익이 3∼4원가량 늘어날 뿐 아니라 도수를 낮추면 덜 취하게 돼 소주 소비량이 늘어나게 된다”고 설명했다.

참이슬과 처음처럼의 맛 차이를 알고 드십니까

회원만 1만명이 넘는 모 산악회 회장인 문병욱(47)씨는 산행 후 뒤풀이를 하면 항상 소주로 '처음처럼'을 주문한다. '참이슬'을 좋아하는 회원은 불만이 있어도 묵묵히 따라가거나, 따로 주문해야 한다. 문 회장은 “처음처럼이 목넘김이 부드럽고 뒷맛이 달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 숙취가 덜한 것 같다”고 답했다.

국내 소주의 대표격인 참이슬과 처음처럼의 맛은 어떻게 따를까? 애주가들 사이에서도 호불호가 갈리고 특정 브랜드만 고집하는 이들도 있다. 두 소주의 맛 차이를 모른다고 하는 사람도 많다. 실제로 생활체육 배드민턴 동호회 40여명을 대상으로 참이슬과 처음처럼의 블라인딩 테스트를 한 결과 2/3은 맞혔으나 1/3은 모르겠다고 하거나 다른 소주를 찍었다. 맞힌 이들의 공통된 의견은 테스트라는 생각을 하지 않고 마실 때는 잘 모르겠는데, 차이를 감별하려고 마실 때는 미세한 맛 차이가 난다고 밝혔다.

두 소주업체 입장에서는 맛 차이를 모르겠다는 사람들이 야속할 것이다. 참이슬은 대나무 활성숯 정제 과정을 도입해 깔끔한 맛을 강조한다. 참이슬 관계자는 “소주 특유의 톡 쏘는 맛과 향은 지키면서도 깨끗한 맛으로 최적화했다”고 말했다. 이에 반해 처음처럼은 소주 원료의 80%를 차지하는 물을 ‘알칼리 환원수’로 바꾸고, 목 넘김이 좋은 소주라는 인식을 강조하고 있다.

누가 소주 시장 점유율 1위인가?

전국 소주 시장은 대략 1조6,000억 정도로 추산되고 있다. 이 중에서 수도권이 8,000억원을 차지해 서울과 경기도를 잡으면 소주 시장의 반을 차지한다. 한국주류산업협회는 과당경쟁 분위기를 조장할 수 있다는 이유로 지난해 3월 이후 점유율 공개를 하지 않고 있지만 증권가에서는 하이트진로(참이슬) 45∼48%, 롯데주류(처음처럼) 17%, 무학(좋은데이) 14%, 금복주 10%, 보해 4% 정도로 보고 있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참이슬의 시장점유율은 50%에 가깝다. 2위 업체인 처음처럼과 비교하면 거의 3배 가까이 차이가 난다”며 “대기업 배경과 참이슬 흠집내기로 도전해오지만 결코 비교 대상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롯데주류 관계자는 “시장점유율에서 참이슬과 차이가 나는 것은 인정한다”면서도 “여기에는 견고하게 굳어져 있는 이미지 영향도 있다. 아버지 세대가 마시는 술을 보고 자란 대학생 아들이 막연히 참이슬을 선택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 밖에 지역 애향심도 언급했다. 경월-두산-롯데로 이어지는 처음처럼은 강원도가 지역 기반이었던데 반해 진로-하이트진로로 내려오는 참이슬은 수도권뿐 아니라 전국 소주로 통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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