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운 패딩 가격 잇따라 인상… 고가 수입 패딩도 공세 가속

부모들의 등뼈가 휠 정도로 비싸다는 이유로 ‘등골 브레이커’로 불리는 다운 패딩의 가격이 잇따라 올랐다. 패딩 가격에 거품이 끼었다는 논란이 다시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아웃도어 브랜드는 원자재 값이 올랐다는 이유로 이번 시즌에 판매하는 패딩의 가격을 잇따라 인상했다. 지나치게 비싸다는 비난이 빗발치자 가격 인상을 자제하다가 논란이 주춤하자 슬그머니 다시 값을 올리는 모양새다.

실제로 K업체의 경우 간판 제품의 가격을 지난해 47만원에서 올해 49만5,000원으로 5.3%(2만5,000원) 올렸다. B업체는 신기술을 적용한 일부 패딩의 가격을 5.9%가량 올렸다. 또 다른 업체도 전체적으로 패딩 출고가를 5%가량 인상했다.

일부 업체는 가격 인상을 자제하고 있다. 하지만 40만원 이하 신제품을 구경하기 힘들 정도로 전체적으로 패딩이 비싼 게 사실이다. 충전재 함량이 많거나 보온 기술을 추가한 제품의 경우 70만~90만원대를 호가하기도 한다. 100만원이 넘는 제품도 있다. 내피와 외피가 분리되는 N사의 구스다운 패딩의 가격은 무려 180만원이다.

주요 아웃도어 브랜드는 2011년 가격 거품 논란이 거세게 일자 지난해까지 가격 인상을 자제해왔다. 대놓고 가격을 올리기 힘들어지자 일부 기능 및 사양을 업그레이드하는 방법으로 패딩의 가격을 조금씩 올렸다. 그러다 거위ㆍ오리 털 가격이 두세 배 올랐다는 걸 이유로 들어 올 시즌 패딩 다운의 가격을 잇따라 올렸다.

패딩은 아웃도어 업체의 효자 상품이다. 전체 매출의 절반 이상을 패딩이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 만큼 한국에선 패딩이 잘 팔린다. 오리ㆍ거위 털을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이 소비하는 나라가 한국(1위는 미국)이다. 아웃도어 업체는 올해는 추위가 일찍 찾아온 만큼 다운 패딩 특수를 누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며 패딩 판매에 열을 올리고 있다.

소비자들은 패딩 가격에 거품이 끼었다고 주장한다. 정도가 지나칠 만큼 비싸다는 것이다. 송모(38)씨는 “구스다운 점퍼를 사려고 백화점에 갔더니 맘에 드는 건 다 50만원이 넘더라. 양복 두 벌 가격이라 망설이다 구입을 포기했다”고 말했다.

아웃도어 브랜드의 패딩 값이 비싼 건 ‘고가 마케팅’ 때문이다. 실제로 아웃도어 제품의 마진율은 다른 의류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은 편이다. 고가 브랜드 의류, 비싼 제품에 끌리는 소비자들의 심리를 아웃도어 브랜드들이 이용하고 있는 셈이다.

아웃도어 업체가 패딩 값을 올리는 이유로 다운 등 원자재 가격 인상을 드는 건 ‘핑계’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있다. 품질과 원산지에 따라 다르지만 구스다운 충전재 1kg의 가격은 12만~15만원이다. 1kg으론 경량 재킷 여섯 벌을 만들 수 있다. 최근 한 의류업체가 4만9,000원짜리 구스다운 재킷을 출시할 수 있었던 까닭이다. 빵빵한 헤비 구스다운을 만드는 데도 500g 이상 필요하지 않다. K업체의 55만원짜리 최고급 헤비 구스다운 제품에는 340g의 거위털이 들어간다.

아웃도어 제품의 가격 거품이 심하다는 지적이 잇따르자 서울 YMCA는 공정거래위원회에 아웃도어 업체의 가격 폭리 실태를 조사해 조치를 취하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국산 제품은 우습게 보일 정도로 값비싼 수입 패딩이 한국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는 데 있다. 캐나다구스와 몽클레르가 고가 패딩의 양대 산맥을 형성한 가운데 에르노, CMFR, 파라점퍼스 등의 프리미엄 수입 패딩이 소비자들을 유혹하고 있다. 이들 제품의 가격은 100만~200만원대다. '신 등골 브레이커'로 불린다.

김모(42)씨는 “한국이 두 번째로 춥거나 인구가 많은 나라도 아닌데 오리ㆍ거위 털 소비량이 세계 2위라니 깜짝 놀랐다”면서 “남들이 입고 다니면 일단 입고 보는 소비자들의 인식도 바뀌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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