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가전 전쟁 ⑦ 가·제습기 편]
본연 기능 충실한 단일기 vs 여러 기능 갖춘 복합기
가습기 살균제 파동 후 '에어워셔'로 명칭 변경
에어워셔 '공기청정기인가, 가습기인가' 논란 빚기도

가·제습기 시장은 2011년 가습기 살균제 파동 이후 위기를 겪었다. 백화점에는 이제 가습기 코너가 사라졌다. 사진=이민형 기자
[데일리한국 이민형 기자] 건조한 겨울철과 습한 장마철이 다가오면 쾌적한 실내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가·제습기를 찾는 주부들이 많아진다. 특히 아이를 키우는 가정에서는 40~60%의 적정 습도를 유지하기 위한 가·제습기는 필수 가전 제품으로 여겨진다. 장마철에는 자칫 높은 습도로 가정 내 곰팡이가 오염을 부추겨 아이들의 아토피나 땀띠를 유발하고, 겨울철에는 난방 때문에 실내 습도가 20% 이하로 떨어져 호흡기가 건조한 아이들이 감기에 노출되기 쉬워지는 탓이다. 공기와 관련된 거주 환경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가·제습기 시장은 꾸준히 몸집을 불려가고 있다.

"어떤 회사 제품이 가장 많이 팔려요?" 가·제습기를 사려고 가전매장을 찾은 주부들이 판매원에게 자주 묻는 말이다. 사실 업계에서도 확실한 시장점유율은 알 수 없다고 말한다. 가·제습기 제조사들은 하나같이 "통계 조사가 현실적으로 어려워 객관적 자료를 제시할 수 없다"고 말한다. 다만 가습기만 따졌을 경우 위니아만도가 45%가량으로 선두를 달리지만 LG전자와 위닉스가 추격하고 있다. 제습기만 분석하면 위닉스가 49%의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가·제습기 시장에선 이처럼 위니아만도, 위닉스 등을 비롯한 중견기업부터 LG전자, 삼성전자 등 대기업, 유럽에서 선두를 달리는 독일 기업 벤타코리아까지 가세해 갈수록 경쟁이 가열되고 있다.

가·제습기 시장은 2011년 가습기 살균제 파동 이후 위기를 겪었다. 당시 산모와 영·유아가 가습기 살균제로 폐가 손상되는 사건으로 불안감이 확산되면서 가·제습기 판매량이 완전히 꺾인 것이다. 2년이 지난 지금도 가습기에 대한 소비자들의 거부감은 좀처럼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자 가전업체들은 '에어워셔'라는 대체 상품을 내놓고 있다. 에어워셔는 쉽게 말하면 공기청정기에 가습 기능을 더한 복합기이다. 지난해에는 에어워셔가 공기청정기냐, 가습기냐를 놓고 성능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한국공기청정협회는 "에어워셔는 공기청정협회 인증을 받은 적은 없고, 가습을 핵심 기능으로 하는 전기용품안정인증(KC) 제품이다"는 입장을 밝혔다. 업계에서는 에어워셔가 일반 공기청정기보다 성능이 떨어진다고 보는 시각이 많아 가습의 성능을 강화한 에어워셔를 내놓겠다는 계획이다. 에어워셔는 공기청정기라기보다 '가습기'가 변경된 명칭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살균제를 쓰지 않는데다 적게나마 공기청정 기능까지 갖췄다니 소비자로서는 구미가 당길 만하다. 반면 일부 업체는 "에어워셔의 공기청정 성능 논란 탓에 올해 신제품 출시 계획이 없다"고 전했다. 한국전자정보통신산업진흥회(KEA)에서 만드는 성능 평가 기준이 정해지면 신제품을 내놓겠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제습기 코너에는 중소기업과 대기업 등이 제조한 다양한 제품들이 즐비해 있다. 가습 또는 제습만 되는 단일기부터 가·제습은 물론 공기청정 기능까지 갖춘 복합기까지 경쟁적으로 출시되고 있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단번에 가·제습기를 선택하는 것은 쉽지 않다. 다양한 브랜드 중에서 옥석을 가려내는 명확한 기준은 무엇일까. 보통 가·제습기 평가는 ▲성능 및 효율 ▲안정성 ▲편의성 ▲가격 ▲서비스센터 등을 기준으로 내려진다.

가습기 부문에서는 위니아만도가 45% 선두를 달리고 있고, 제습기 부문은 위닉스가 49%의 점유율을 보였다. 사진=위니아만도 제공

안전이 우선, 값비싼 '자연기화식' 선호한다는데… 정말 '싼 게 비지떡'일까?

"조금 비싸더라도 무조건 안전한 제품을 구입하려고 해요." 이제 막 두 살이 지난 딸을 키운다는 윤모(30·여)씨는 아이의 건강을 위해 겨울철 습도 조절용 가습기를 구입하고자 강변에 위치한 가전매장을 찾았다. "주변에 아이 키우는 엄마들이 무조건 자연기화식 제품을 사용하라고 조언하더라고요." 윤씨는 가습기 살균제의 위험성을 우려해 주로 고가의 자연기화식 제품 위주로 살펴보고 있었다.

윤씨가 언급한 자연기화식은 물에 젖은 가습 필터에 바람을 불어 증발시키는 방식이다. 물에 젖은 수건을 방 안에 널었을 때처럼 자연스럽게 수분을 기화시키는 것이다. 무엇보다 기화식은 수조의 세균이 미세한 입자에 묻어 실내로 방출될 염려가 없기 때문에 논란이 됐던 살균제를 사용할 필요가 없으므로는 주부들로서는 안심할 수 있다. 다른 가습 방식에 비해 물의 입자 크기가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작고 가벼워 습기가 멀리 전달되고, 눅눅함이 없는 것도 기화식 가습기의 장점이다.

가전업체나 유통업계는 가습기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것조차 꺼리는 분위기였다. 실제 롯데백화점 본점 가전용품 코너에서 가습기 코너를 문의하자 담당 직원은 "가습기 살균제 문제 불거진 이후, 가습기 코너를 따로 운영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가전업체의 한 관계자도 가습기 살균제 사태 이후 "삼성의 경우 '자연가습공기청정기'라는 명칭을 사용하고, LG나 위니아만도·동양매직 등 다수의 업체가 에어워셔 명칭을 사용한다"고 전했다. 에어워셔의 가습기 작동 원리는 가습기 중에서 입자가 작은 자연기화식과 같다.

정말 소비자들의 인식처럼 비싼 제품이 성능도 좋을까? 자연기화식 가습기는 10만 원대부터 60만 원이 넘는 수입품까지 다양했다. 2012년 한국소비자원이 10개 제품을 조사한 결과 가격과 성능은 무관한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조사에 따르면 '위니아만도 AWM-40PTVC'와 '동양매직 VSH-05B'가 소음과 소비전력 등 전반적인 성능이 우수하면서 유지 비용이 저렴했으며, 60만원이 넘는 '벤타코리아 LW-24 PLUS'는 동양매직 제품에 비해 가습 면적이 1.2배 넓었지만 가격은 3.6배, 소음은 40㏈ 이상으로 냉장고보다 컸다. '삼성전자 AU-PA170SG'와 'LG전자 LA-U110DW' 등 공기청정기 겸용 가습기 제품은 구조적 특성상 소음에 취약하며 무거운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기화식 제품의 성능이 반드시 가격과 비례하지는 않았다"며 "가격, 가습량, 유지 비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사용 목적에 적합한 제품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하지만 가전업체 관계자는 "비싸서 좋다, 싼 게 비지떡이라는 기준 자체는 소비자의 주관적 판단이 좌우한다"면서 "서비스센터 이용까지 고려한다면 무조건 저렴한 제품을 찾기보다는 중견업체 이상의 제품을 구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제습만 되는 단일기라고 안정성 문제에서 자유로운 것은 아니다. 한국소비자원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동양매직 DEH-254PD', '신일산업 SDH-160PC', '오텍캐리어 CDR-1607HQ' 등 3개 제품은 수평면에 대해 10도 기울어진 경사면에서 제품의 후면 방향으로 넘어져 구조 개선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업체들은 문제를 개선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작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LG전자에서는 심지어 온풍 기능을 갖춘 에어워셔를 출시하기도 했다. 공기청정, 제균, 가습 기능에 국내 최고 온풍 기능까지 추가한 것이다. 사진=LG전자 제공

"가·제습, 공기청정 등 동시 기능하는 복합기 vs 본연 기능 충실한 단일기"

코웨이는 가습과 제습은 물론 공기 청정 기능까지 한번에 할 수 있는 가·제습기를 출시했다. 계절이 바뀌어도 1년 내내 적정 실내 습도를 유지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제품은 하루 최대 10ℓ의 강력한 제습 능력을 갖춰 방ㆍ거실ㆍ주방 등 습기에 민감한 모든 공간에서 사용하기 적합하며 최대 2시간 이내에 적정 실내습도를 맞출 수 있다. 가습기로 사용할 경우 최대 380㎖/h 이상의 고른 가습 효과를 제공한다.

LG전자는 심지어 온풍 기능을 갖춘 에어워셔를 출시하기도 했다. 공기청정, 제균, 가습 기능에 국내 최고 온풍 기능까지 추가한 것이다. LG전자는 "국내 에어워셔 제품 중에서 가장 높은 47~53℃의 온풍이 공기청정 및 가습 기능과 조화를 이뤄 최상의 실내 환경을 조성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복합제품의 한계는 존재한다. 업계 관계자는 "복합 제품을 만드는 것은 해당 기능을 붙이기만 하면 되기 때문에 기술 자체가 어려운 것은 아니다"면서 "원룸에 거주하면 공간 문제로 복합제품을 선호하는 경우가 많은데, 문제는 가격과 성능"이라고 전했다. 복합제품의 경우 여러 기능이 포함되는 만큼 가격이 올라가고, 기계 자체도 커지면서 디자인 면에서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실내 전체에 고른 가습 효과 및 속도… 핵심은 '컴프레서'

제습기의 성능을 결정하는 부품은 컴프레서다. 컴프레서는 자동차의 엔진과 비유할 수 있는 것으로 제습기의 심장이다. 그래서 제품의 성능을 확인하고 싶다면 컴프레서의 원산지와 브랜드를 살펴봐야 한다. 컴프레서는 에어컨과 냉장고에서도 동일하게 심장 역할을 하는 부품이다. 따라서 해당 제품을 동시에 생산하고 있는 업체의 경우 해당 기술의 노하우를 이미 축적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LG전자는 이런 성능을 강조하고 있다. LG전자가 최근 출시한 제품은 국내산 LG 컴프레서를 탑재해 지난해 제품 대비 제습 속도를 최대 20% 이상 높였다는 것이다. 에너지 효율은 동급 최고 수준의 1등급 제습 효율을 달성해 경제성을 획득했고, 소음 문제는 저소음 모드로 작동하면 소음 크기가 31dB(데시벨) 정도로 도서관에서 나는 소음보다 낮은 수준을 구현했다.

소음 잡고, 조명으로 디자인까지… 소음 및 디자인은 대기업 제품이 우세

보통 제습기의 소음은 최대 조건에서 36 ~ 44dB로 8dB의 차이, 최소 조건에서는 30 ~ 40dB로 10dB의 차이가 났다. '위니아만도 WDH-164CGWT', '삼성전자 AY15H7000WQD', 'LG전자 LD-159DPG' 등 3개 제품이 최대 소음 조건과 최소 소음 조건 모두 평균(최대 40dB, 최소 35dB) 미만으로 나타났다. 특히 삼성전자 AY15H7000WQD' 제품이 최대 소음 조건에서 작동할 때는 36dB, 최소 소음 조건에서 작동하는 경우에는 30dB로 대상 제품 중 소음이 가장 작았다.

디자인 부문에서는 LG전자가 앞섰다. 'iF디자인'과 '레드닷디자인' 본상 수상에 이어 미국 산업디자이너협회(IDSA)가 주관하는 국제디자인상인 'IDEA'에서 최고상인 금상까지 휩쓸며 디자인 경쟁력을 과시한 것이다. 제품은 기존 제품과 달리 둥근 형태의 매끄러운 디자인으로 간결미와 안정감을 강조했다. 작동 상태에 따라 LED 조명 밝기가 바뀌는 무드 라이팅으로 감성적인 측면도 부각시켰다. IDEA 심사위원은 "간결하면서도 매끄러운 원형 디자인은 어디서든 돋보일 것"이라며 "우수한 기술로 아름다운 디자인을 구현한 놀라운 제품"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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