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가전 전쟁 ④ TV편]
삼성·LG, 세계 시장 55.1% 차지
삼성 '몰입감' LG '화질'로 승부
매번 혁신 기술 내놓는 경쟁 관계이자 동반자
중국 등 외국 가전업체 추격 만만치 않아

삼성전자는 올 상반기 세계 TV시장에서 30.7% 시장점유율로 1위를 차지했다. 그 뒤를 이어 LG전자가 시장점유율 16.7%를 기록했다. 삼성과 LG의 점유율 합계는 47.4%로 전 세계에서 팔리는 TV 2대 중 1대는 양사 제품이라고 할 수 있다.
[데일리한국 장원수 기자] 세계 TV시장 1, 2위인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최근 TV시장의 새로운 먹거리로 부상한 UHD(Ultra High Definition·초고선명) TV시장에서도 독보적인 위치를 점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상반기 전 세계 UHD TV시장에서 매출액 기준 시장점유율 36.6%로 1위에 올랐다. 2분기도 43.4%의 시장점유율로 1분기 21.6%에서 2배 이상 상승했다. 특히 중국 UHD TV시장에서 2분기 32.1%, 상반기 22.2%의 점유율로 중국 업체들을 제치고 1위에 등극했다. 삼성전자가 중국 UHD TV시장에서 1위를 차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삼성은 중국·일본 업체들에 비해 중국 UHD TV시장에 늦게 뛰어들었지만 보급형 모델을 강화하면서 점유율을 대거 끌어올렸다.

LG전자도 상반기 UHD TV시장에서 11.4%의 점유율을 기록하면서 2위로 올라섰다. LG전자는 지난해 4분기 6.9% 점유율로 8위에 머물렀지만 점유율을 두 자리 수까지 끌어올렸다. 2분기로 한정하면 양사의 세계시장 점유율은 55.1%에 달한다. 전 세계에서 팔린 UHD TV 2대 중 1대가 양사 제품이라고 할 수 있다. 과히 UHD TV시장의 ‘절대지존'(絶對至尊)이라고 할 수 있다. 뒤를 소니(9.9%)와 중국업체 하이센스(9.7%), 스카이워스(8.8%)가 따르고 있지만 간격의 차가 크다.

올 2월 삼성전자 서초사옥 다목적홀에서 열린 세계 최초 삼성 커브드 UHD TV 미디어데이에서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김현석 사업부장이 커브드 UHD TV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제공

'UHD TV=삼성' 공식 만들겠다

양천구 목동에 사는 정모(40)씨는 주위에서 삼성 UHD TV의 수출용과 내수용의 화질이 다르다는 이야기를 듣고 미국에 사는 친척에게 삼성 UHD TV 구입을 부탁했다. 운송비와 여러 비용을 부담하고 나니 괜히 해외에서 TV를 구입했다는 생각도 있었지만 화질은 국내 TV보다 확실히 나은 것 같았다. 그는 전문기사를 불러 설치를 의뢰했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 측은 “해외시장에 파는 UHD TV와 국내에 파는 UHD TV의 화질이 다르다는 말은 근거 없는 주장”이라며 “LG를 비롯한 유수의 기업들로부터 견제를 받고 있지만 올 상반기에 평면 UHD TV 40·50·55·65·85형, 커브드(곡면) UHD TV 55·65·78·105형 등의 제품을 투입해 UHD TV라면 삼성이라는 등식이 성립됐다”고 말했다.

삼성은 기존 TV가 LG에 비해 화질이 떨어진다는 평을 들었다. 이를 대폭 개선한 것이 UHD TV이다. 특히 커브드 UHD TV는 지금까지 삼성이 지닌 기술력이 집대성된 완결체라는 설명이다.

삼성 커브드 UHD TV는 이전 모델에 비해 화질과 몰입감 등에서 차원을 달리한다. 3~4m 거리에서 최적의 몰입감을 주는 4,200R(반지름이 4,200㎜인 원의 휜 정도)의 곡률을 적용했다. 화면의 영상을 자동으로 분석해서 배경과 사물을 구분하고 각기 다른 깊이감을 제공하는 ‘원근 강화 엔진’으로 안경 없이도 3차원(3D) 영상을 보는 것과 같은 생생한 입체감을 표현한다.

삼성전자 측은 “얇은 화면 테두리(베젤), 실제보다 화면이 커 보이는 파노라마 효과로 측면에서 봐도 곡면TV가 평면TV보다 더 선명한 화질과 몰입감을 제공한다”고 자신했다. 또 “기존 풀HD TV보다 4배나 많은 800만 화소를 한 화면에 담아내면서 소비자들에게 선명한 화질과 편안한 시청감을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커브드 UHD TV는 ‘쿼트코어 플러스 프로세서’를 장착해 이전 세대보다 두 배 빠른 다중작업(멀티태스킹)을 지원한다. TV를 보다가 정보를 찾거나 쇼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이용하기 위해 스마트폰·태블릿을 꺼낼 필요 없이 실시간 방송을 보면서 인터넷 검색, 유튜브 영상보기, 스마트TV 앱 이용 등을 할 수 있다.

미국 ABC 뉴스도 “삼성 커브드 UHD TV는 TV 화면을 보다가 앱 어플리케이션을 다운로드 받을 수 있고, 게임을 즐기거나, 추가 콘텐츠를 재생할 수 있다”라며 “처음 TV를 켜면 화면 아래쪽에 좋아하는 TV 프로그램, 인기 주문형비디오(VOD), 자주 쓰는 앱 등이 미니 아이콘으로 생성돼 원하는 콘텐츠로 바로 갈 수 있다”고 전했다.

커브드 UHD TV는 이 밖에도 인터넷 검색과 실시간 방송, 앱 서비스를 동시에 한 화면에서 즐길 수 있는 ‘멀티 링크 스크린’, 전원 버튼을 누르자마자 바로 TV 전원이 켜지는 ‘인스턴트 온’ 등의 스마트 기능을 담았다.

최근 삼성은 커브드 UHD TV에서 한발 더 나아간 벤더블 UHD TV를 시장에 내놓았다. 벤더블 UHD TV는 휘어져 있는 것에 그치지 않고 화면을 자유자재로 휘었다 펼 수 있다. 패널 뒷면에 붙어 있는 별도의 ‘판’과 패널과 판을 연결해 주는 풀무처럼 생긴 연결 부품이 앞으로 펼쳐지면서 패널을 밀어 휘어지게 하고, 다시 줄어들면서 당기면 평평하게 된다.

문제는 가격이다. 올 3월 프리미엄 커브드 UHD TV의 출고가격은 65인치 790만원, 55인치 590만원이었다. 기존 평면 UHD TV보다 14.5% 가량 비싸 소비자의 지갑을 열기에는 부담되는 금액이다. 이후 커브드 UHD TV 보급형이 출시되면서 가격이 내렸다. 현재 55인치 제품은 인터넷 등에서 약 350만원 안팎에 거래된다. 하지만 아직 대중화가 되지 않은 78인치 벤더블 UHD TV의 가격은 2,000만원이 넘는다.

가전업계 관계자는 “삼성 TV는 충성도가 높은 고객이 많다. 그래서 똑같은 프리미엄급 TV라도 삼성이 LG에 비해 가격이 약간 높다”며 “특히 LG TV에는 없는 진공관 앰프를 탑재한 사운드는 스포츠 경기나 공연 실황을 볼 때 생생한 음향으로 현장감을 높여 준다”고 말했다.

지난 8월 영등포구 여의도동 콘래드 호텔에서 열린 LG전자 울트라 올레드 TV 출시행사에서 모델들이 세계 최초 울트라 올레드 TV와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LG전자 제공

LG, OLED TV 세계시장 제패

경기도 광명에 사는 양모(43)씨. 최근 TV가격이 많이 떨어졌다는 뉴스를 접하고 10년 정도 된 노후 TV를 바꾸려고 대형마트를 찾았다. 내심 TV는 ‘삼성이 좋다’는 선입견으로 매장을 찾았지만 선뜩 결정하기 힘들었다. 700만원 이상인 프리미엄급에서는 화질이 별 차이가 없었는데 170만원대 내외의 보급형 TV를 보는 순간 화질에서 삼성이 LG에 떨어지는 것을 느꼈다. 양씨는 LG 보급형 UHD TV를 선택했다.

삼성이 UHD LCD TV로 승부한다고 하면 LG는 OLED(유기발광다이오드)로 세계 시장에 도전하고 있다. LG는 지난해 1월 세계 최초로 OLED TV 패널을 양산하면서 대형 OLED TV시대를 개막했다. 또한 같은 해 4월 세계에서 가장 먼저 디스플레이가 휘어진 곡면형 OLED TV 패널을 개발했으며 올해는 곡면과 평면을 자유자재로 조절하는 가변형 OLED TV를 선보였다.

OLED이 LCD에 비해 확실히 뛰어난 점은 화질이다. LG가 지난 8월 UHD OLED TV를 출시할 때 가장 주안점을 둔 부분 역시 경쟁사(삼성)에 비해 뛰어난 화질이었다. 하현회 LG전자 사장은 “TV는 화질에 대한 고려가 우선”이라며 “OLED TV는 곡면에서 색감의 왜곡이나 화질의 변화가 전혀 없다. OLED TV는 색재현율, 명암비, 시야각 등의 장점으로 2∼3년 이내에 LCD를 대체할 게임체인저 역할을 할 것”이라고 장담했다.

실제로 LG의 울트라 OLED TV는 독자적인 WRGB(백적록청) 방식의 해상도로 3,300만개의 서브화소가 마치 실물을 보는 듯한 생생한 화질을 제공한다. 자치 발광 소자 특성상 무한대의 명암비를 구현해 어두운 색상은 더욱 어둡게 하고 밝은 색상은 더욱 밝게 해 세밀하고 풍성한 색상 표현이 가능하다.

LG OLED TV는 또한 초슬림 곡면 스크린과 나뭇잎을 형상화한 스탠드 디자인으로 화면 몰입감뿐 아니라 미적효과를 극대화했다. OLED TV 본연의 특성상 어느 위치에서 시청해도 색 변화나 왜곡이 없다. OLED는 LCD에 비해 강점이 많다. LCD와 달리 백라이트가 없어 TV를 얇게 만들 수 있다. 백라이트를 장착하는 공정이 생략돼 제조도 간단하다. 화질도 동급의 LCD TV보다 좋다는 게 업계의 일반적인 설명이다.

LG전자는 지난달 55인치 곡면 풀HD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TV를 국내시장에 출시했다. 판매가격은 캐쉬백 할인 등을 포함 399만원이다. 지난해 4월 출시한 동일한 품질의 제품이 출고가격이 1,500만원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15개월 만에 가격이 75%나 떨어진 셈이다.

가전업계 관계자는 “삼성의 평면 UHD TV가 나오고 이후 LG의 울트라 OLED TV가 나왔다. 삼성의 커브드 UHD TV는 LG의 울트라 OLED TV를 보고 카피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며 “프리미엄급을 제외한 보급형에서는 화질에서 삼성이 LG에 비해 떨어진다”고 말했다. 그는 “국내에서는 LG가 삼성보다 더 많이 팔리는 편이다. 삼성이 해외 시장점유율이 높은 것은 글로벌 네트워크 마케팅에서 뛰어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中 가전업체 최대 복병으로 부상

국내에서 UHD TV를 출시하는 곳은 삼성과 LG 외에 오디오 전문회사인 인켈이 있다. 두 회사와 달리 인켈은 올 9월 40치 UHD TV를 출시했다. 기본적으로 오디오 명가답게 깨끗하고 맑은 소리로 음향의 울림이 다르다. 잡음 없이 깨끗하고 맑은 소리의 비결은 돌비 라이선스 기술로 디지털 사운드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인켈의 40인치 UHD TV는 온라인에서 70만원 안팎에서 구입할 수 있다. 삼성전자의 UHD TV 50인치 가격이 265만~500만원인 점을 감안하면 최대 9분의 1 가격이다. 가격경쟁력에서 삼성과 LG 두 회사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 소니 역시 지난달에 75인치와 65인치 UHD TV를 출시했다. 소니는 HD(고화질)의 곡면TV를 선보인 바 있으나 UHD 화질의 곡면TV를 내놓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삼성과 LG를 위협하는 가장 무서운 복병은 중국 회사들이다. TCL을 비롯해 하이얼과 레노버 등 중국 전자업체들이 무서운 기세로 한국업체들을 추격하고 있다. 가격 경쟁력은 물론이고 최근엔 기술과 디자인에서도 한국 업체를 따라오고 있다. 지난달 열린 유럽 최대 가전전시회 ‘IFA 2014’에서 중국 업체들은 커브드 UHD TV와 OLED TV를 내놓으며 더 이상 하드웨어가 삼성과 LG의 전유물이 아님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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