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소문 늘어 광고 효과 뛰어나… 휴대전화 업계 과열
패러디 대상으로 삼은 광고도 함께 웃는 모범 광고도

자사 제품과 타사 제품을 대놓고 비교하는 광고가 대세로 자리 잡았다. 애플의 '밴드 게이트'를 겨냥해 제작한 삼성전자의 유튜브 광고(맨 위)와 LG전자의 트위터 광고(가운데). 상당수 패러디 광고가 경쟁사를 조롱하는 데 반해 '왕뚜껑'의 팬택 광고 패러디(맨 아래)는 팬택의 인지도를 높이는 데도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난해 위메프의 유튜브 광고가 소셜커머스 업체를 발칵 뒤집었다. ‘국민욕동생’으로 불리는 모델 김슬기는 이 광고에서 "그녀는 잘 사는 줄 알았습니다"라고 말하며 위메프 경쟁사인 쿠팡의 ‘내가 잘 사는 이유’ TV광고를 패러디했다. 김슬기가 쿠팡 광고 속 전지현과 똑같은 옷을 입었을 정도로 위메프의 패러디는 노골적이었다. 영상에서 김슬기는 누가 들어도 쿠팡을 연상시키는 ‘구팔’에서 비싸게 샀다고 한탄하다 여행가방을 밟으며 "나 글로벌 호구 됐어"라고 분통을 터뜨린다.

자사 제품과 타사 제품을 대놓고 비교하며 경쟁사를 ‘디스’ 하는 광고가 일상화하고 있다. 요즘 비교 광고를 가장 치열하게 제작하는 곳은 휴대전화 업계다.

삼성전자는 2일 공식 블로그의 한국어ㆍ영어 페이지에 ‘갤럭시노트4는 대둔근의 힘을 견딘다(Samsung Galaxy Note 4 Endures the Gluteus Maximus)’라는 제목의 유튜브 영상을 공개했다. 대둔근은 큰볼기근으로도 불리는 엉덩이 근육이다.

삼성전자는 영상에서 "우리의 엉덩이는 생각보다 강하다"면서 "예를 들어 지갑과 신용카드, 포크, 스마트폰을 엉덩이(주머니)에 넣고 깔고 앉으면 휜다"고 설명한다. 그러면서 갤럭시 노트4는 강하기 때문에 휘지 않는다고 말한다. ‘밴드 게이트’에 휩싸인 애플 아이폰6플러스를 비꼬는 광고인 셈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에도 아이폰 이용자의 부모들이 갤럭시S4 카메라의 기능을 신기해하는 모습을 담은 광고를 내보낸 바 있다.

LG전자도 애플을 겨냥한 비교 광고를 내놨다. LG전자 프랑스법인 공식 트위터는 아이폰6플러스와 자사의 스마트폰 G플렉스를 비교하며 '우리 폰은 구부러지지 않고 자연스럽게 휘어졌다'는 트윗을 최근 게재한 바 있다.

이렇게 비교 광고가 일상화하는 까닭은 광고 효과가 뛰어나기 때문이다. 실제로 위메프는 쿠팡 패러디 광고를 내보낸 뒤 구매자 및 방문자 수, 매출액 부문에서 설립 이후 최대치를 찍은 바 있다.

비교 광고의 효과는 ‘입소문’에서 나온다. 커뮤니케이션 전문미디어 더피알이 김슬기 주연의 위메프 광고가 나간 뒤 3개월간의 소셜커머스3사(위메프ㆍ쿠팡ㆍ티몬) 온라인 여론을 조사했더니 온라인 버즈(언급)가 가장 많은 업체는 위메프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처럼 경쟁사에 ‘돌직구’를 던지는 광고는 그 효과가 뛰어나지만 비방 수위가 지나치면 경쟁사의 감정을 자극하기도 한다. SK텔레콤은 2년 전 LG유플러스 광고로 인해 속병을 앓아야 했다. LG유플러스 광고에서 대나무 숲을 걷던 혜민 스님이 양복 입은 남자와 마주치자 “세상은 바뀌는 것이 진리”라는 대사가 나간다. 혜민 스님이 휴대폰으로 개그 프로를 보며 웃음을 터뜨리자 “새로운 세상에서는 가끔 즐기셔도 좋습니다”라는 문구가 등장한다. 이 광고는 1988년 SK텔레콤 광고의 패러디다. SK텔레콤 광고에서 한석규는 스님과 함께 대나무 숲을 걷다 벨이 울리자 휴대폰을 끈다. 이어 ‘새로운 세상을 만날 때 잠시 꺼두셔도 좋습니다’란 문구가 뜬다. ‘LTE 서비스만큼은 자신 있다’ 걸 과시하는 LG유플러스의 광고가 나가자 SK텔레콤은 누구에게 하소연도 못하고 분통을 터뜨려야 했다.

날선 비교 광고의 부메랑이 자사에 돌아오는 경우도 있다. LG전자 프랑스법인의 경우 애플의 ‘밴드 게이트’를 겨냥한 광고를 트위터에 올린 직원이 아이폰 사용자로 드러나 망신살이 뻗친 바 있다.

이와는 달리 패러디 대상으로 삼은 광고의 광고주마저 웃음 짓게 만드는 광고도 있다. 한국야쿠르트 용기면인 ‘왕뚜껑’의 광고가 대표적이다.

팬택의 스마트폰 ‘베가 아이언’ 광고를 패러디한 개그맨 김준현 주연의 이 광고는 “뚜껑에도 영혼이 있다면 뜨거운 김을 두려워 않고 견디는 인내와 어떤 시련에도 맛을 지켜내는 책임감, 덜어서 나눠 먹을 수 있는 따뜻함을 가졌을 것입니다. 단언컨대 뚜껑은 가장 완벽한 물체입니다”라는 광고 문구로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왕뚜껑’ 제작진은 패러디 광고를 만들기 전 팬택 측에 양해를 구했고, 팬택 측은 제품 영역이 겹치지 않은 데다 자사 제품 인지도도 높이는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만큼 기쁜 마음으로 패러디를 허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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