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회 불평등이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권영민 인턴기자 multi@hankooki.com
‘개천에서 용 난다’는 말은 이젠 실현 불가능한 옛말이 된 걸까. 한국 사회 불평등이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임금 격차를 비롯해 가구소득별 학력 수준의 차이가 크게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19일 한국재정학회와 서울대 분배정의연구센터가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공동으로 주최한 '위기의 자본주의: 바람직한 재분배 정책의 모색' 정책 토론회에서는 소득과 기회의 불평등이 확대되고 있다는 지적이 적지않게 제기됐다.

안주엽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에 따르면 가구소득이 최저생계비에 미치지 못하는 '절대빈곤율'은 7.6%, 중위소득의 절반에 미치지 못하는 '상대빈곤율'은 14%이며 65세 이상 노인의 상대빈곤율은 49%에 이른다. 반면 정부의 조세 정책에 따른 빈곤율 개선 효과는 14% 수준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은 60%, 스웨덴은 80%, 일본은 45%, 미국은 35%인 것과 비교하면 매우 낮다.

임금소득 불평등의 경우 1994년 이후 상황이 악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위 10% 대비 상위 10%의 임금소득은 1994년 3.6배에서 2008년 4.8배로 늘었다. 기업규모에 따른 격차나 비정규직·정규직 간 차이도 큰 것으로 나타났다. 10∼30인 소기업 대비 300인 이상 대기업의 임금 수준은 1990년 1.32배에서 2010년 1.68배로 상승했다. 특히 비정규직 비율은 30%대에 이르는데, 이들의 임금은 정규직 대비 56%에 그치고 있다. 비정규직 사회보험 적용 비중도 40%가량으로 정규직의 60∼70%에 비해 상당히 낮았다.

주병기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가구소득에 따라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에도 격차가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고 발표했다. 특히 외국어 영역의 경우가 심했는데, 저소득 학생 상위 10% 평균 점수가 고소득 학생 상위 30%의 점수에 미치지 못했다. 저소득 학생 상위 30%의 평균 점수는 고소득 학생 상위 과반수의 평균 점수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리 영역에서도 비슷한 양상의 점수 격차가 있었다.

주 교수는 "성적 분포에서 나타나는 기회 불평등은 고소득가구 학생과 저소득가구 학생 간 '혼자 공부하는 시간'과 '사교육비'의 차이에서 나타나는 것으로 보인다"며 "기회 불평등을 줄이려면 열악한 환경에 있는 학생들이 혼자 공부하는 시간을 늘릴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마련하거나, 사교육 혹은 이와 같은 효과를 갖는 교육의 도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하솔잎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전문연구원과 이우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미국 국민보다 한국 국민이 '재분배'에 대한 선호도가 높다고 설명했다. '고소득자와 저소득자 간 소득 차이를 줄이는 것은 정부의 책임이다'라는 명제에 찬성하는 비율이 미국은 30.3%, 한국은 69.0%였다는 것이다. 또 한국에서는 소득수준이 높을 때보다 낮을 때, 교육수준이 낮을 때보다 높을 때 재분배 정책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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