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부지에 대한 ‘승자의 저주’가 시작됐나. 한전부지를 현대차가 10조5,500억원으로 인수한 18일 현대차·현대모비스·기아차 등 현대차 그룹 계열사의 주가는 일제히 하락했다. 하루동안만 무려 8조 5000억원이 증발했다.

이날 주식시장에서 현대차는 전날보다 9.17% 내린 19만8,00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현대차 주가가 20만원을 밑돈 것은 작년 6월 17일 이후 처음이다. 시가총액만 약 4조4,000억원이 감소했다. 현대모비스도 전날보다 2만2,000원(7.89%)내린 25만7,000원에 거래됐고, 기아차도 7.80% 하락했다.

증권 전문가들은 “이번 부지 매입에 큰 돈을 들이는 것은 그동안 투자자들이 기대했던 배당과 연구개발비의 재원을 허무하게 쓰는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자동차를 연간 30만대 생산할 수 있는 공장 1개를 건설하는데 1조원이 드는 것을 고려하면 토지 구입에 15조원(기부채납 포함) 가까운 돈을 쓴다는 것은 과한 수준이기 때문에 단기적으로 주가에는 악재”라고 보고 있다.

하지만 현대차그룹의 주가가 중장기적으로는 다시 상승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시중 은행금리가 2% 수준이기 때문에 일부 자금을 대출로 메우더라도 타격이 크지 않다는 것이다. 5조원을 자체 조달하고 나머지 5조원을 대출로 메운다 하더라도 연간 금리는 1,000억원 수준에 불과하기에 타격이 크지 않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현대차의 올해 세전 이익은 11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한편 현대차그룹과 경합을 벌였던 삼성전자는 전날보다 1만6,000원(1.31%) 하락한 121만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한국전력은 5.82%(2,550원) 오른 4만6,400원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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