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수입차 100만대 시대의 빛과 그림자 ③]수입차 유예할부, 얕봤다간 빚 떠안을 수도매우 비싼 수리비·렌트비… 국내차 보험료 부담 이어져

수입 자동차를 유예 할부 상품으로 구매했다가 낭패를 보는 젊은이들이 적지 않다. 높은 수리비와 렌트비로 인한 보험료 부담도 문제로 제기되고 있다. 사진=신수지 기자 sz0106@hankooki.com

*편집자 주= 국내에 등록된 수입 자동차가 최근 100만대를 넘어섰습니다. 하지만 고가의 수리비와 무성의한 AS, 할부금융 피해 등 수입차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소비자들의 불만도 커지고 있습니다. 수입차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빛과 그림자를 심층 분석하는 기획 기사를 세 번째로 연재합니다.

[데일리한국 신수지 기자] "하루 커피 두 잔 값으로 수입차의 주인이 될 수 있습니다. 꿈을 이루세요."

 

 

 

자동차 보험 가입 대수. 사진=보험개발원

 

직장인 김 씨(31)는 3년 전 이 같은 광고를 보고 4,000만원을 좀 넘는 가격으로 수입차를 구입했다. 선수금으로는 1,500만원가량 지불했고, 월 할부금은 30만원 정도여서 대기업에 다니고 있는 김씨로서는 별다른 문제가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딜러로부터 할부 구매할 경우 할인 혜택이 있다는 말도 들었기에 탁월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얼마 전 청천벽력 같은 잔금 상환안내서를 받아 보고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김씨가 간과하고 있었던 것은 1,500만원의 선수금 외에 나머지 3,000만원가량을 할부 기간이 끝나면 전액 상환해야 한다는 점이었다. 지난 3년 간 갚아온 할부금은 모두 할부원금에 대한 이자였던 것이다. 결혼을 앞두고 목돈이 필요했던 그는 눈앞이 깜깜해졌다. 자동차 판매에 급급했던 딜러는 할부 프로그램에 대해 충분한 설명을 하지 않았고, 구매자도 계약 내용과 경제적 여건을 제대로 파악하지 않은 채 구입을 결정하면서 벌어진 사태다.

달콤한 유예 할부 구매의 함정… 카푸어 전락 위기

 

 

외산차 손해 특성. 사진=보험개발원

김씨처럼 당장 저렴한 가격에 수입차를 탈 수 있다는 생각에 차를 구입했다가 ‘카 푸어'(Car Poor)로 전락할 위기에 몰린 소비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유예 할부 프로그램은 차 가격의 일정 부분만 선납하고 잔액(일반적으로 차 가격의 60%)에 대해서는 2~3년 동안 이자를 낸 뒤 그 기간이 끝나면 유예 금액을 일시에 내는 상품이다. 수입차를 타고 싶지만 현재 갖고 있는 돈이 적은 사회 초년생들에게 매력적으로 느껴질 만하다.

문제는 할부 기간이 끝난 후 내야 하는 잔여원금이 크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대부분의 수입차 영업사원들은 차량 가격 할인 혜택 등을 제시하며 고객들이 해당 수입차 업체의 관계 금융사를 이용하도록 유도하는 경우가 많다. 차후 고객들에게 엄청난 부담으로 돌아올 수도 있다는 것을 알지만, 판매율을 높이기 위해서다. 실제로 한 관계자는 “영업사원들이 고객들로 하여금 금융 상품을 이용하게 하는 것도 성과급이나 인사 고과에 반영이 된다”고 귀띔했다. 초기 비용이 적다고 얕봤다간 3년 뒤 김 씨처럼 날벼락을 맞을 수 있다.

차량가의 60% 정도라면 차를 팔아 갚으면 되지 않느냐고 반문할 수 있겠지만 이마저도 녹록지 않다. 지난해 SK엔카 조사 결과 3년 된 수입차 모델 20개 중 신차 대비 60% 이상의 가격을 받는 것은 두 종에 불과했고, 대부분 40% 이하 수준이었다. 차량은 부동산에 비해 감가상각비가 낮아 처음 구입 금액에 훨씬 못 미치는 가격에 거래되기 일쑤인데다 유예금을 내지 못해 중고차 시장에 유입되는 수입차가 크게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수입차 유예할부로 실질적인 이득을 얻는 쪽은 수입차 업체와 관계사들뿐인 셈이다. 실제로 대부분의 수입차 회사들은 계열 금융사를 설립해 자동차 할부로 몸집을 불려왔다. 나이스평가정보에 따르면 BMW코리아 파이낸셜서비스, 메르세데스 벤츠코리아 파이낸셜서비스, 폭스바겐코리아 파이낸셜서비스, 한국토요타 파이낸셜서비스 등 주요 수입차 관계 금융사의 합산자산은 지난 5년 동안 2배 이상 증가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수입차 업체들이 관계 금융사 프로그램을 통해 수입차에 대한 접근 장벽을 낮춰준 것은 사실이지만, 3년 후 찾아오는 원금상환금액 부담은 큰 문제”라면서 “현재로서는 수입차 업체와 관련 부처에서 유예할부 프로그램에 대해 소비자들에게 정확히 인지시켜주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비싼 수리비, 렌트비…국내차 보험금 부담으로 이어져

수입차에 있어 보험 문제도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다. 지난해 수입차의 개인용 보험가입 대수는 70.3만대로 2009년 대비 135.1% 증가했다. 비싼 수리비와 렌트비로 보험금이 새 나가면서 수입차는 자동차보험 손해율을 악화시키는 주범이 되고 있다. 이로 인한 부담은 국산차 운전자들에게 크게 전가될 수 있다. 보험사들이 지급해야 할 보험금이 늘어나 전체 운전자의 보험료 인상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보험개발원에 따르면 수입차의 경우 부품값, 공임, 도장료 등 수리비가 기본적으로 국산차보다 훨씬 높은데다 '미수선 수리비' 또한 평균 240만원으로 국산차(62만원) 대비 3.9배 높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미수선 수리비란 보험사고시 차량에 대한 수리를 하지 않은 상태에서 보험사로부터 예상되는 수리비를 직접 수령하는 것을 말한다. 최근 5년 간 미수선 수리비 연평균 증가율은 국산차의 경우 10.5%인 반면, 수입차는 29.1%로 급속히 증가하는 추세이다.

‘보험대차’로 불리는 높은 렌트비도 문제다. 수입차의 평균 렌트비는 131만 원으로 국산차(40만원) 대비 3.3배 높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통상 수입차는 국산차 대비 이용료 자체도 높고, 수리 기간도 길어 사고시에 렌트비가 과다하게 지급되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로 국산차인 K5 소나타의 렌트비가 16만원인 반면, 외산차 폭스바겐(2.0 TDI)은 35만원, 벤츠(C200)는 45만원 정도다. 슈퍼카로 불리는 차종의 경우에는 하루 렌트비가 100만원이 넘어갈 정도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보통 보험대차 업체에서는 사고 차량 소유자가 본인 차량보다 더 높은 수준의 차량을 대여하도록 권유하는 편이며 그보다 더 아래 단계의 차량을 대여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렌트 비용은 긴 수리 기간 때문에 더욱 높아진다. 국산차의 경우 평균 수리 기간이 4.9일인데 반해 외산차는 8.8일 정도 소요된다. 국내에 부품이 없는 경우에는 수리 기간이 보름 이상 걸리기도 한다. 때문에 차량 수리 기간 중 이용한 렌트카 비용이 차량수리비를 초과하는 비정상적인 사례도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이다. 업체와 지역별로 비용이 들쑥날쑥해 렌트비 부담은 더 커질 수도 있다.

이런 가운데 국산차 소유자가 고가의 수입차와 충돌 사고가 나면 예상 밖의 높은 보험료를 내야할 수도 있다. 두 차량 수리비의 합계금액에서 과실비율에 따라 비용을 부담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사고시 국산차 소유자가 수입차 소유자와 3:7 정도의 과실이 있을 경우 3에 대한 비용 부담이 자신의 차량을 수리하는 데 드는 비용보다 비싼 경우가 발생하는 것이다. 비용 부담 측면에서 피해자인 국산차 소유자가 오히려 가해자처럼 되는 꼴이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단순히 수입차 보험료를 더욱 올려 받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지만 전문가들은 수입차에 얽혀 있는 다양한 문제들이 풀려야 보험 문제도 해결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부품비, 수리비, 렌트비 등 근본적인 문제들이 해결된다면 수입차 보험료를 굳이 올리지 않아도 될 것”이라 언급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수입차 보험에 대한 부분은 해결해야 할 것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라면서 “수입차 수리시의 대차 비용과 부품·공임비, 비싼 수리비를 악용한 보험사기 범죄 등이 모두 개선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높은 수리비를 낮추기 위해 국토교통부에서는 자동차 제작사에서 공급하는 '순정부품'을 대체할 수 있는 '비순정 부품'의 품질을 인증해주는 대체부품인증제를 내년에 도입할 예정이다. 금융감독원과 금융위원회에서도 자동차 렌트 지급 기준 개선을 위한 ‘자동차 보험 표준약관 개정안’을 내놨다. 기존 약관 중 단순히 ‘통상의 요금’이라고 쓰여 있던 렌트비 관련 항목에 ‘자동차 대여 시장에서 소비자가 자동차를 빌릴 때 소요되는 합리적인 시장 가격’이라는 보다 구체적인 설명을 추가한 것이다. 하지만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가늠하기 어렵다. 한 업계 관계자는 “새롭게 시도되는 제도와 개정안이 긍정적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기대한다”고 했다. 하지만 다른 관계자는 “국내 외제차 업계는 차를 팔고나서가 끝이 아니라 사고가 났을 경우에도 이윤을 추구하는 구조”라면서 “그 이윤이 딜러사와 본사로 넘어가는 형태인데 대체부품인증제를 실시한다고 해서 큰 변화가 있을지는 모르겠다”고 언급했다. 이 관계자는 자동차 보험 표준약관 개정안에 대해서도 “종전과 크게 차이를 느끼기 어려울뿐더러 사실상 권고 사항에 가까운 내용인데 권고 사항을 따를 업체가 얼마나 있겠느냐”며 의문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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