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데일리한국 동효정 기자] 무려 10조원이 넘는 막대한 금액을 쏟아부으며 강남 최고의 ‘노른자 땅’인 서울 강남구 삼성동 한전부지를 인수한 현대차는 이곳에 초고층 신사옥뿐만 아니라 자동차 테마파크와 최고급 호텔, 백화점 등도 부지 내 함께 조성할 방침이다. 독일 볼프스부르크에 있는 폴크스바겐의 본사 ‘아우토슈타트’가 벤치마킹 대상이다. 2020년에 현대차의 ‘삼성동 시대’가 열리게 되는 것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18일 “현대차그룹이 한전부지 인수를 강하게 추진한 것은 지금의 양재동 사옥이 너무 협소하다는 현실적인 이유”라고 설명했다. 서울에 있는 현대차그룹 계열사는 30개사, 1만8,000명에 이르지만 양재동 사옥은 5개사, 약 5,000명만 수용할 수 있다. 나머지 계열사들은 서울시내 곳곳에 흩어져 남의 건물을 빌려 쓰는 상황이다. 이처럼 공간이 협소하다 보니 업무상의 불편함은 물론 신속한 의사결정 등에도 어려움을 겪어왔다.

때문에 현대차는 2020년까지 한전부지에 계열사를 모두 아우를 수 있는 관제탑 역할을 할 초고층 글로벌비즈니스센터를 지을 생각이다. 현대차는 글로벌비즈니스센터가 완공되면 해외행사 유치 등을 통해 2020년 기준 연간 10만명 이상의 해외 인사를 국내로 초청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한전부지를 손에 넣게 될 때까지 곡절도 많았다. 당초 부지가가 3조~4조원으로 평가되기도 했고, ‘승자의 저주’란 말이 나돌 정도로 구입 이후 그만한 부가가치를 이끌어 낼 수 있겠느냐는 회의적 전망도 나돌았다. 게다가 입찰 막판에는 삼성전자가 경쟁에 뛰어들어 재계 1, 2위 업체간 자존심 싸움 양상으로 비화하기도 했다.

이에 현대차가 당초 예상가를 훨씬 뛰어넘는 10조5,500억원을 쏟아 붓기로 한 것은 정몽구 회장의 결단이란 후문이다. 예상가보다 2~3배 높은 금액을 적어 내 경쟁자인 삼성전자를 누르게 된 데에는 결국 정 회장의 베팅이 결정적이란 평가다.

당초 현대차그룹은 현대차와 기아차, 현대모비스 등 3개 계열사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이번 입찰에 참여했다. 올 상반기 말 기준 현대차는 17조6,000억원, 기아차는 5조7,000억원, 현대모비스는 6조1,000억원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과 단기금융상품을 보유하고 있다. 땅 구입과 향후 개발 비용도 이처럼 각 계열사가 분담할 가능성이 크다.

현대차그룹이 한전부지로 이전하면 지금의 서초구 양재동 사옥은 연구단지 등을 조성할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현대차가 지금의 양재동 사옥을 사들인 것은 2000년 11월이다. 원래는 주인은 농협중앙회였지만, 구조조정 차원에서 공매에 부쳐 현대차그룹에 넘겼다.

당시 계동사옥에 있던 현대차그룹은 2000년 9월 현대그룹에서 계열분리된 뒤 분위기 쇄신 차원에서 본사 이전을 추진했다. 양재동 사옥은 당초 서관 한 건물만 있었으나 회사가 커지면서 2006년 동관을 새로 지어 현재의 쌍둥이 빌딩의 모습을 갖췄으며 현대차와 기아차가 나란히 입주해 있다. 현대차그룹은 양재동 사옥을 연구센터로 조성하는 방안 등을 검토 중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이날 “2006년 뚝섬부지로 사옥 이전을 추진했을 때 양재동 사옥은 연구소로 활용한다는 방침을 세운 적이 있다”면서 “그러나 2009년 경기도에 의왕종합연구소를 설립한 상태여서 양재동 사옥의 활용 방안을 다각적으로 검토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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