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서울 강남 한전부지 입찰에서 현대차에 밀려 탈락함에 따라 자존심을 구겼다. 이 때문에 서울 서초동 사옥과 한전부지를 잇는 테헤란로 주변을 ‘정보통신기술(ICT) 허브(중심지)’로 개발하려던 구상이 차질을 빚게 됐다.

삼성전자는 당초 한전부지를 첨단 ICT 산업 인프라와 대규모 상업시설, 다양한 문화 공간이 결합된 ICT 중심지로 개발하는 구상을 오래전부터 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에 제2롯데월드를 능가하거나 버금가는 초고층 빌딩이 짓는 방안도 검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물산이 앞서 2009년 포스코와 함께 한전 부지 일대를 114층 초고층 복합 상업시설로 개발하겠다는 구상을 세웠던 것을 고려하면, 부지만 확보했다면 이 계획을 추진하는데 큰 무리는 없었던 것으로 평가된다. 삼성전자는 이를 통해 삼성SDI와 삼성전기, 삼성디스플레이 등 흩어져 있는 전자 계열사들을 모을 계획이었다. 또 유망한 벤처 기업과 협력사, 외국계 기업 등 국내외 IT 업체들의 구미를 당기게 할 최첨단 인프라도 갖출 예정이었다.

한전부지는 국내 벤처산업의 산실인 테헤란로의 끝점에 있어, 삼성전자가 계획대로 개발을 추진했다면 주변 벤처기업은 물론 국내 벤처산업 전반에 미칠 파급 효과가 컸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특히 삼성전자는 2008년 서초동 강남사거리 부지(2만5,454㎡)에 조성된 ‘삼성타운’에 본사를 두고 있어 이번에 한전부지 매입에 성공했다면, 강남사거리와 삼성역사거리를 잇는 4㎞ 길이의 테헤란로의 시작점과 끝점을 모두 장악할 수 있었다.

하지만 한전부지 입찰에서 탈락함에 따라 이 같은 구상은 전면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삼성전자는 이후 스마트폰 사업을 대신할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아 유망한 해외 IT 기업을 발굴해 인수합병(M&A)하는 쪽으로 눈을 돌릴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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