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버드와이저, 밀러, 하이네켄.
세계 1,2위 맥주 회사의 합병설이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 올해 상반기 맥주 수입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며 국내 주류시장도 장악한 까닭에 유명 수입 맥주들의 수입원들도 술렁이고 있다.

1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은 세계 3위 맥주업체 네덜란드 하이네켄이 세계 2위 영국 SAB밀러의 인수 제안을 거절했다고 발표했다. 세계 1위 맥주업체 벨기에 AB인베브는 SAB밀러를 인수하기 위해 금융기관과 자금조달 문제에 대한 협의를 시작했다고 전했다.

AB인베브는 버드와이저, 코로나, 호가든 등을 생산하는 벨기에와 브라질의 합작사다. 글로벌 맥주시장 점유율은 19.7%. 계획대로 1,220억달러(약 126조6,300억원)에 영국의 SAB밀러를 인수하면 합병 회사 점유율은 30%에 육박할 전망이다. 이는 2008년 인베브가 520억달러에 안호이저부시(AB)를 사들인 이후 업계 최대 규모의 인수합병이 된다.

선두 업체의 먹잇감이 될 위기에 처한 사브밀러는 3위 하이네켄 인수에 공을 들이고 있다. 네덜란드의 하이네켄은 최근 사브밀러로부터 인수하고 싶다는 제안을 받았지만 대주주들이 "우리의 정통성을 잃을 수 없다"는 이유로 협상을 거부했다. 업계에서는 사브밀러가 AB인베브의 인수를 저지하기 위해 하이네켄 인수 의사를 전한 것으로 분석했다. 시장점유율이 9.6%인 사브밀러가 하이네켄(9.3%)을 인수하면 점유율이 19.7%인 AB인베브와 맞먹게 된다. 시장에선 SAB밀러가 인수 가격을 높이며 계속 M&A를 시도할 것으로 보고 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맥주 기업들의 합병 소식에 국내 주류시장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수입 맥주들의 수입을 국내 맥주 대기업이 주로 맡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합병설과 가장 연관이 깊은 국내 업계는 오비맥주다. 오비맥주는 벨기에 브랜드 스텔라와 레페, 독일의 벡스, 멕시코 코로나 등 수십 종의 맥주를 수입하고 있다. 일본 산토리 프리미엄 몰츠를 제외하고는 모두 AB인베브가 소유한 맥주 브랜드들이다. OB맥주 관계자는 "합병에 대해 확실하게 나온 결과가 없어 언급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면서 "국내 주류 시장이 수입맥주의 성장에 긴장 하고 있지만 글로벌 1등 맥주 기업인 AB인베브와의 재통합을 계기로 AB인베브의 '글로벌 품질인증 프로그램(VPO)'을 적용해 세계적 톱 브랜드와 똑같은 품질기준에 맞춰 생산할 계획이며 다양한 활동을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세계적 맥주 회사에서 전통적 맥주 소비국인 유럽과 북미 지역의 시장 성장률이 제자리 걸음이거나 마이너스인 상황에서 몸집을 키워 수익을 유지하려는 전략"이라며 "합병과 관련해서는 큰 영향을 미칠 것 같지 않다"고 설명했다. 또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시장과 아프리카는 주류시장이 계속해서 커지고 있기 때문에 다양화된 소비자들의 기호를 맞추기 위해 국내 유통업계나 주류 회사들이 수입 맥주 유통에 더욱 관심을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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