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고가, 라거보다 두세 배 비싸… 편의점서도 수입보다 비싸게 팔려
국산 에일맥주 갈수록 인기 시들… 국내 맥주 전체 매출의 고작 1%
일각선 "라거맥주와 차별화하기 위해 지나치게 고가정책 편 탓" 지적

국내 맥주 시장 전체 매출의 1%를 차지하고 있는 국산 에일맥주의 가격이 지나치게 비싼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국산 에일맥주가 추락한 이유를 놓고 분분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맥주 맛의 다양성을 확보하기 위해 주류업계가 앞 다퉈 출시한 에일맥주가 사실상 소비자들의 호응을 이끌어내는 데 실패하자 주류업계가 일반 라거맥주와 차별화하기 위해 지나치게 고가 정책을 쓴 게 원인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한국의 대중 맥주는 라거다. 하이트, 카스, OB골든라거 등이 대표적이다. 라거맥주는 하면발효 방식으로 만들어 청량감이 풍부하다. 한국 소비자들에게 인기를 끄는 이유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가벼운 맛 때문이다. 반대로 18~25도의 고온에서 상면발효로 만드는 에일맥주는 알코올 도수가 높고 색과 맛, 향이 묵직하다. 호가든, 기네스 등이 잘 알려진 에일 맥주다.

하이트진로와 오비맥주 등 주류업계가 에일맥주를 출시한 건 지난해부터다. 오비맥주가 주문자상표부착(OEM) 방식으로 생산하는 호가든이 연간 100만 상자 판매를 돌파하고 와바에서 판매 1위를 기록하는 등 에일맥주의 성장세가 심상치 않자 너도나도 에일맥주를 출시하기 시작했다.

포문을 연 곳은 하이트진로다. 지난해 9월 국내 대형맥주 제조사 최초로 퀸즈에일을 출시했다. 이에 뒤질세라 오비맥주도 에일스톤을 출시해 대응했다. 중소 맥주기업인 세븐브로이는 인디아 페일에일을 내놓았다.

에일맥주의 초기 반응은 나쁘지 않았다. 퀸즈에일은 일부 편의점에서 품귀 현상을 보이기도 했으며, 에일스톤은 일주일간 35만병을 팔아치우는 위력을 발휘했다. 그러나 소비자들의 관심이 식자 매출이 급락하기 시작했다. 실제로 올해 1~8월 이마트나 롯데마트 등 대형 마트의 국산 맥주 매출 중 에일맥주가 차지하는 비중은 0.7~1.3%에 불과하다. 같은 기간 편의점의 국산 에일맥주 비중은 0.3~0.7%에 그친 것으로 알려졌다. 오비맥주 홍보팀 관계자는 "국내 전체 맥주 시장에서 에일맥주가 차지하는 비중은 1% 내외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이처럼 국산 에일맥주가 맥을 못 추는 까닭은 일단 비싸기 때문이다. 국산 라거맥주보다 출고가가 두 배가량 비싸다. 오비맥주에 따르면 330㎖ 병맥주 기준으로 에일스톤(브라운 에일ㆍ블랙 에일)의 출고가는 1,493원으로 798.01원인 카스 후레쉬ㆍ라이트, OB 골든라거보다 두 배 가까이 비싸다.

하이트진로의 에일맥주 출고가는 훨씬 더 비싸다. 역시 330㎖ 병맥주 기준으로 퀸즈에일 블론드는 1,900원, 퀸즈에일 엑스트라비터는 2,100원이다. 반면 같은 회사에서 생산하는 라거맥주 출고가는 하이트가 795원, 맥스가 795원, 드라이d는 798원이다. 에일맥주 출고가가 라거맥주보다 두 배를 넘어 세 배 가까이 비싼 셈이다.

국산 에일맥주의 가격 경쟁력은 수입 맥주보다도 떨어진다. 수입 맥주는 비싸겠거니 생각하기 쉽지만 대형마트가 직수입한 맥주는 국산 에일맥주보다 50%가량 싸다. 편의점 상황도 다르지 않다. 유명 수입맥주는 상시 할인 등으로 편의점 소비자들을 유혹하고 있다. 실제로 기자가 한 세븐일레븐 매장에서 맥주 값을 조사한 결과 500㎖ 캔맥주를 기준으로 아사히ㆍ산토리가 2,500원에 할인판매됐다. 반면 에일스톤의 판매가는 이보다 훨씬 비싼 3,300원이었다.

주류회사는 에일맥주 생산비가 라거맥주보다 많이 든다고 말한다. 오비맥주 홍보팀 관계자는 "(에일맥주는 라거맥주에 비해) 비쌀 수밖에 없다. 카스 등 라거맥주는 원재료를 대량으로 구입해 대량생산하기 때문에 생산비를 줄일 수 있다"면서 "반면 에일맥주는 고급 재료를 사용해 소량생산하는 데다 생산 시설도 따로 마련해야 하기 때문에 생산비가 더 들어간다"고 했다. 직ㆍ간접 생산비용이 모두 라거맥주보다 비싸다는 것이다. 퀸즈에일을 만드는 진로하이트의 홍보팀 관계자는 "고급 호프를 사용하는 등 재료비가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가격이 좀 더 높다"고 말했다.

이처럼 주류회사들은 에일맥주 생산비가 라거맥주보다 훨씬 비싸다고 말하고 있지만 소비자들은 이 같은 사정을 감안해도 에일맥주 출고가가 지나치게 비싸다고 지적한다. 직ㆍ간접 생산비용을 고려해도 출고가가 세 배 가까이 비싼 건 주류회사가 프리미엄 제품이라는 이유로 고가 정책을 편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김모씨는 "절반 값이면 수입 맥주를 구입할 수 있는데 누가 국산 에일맥주를 사 마시겠나. 국산 에일맥주는 비싸도 너무 비싸다. 라거맥주와 차별화하기 위해 값을 지나치게 높게 책정한 거 아니냐"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퀸즈에일은 하이트, 맥스 등 라거 계열의 맥주와 시장 포지션이 다르다"면서 "에일맥주는 프리미엄 맥주"라며 "(퀸즈에일은) 다른 에일맥주에 비해 가격이 저렴한 편"이라고 주장했다.

일각에서는 수입맥주에 비해 맛이 떨어지는 것도 국산 에일맥주가 인기를 끌지 못하는 이유라고 주장한다. 오비맥주 관계자는 "소비자들의 주관적인 판단이 들어가기 때문에 맛에 대해 언급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면서 "맛에 대한 호응도는 좋은 편이다. 특히 블랙에일이 여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4월 1일 에일스톤을 출시했는데 세월호 참사가 터지는 바람에 시음행사를 전혀 하지 못했다"면서 "초반에 제대로 알리지 못해 판매량에 영향을 끼친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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