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통 대기업들이 택배 회사 진출에 관심을 보이면서 업계가 들썩이고 있다. 사진=농협유통
국내 유통 대기업들이 물류 사업 카드를 만지작 거리고 있다. 추석 대목을 맞아 큰 폭의 상승세를 이어갔던 택배업이 부진한 데다 농협의 택배시장 진출 검토 소식이 또 다시 전해지면서 대기업의 시장 참여에 대한 경쟁사들의 걱정이 커지고 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쇼핑은 현대로지스틱스 최대주주인 일본 오릭스가 주도한 특수목적법인(SPC)에 1,250억원 규모를 투자하기로 했다. 롯데그룹은 단순 투자라고 밝히고 있지만, IB업계와 물류업계에서는 롯데가 경영권까지 노리고 있다고 보고 있다. 이번 계약으로 현대택배를 운영하는 현대로지스틱스 지분 구조는 롯데쇼핑(35%), 오릭스(35%), 현대상선(30%)으로 바뀌게 됐다. 하지만 롯데그룹은 택배사업 진출에 대해 전면 부인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오릭스 쪽에서 전략적투자자(SI)로 롯데그룹에 지분참여를 요청해 투자하게 된 것"이라며 "택배사업 진출은 아니고 롯데그룹 물량을 처리할 물류회사가 필요해 지분참여만 했다"고 설명했다.

택배업계 한 관계자는 "롯데그룹이 일감몰아주기 등 부정적시각 때문에 택배사업진출에 대한 거론을 자제하고 있지만 오래전부터 택배사업에 관심을 가져 온 것은 ㅏ사실"이라며 "업계는 오릭스의 투자금회수 시 롯데그룹이 조건만 맞으면 현대로지스틱스를 인수해 택배사업에 진출할 가능성도 있다"고 추측했다.

전국적인 편의점 유통망을 거느리고 있는 GS도 택배 시장에 뛰어들 후보에 단골로 언급되고 있다. GS그룹은 2007년 대한통운, 올해 현대로지스틱스 인수전에도 이름이 오르내렸다. 업계에서는 GS리테일ㆍGS홈쇼핑ㆍGS왓슨스 등 유통 계열사는 물론 GS건설이나 GS칼텍스를 통한 물류 이동도 많아 일단 시장에 진출한다면 효과가 클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유통업체로서는 온라인몰과 홈쇼핑이 커지면서 그룹 내 유통망을 이용해 물류를 확보하면 이익이 보이는 것은 사실"이라고 인정하면서도 “대기업 일감몰아주기 논란 등 비판에 대한 부담도 크다”고 말했다.

기존 택배업체들은 정부를 등에 업은 농협택배에 이어 또 대기업 유통망을 기반으로 한 택배사가 출범하면 민간 택배회사의 경영난이 더욱 심각해질 것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택배시장 규모가 매년 급성장하고 있지만 실제로 택배회사들이 가져가는 이익은 줄어드는 등 경영여건은 나빠졌기 때문이다.

국내 택배시장은 4조원에 달하는 시장으로, CJ대한통운이 37%의 점유율로 압도적인 1위다. 이어 현대로지스틱스, 한진택배, 우체국, 로젠택배 순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택배업의 연간 매출액은 2006년 1조 3,529억원에서 2012년 3조 3,551억원으로 6년 새 2.5배가 됐다. 하지만 매출액에서 영업비용을 뺀 영업이익은 2007년 1,184억원까지 올랐다가 2008년 145억원까지 떨어졌고, 2012년에도 753억원에 그쳤다. 택배업계 관계자는 “택배단가 인하는 중소업체의 경영난뿐만 아니라 4만여명 택배기사의 소득 감소로 이어지고, 택배 서비스의 질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소비자와 택배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의 입장에서는 경쟁을 통해 서비스나 가격 측면에서 개선되는 것을 기대하는 모습이다. 기업 인수 합병을 승인하는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 또한 "서비스의 질을 낮추는 등 시장 경쟁을 제한할 때 기업간 합병을 통한 출범을 막겠지만 정당한 방법으로 새로운 택배사가 시장에 진출해 서비스 수준을 높이고 가격 경쟁에 도움이 된다면 막을 이유는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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