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수입차 100만대 시대의 빛과 그림자 ②]
늦장 서비스와 비싼 수리비용 이어 사회적 환원도 부족
정비센터 수 너무 적어…1곳에 4,000대 감당하는 꼴
천문학적 매출,이익 상승에도 기부금·고용 효과는 바닥

수입차 100만 시대가 열렸지만 AS 문제와 미비한 사회적 환원 시스템이 고질적인 병폐로 지적됐다. 한불모터스
*편집자 주= 국내에 등록된 수입 자동차가 최근 100만대를 넘어섰습니다. 하지만 고가의 수리비와 무성의한 AS, 할부금융 피해 등 수입차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소비자들의 불만도 커지고 있습니다. 수입차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빛과 그림자를 심층 분석하는 기획 기사를 두 번째로 연재합니다.

[데일리한국 동효정기자] 메르세데스 벤츠 E클래스를 소유한 직장인 이모(41, 대전)씨는 리어램프가 깨져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였다. 국산차와 달리 수입차를 수리할 때는 사전에 정비센터에 연락을 취해 직접 해당 부품이 있는지, 수리가 가능한지 파악해야 했기 때문이다. 또 정비센터가 인근에 없어서 1~2시간 정비가 필요한 차를 몰고 가야 하는 수고도 해야 할 수 있다.

수리 위해 일주일 기다리기도… 수리비도 너무 비싸

이씨는 수리 예약을 했지만 정비 서비스가 밀린데다 외국에서 부품을 공수해와야 했기 때문에 또 다시 일주일을 기다려야 했다. 결국 45만 3,000원에 리어램프를 교체했다. 국산차에 비해 수리비가 훨씬 비싸다고 생각해 찜찜했던 이씨는 인터넷을 통해 자동차 부품 가격을 조사했다. 이씨는 독일보다 52.5% 비싸게 주고 수리를 한 것을 알고 분통이 터졌지만 수입차 모임 카페 회원들 외엔 호소할 곳도 없었다.

최근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누적 판매량은 9만 4,263대로 지난해보다 26.5% 증가했다. 그러나 늘어나는 국내 수입차 대수만큼 수입차 업체에 대한 문제점도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늦장 서비스와 비싼 수리 비용은 물론이고 사회적 환원 시스템도 부족해 불만이 증폭되고 있는 실정이다.

애프터서비스(AS) 는 수입차의 가장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받고 있다. 특히 늘어나는 수입차 수에 비해 정비센터는 턱없이 부족하다. 한국수입자동차 협회가 지난 6월까지 집계한 결과에 따르면 전국 정비센터 수는 BMW 40곳, 메르세데스-벤츠 36곳, 폭스바겐 25곳, 아우디 21곳이다. 직영 정비센터 23곳과 ‘블루앤즈’라는 협력 정비소 1400개를 보유하고 있는 현대차와, 직영 19개 ‘오토큐’ 협력 정비소 807개를 가진 기아차와 크게 차이가 난다.

정비센터 수가 적다보니 정비센터 1곳에서 감당해야 할 물량이 많아, 수리를 받기 위해 예약하고 대기하는 시간이 늘어난다. 아우디는 지난해 2조 1,532억 8,882만으로 매출 1위를 기록했지만, 정비센터가 21곳에 불과하다. 1곳 당 평균 수리 대수가 4,000대를 넘는 셈이다. 수리 맡긴 차를 다시 받기까지는 한 달 이상 걸리는 게 보통이다. 다른 수입차 정비센터도 1곳 당 처리해야 할 차량 수가 3,000여 대에 달해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국내의 한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수입차 기업의 한국법인은 차를 더 많이 팔아 실적을 올리는 데만 신경을 쓸 뿐 정비센터 확충 설립은 해당 지역의 딜러사에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면서 "모든 부담은 딜러사와 이용자에 전가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수입차의 경우 단순한 부품 교환을 할 때도 외국에서 부품을 공수해 와야 하는 경우가 많아 국산차보다 수리 기간이 많이 소요된다. 또 부품 가격도 생산국과 대비해 최대 60%이상 비싸다. 수입차 부품값 거품의 핵심은 한국에서는 본사에서 판매하는 OEM(생산자 주문 생산방식)의 부품만을 소비자들에게 강요해 판매하는 구조에 있다. 반면 수입차 생산국에서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여러 대체부품을 사용할 수 있는 제도적 보완책이 있지만 국내에선 대체부품을 구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독일차 수입 딜러사 관계자는 “신차 판매와 부품·AS 매출 비율이 약 8 대 2 정도 된다”며 “부품·AS 매출 또한 영업이익에서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부품가격뿐 아니라 정비에 필요한 인건비 산정에 있어서도 수입차는 보험 및 정비업체에서 일반적으로 인정하는 객관적인 기준을 따르지 않아 수리비 상승에 한 몫을 차지하고 있다. 지난 2012년 한국소비자원이 조사한 시간당 인건비는 벤츠가 평균 6만 8,000원으로 가장 비쌌고, BMW가 6만원, 아우디·폭스바겐이 5만 5,000원, 렉서스 5만 원 등으로 국산차 인건비보다 상당히 높았다.

서비스 센터에서 수리한 부품 내역이 본사 전산망과 바로 공유되는 국산차와 달리, 딜러사와 본사 간 수리 관련 정보공유가 전혀 이뤄지지 않아 딜러사가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허위로 부품청구 내역을 조작할 수 있는 점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전원식 전국자동차검사정비사업조합연합회 감사는 “수입차업체들이 직영 서비스센터에만 정비 기술을 교육해주고 검사 장비를 공급해주다 보니 일반 정비소에서는 수입차 정비를 할 수 없어서 독점 체제가 깨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수입차 업체 급성장에도 국내시장 기여도는 너무 적어

수입차 업체가 급성장했지만 국내 시장에서 얻어가는 것에 비해 경제 기여도가 낮다는 지적도 있다. 최근 한 통계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수입차 메이커의 매출과 영업이익, 광고선전비는 전년 동기 대비 모두 20% 이상 증가했지만 사회공헌 활동에 사용된 금액을 제외한 기부금은 2.4%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독일 수입차 회사들은 국내 매출 가운데 93% 가량을 본국으로 송환하고 나머지 7% 정도로 국내 비용과 투자 자금으로 썼다. 특히 매년 홍보, 마케팅 비용은 기하급수적으로 늘리면서 채용과 사회공헌 등 기업의 사회적 책임 문제에선 겉모양만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수입차업체 중 가장 많은 금액을 기부한 곳은 BMW코리아다. 16억7,200만원으로 영업이익 대비 6.5%, 광고선전비 대비 3.8%를 기부금에 사용했다. 이밖에 공식 딜러 8개사와 함께 세월호 침몰 사고 피해자를 위해 성금 10억원을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전달하는 등 수입차 브랜드 중 가장 사회공헌 활동에 적극적이다. 벤츠코리아 또한 기부금을 늘리며 NGO(비정부기구)와 협력해 사회적 환원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아직 미미한 수준이다.

한불모터스와 볼보코리아의 경우는 국내 매출액이 1,000억원을 넘었지만 기부금을 전혀 내지 않고 있다. 푸조, 시트로엥 국내 공식 수입원인 한불모터스의 매출액은 2012년 949억원에서 지난해 1,109억원으로 증가했다. 영업이익 또한 전년 대비 2.1% 증가한 74억원이다. 한불모터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광고선전비는 2012년 대비 26%나 증가했음에 불구하고, 기부금은 2012년 0원, 2011년엔 310만원에 그쳤다.

볼보자동차코리아도 비슷한 상황이다. 지난해 매출 854억원, 영업이익 68억원을 올린 볼보자동차코리아의 기부금은 거의 전무한 상태다. 크라이슬러코리아와 GM코리아 또한 기부금에는 사용 내역이 기록돼 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영업이익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음에도 사회활동에 적극적이지 않은 곳은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다. 이 회사는 2012년 522억 8,948만원의 영업이익 중 0.19%인1억100만원만 사회공헌을 위해 썼다.

사회적 환원의 가치가 가장 큰 고용 창출 효과도 미미하다. 연매출 1조원대 수입차 브랜드의 평균 고용 인원은 100명 안팎으로 조사됐다.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 직원은 84명에 불과하다. 판매 대수 기준 1위를 자랑하는 BMW는 비정규직 포함 150명이고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는 130명 수준이다. 비슷한 규모의 국내 업체 고용 규모가 2,000~5,000명에 달하는 것과는 뚜렷하게 대비된다. 비슷한 매출 규모의 국내 자동차 부품 회사인 에스엘, 엘에스엠트론, 세종공업 등의 고용 인원이 2,000여명에 달한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수입차 업체 대부분은 차량을 팔면 그만이란 심산인지, 그들에게 기업의 사회적인 책임 문제는 쇠귀에 경 읽는 형국" 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수입차가 국내 산업에 기반한다는 인식이 부족한 것 같다"면서 "개선의 여지가 큰 부분이 사회공헌과 기부문화"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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