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수입차 100만대 시대의 빛과 그림자 ①]
수입차 시장 점유율 15%로 늘었지만 고객 서비스는 뒷전
턱없이 비싼 부품값, 무성의한 AS 등 불만 쏟아져
딜러에 따라 천차만별 판매가도 논란

*편집자 주= 국내에 등록된 수입 자동차가 최근 100만대를 넘어섰습니다. 하지만 고가의 수리비와 무성의한 AS, 할부금융 피해 등 수입차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소비자들의 불만도 커지고 있습니다. 수입차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빛과 그림자를 심층 분석하는 기획 기사를 연재합니다.

[데일리한국 장원수기자] 거리의 수입 자동차는 갈수록 늘고 있다. 하지만 수입차에 대해 불평하는 소비자들의 목소리는 더욱 확산되고 있다. 수입차 100만 시대의 빛과 그림자이다. 1987년 공식적으로 국내에 수입차가 들어오기 시작한 뒤 27년 만에 수입차가 100만대를 넘어섰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국내에 등록된 수입차는 100만4,665대였다. 판매량도 매월 신기록을 경신하며 지난 6월 사상 최초로 국내 자동차 시장 점유율 15%를 돌파했다.

그렇지만 늘어나는 수입차 대수만큼 수입차 업체의 문제점도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동일 사양의 자동차라도 딜러에 따라 천차만별인 판매가, 늦장 서비스와 비싼 수리 비용, 무성의한 AS 서비스 등으로 이용자들의 불만은 매년 높아지지만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다. 당국도 국내업체에 비해 느슨한 대응으로 일관해 소비자들의 불만을 증폭시키고 있다. 이에 따라 최근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가 본격적으로 수입차 부품 가격의 공정성 여부를 조사하기로 방침을 정해 수입차 업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100만원 넘는 수리비" 등 황당한 경험 많아

2011년 티구안 2.0DTI(주행거리 6만㎞)를 소유하고 있는 직장인 정모(40)씨는 지난 4월 폭스바겐 목동서비스센터에 오일교환을 맡겼다가 황당한 일을 겪었다. 미션오일, 할덱스오일과 연료필터를 교환하고, 디퍼런셜 오일 누수를 점검했는데 부품비(오일교체) 64만5,999원에 공임 26만4,450원이 나왔다. 여기에 부가세 10%를 더하니 100만원이 넘는 수리비가 청구된 것이다. 일반 수리센터에 맡기면 수리비가 50만원 정도밖에 나오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여 따졌지만 돌아오는 말은 “본사에 이야기하세요”, “특1급 기술자를 사용해서 (공임이) 그래요”라는 대답뿐이었다.

정씨는 수입차 수리비가 비싸다는 것은 어느 정도 알고 왔지만 이 정도일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특히 할덱스오일의 경우 10만㎞ 정도를 주행한 뒤에 교체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이를 고지하지 않고 교환하고 난 뒤에 수리비를 청구하는 태도에 기분이 상했다. 또 부품가격이야 해외 본사에서 순정부품을 가져오니 이해한다고 해도 비싼 공임을 받는 특1급 기술자가 단순 오일 교체에 투입됐는지에 대해서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최종 소비자에게 공급되는 부품값도 비싸지만, 비싼 공임과 긴 수리 기간도 수리비를 천정부지로 끌어올리는 경우가 많다. 보험개발원에 따르면 수입차 평균 수리비는 국산차의 5.4배에 달한다. 부품 값은 6.3배, 공임비는 5.3배, 도장료는 3.4배 비싼 것으로 파악됐다. 수입차 수리비가 비싼 가장 큰 이유는 먼저 턱없이 비싼 부품값에서 찾을 수 있다. 외국에서 직접 들여오는 순정부품의 가격은 관세와 운송비용 등이 더해져 현지보다 2배가량 높다. 물론 수리 기간도 국산차에 비해 배 이상 소요된다.

국내 수입차 서비스센터에서는 본사에서 수입한 이른바 ‘순정’ 부품만을 사용하게 돼 있다. 하지만 대체부품 활성화가 안 된 상태에서 가격 정보를 제대로 공개하지 않고 있다. 최근 정부에서 수입차 업계에 대해 부품값을 공개하도록 의무화했지만 상당수 브랜드가 영어로만 부품 명칭을 게시하거나, 검색도 영어로만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결국 소비자들은 전문가의 도움을 받지 않고는 다른 브랜드와의 가격 비교를 해보기는커녕 자신의 자동차 부품값이 얼마인지도 알기 어렵다. 검색 기능도 안 갖춘 업체도 있고, 일부 부품만 소개하는 업체도 적지 않다. 공정위측은 지난달 “수입 자동차 수리 비용이 너무 비싸고 불투명해서 소비자 불만이 증가하고 있다”며 “9월과 10월에 걸쳐 소비자단체와 협력해 수입 자동차의 부품 가격을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여기에 부품회사에서 수입차 한국법인, 국내 딜러사와 서비스센터로 이어지는 복잡한 구조도 부품값을 올리는 요인이 되고 있다. 부품회사에서 한국법인으로 넘어올 때는 부품값이 낮지만 딜러사를 거치면서 부품값은 천정부지로 치솟는다. 차를 판매하는 딜러사가 차를 팔아서 돈을 버는 것이 아니라 부품값으로 잇속을 챙긴다는 비난을 듣는 이유다. 현재 수입차 업계에서는 신차 판매와 부품·AS 매출 비율을 8대 2정도로 보고 있다.

이에 대해 수입차 업체 관계자는 “국내에 들어오는 독일차나 일본차의 경우 대부분 풀옵션 프리미엄급”이라며 “자연히 처음 출고되는 부품가격도 높게 책정될 수밖에 없다"고 해명했다. 내년 1월부터 자동차 대체부품 제도를 시행하면 수입차 부품값이 다소 떨어질 수 있다. 국내 중소 부품업체가 이른바 대체부품을 생산하고 이를 정부가 지정한 민간기관의 인증을 통과하면 수입차의 대체부품으로 사용할 수 있다. 가령 메르세데스벤츠 차 앞 범퍼를 교체하기 위해 벤츠 공식 AS센터가 아닌 일반 정비소에서 값싼 대체 범퍼를 구매해 장착할 수 있다.

공임에 대한 반론도 있다. 대부분의 수입차 업계는 국내에서 정한 기능사, 기사 등 차량정비 기술자 시스템을 따르지 않고 자신들이 정한 수입차 정비 라이선스를 요구하기 때문에 공임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그럼에도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수입차 수리비와 부품비가 턱없이 비싼 것은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라며 수입차 수리비에 강력한 브레이크를 걸어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GS엠비즈주식회사가 운영하는 폭스바겐 목동 서비스센터에서 발행한 자동차 점검/정비 청구서. 현재 국내 수입차의 판매 및 AS는 딜러사에서 운영하는 것이 현실이다.

딜러에 놀아나는 수입차 '롤러코스터 가격'

수입차를 구입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제 값 주고 차를 사면 봉”이라는 말이 있다. 수입차에는 정해진 가격이 없다는 뜻이다. 매장에서 정가에 구입하는 것보다는 딜러와 거래하면 얼마를 더 싸게 살 수 있다는 의견들이 온라인 커뮤니티공간에 심심치 않게 올라온다. 아예 어떤 딜러는 자신을 통하면 얼마를 더 싸게 살 수 있다는 글을 버젓이 올리기도 한다.

왜 수입차에는 표준화된 정가가 없고 딜러와의 밀당(밀고 당기기)에 의해 판매가가 결정될까? 그것은 국내 수입차의 독특한 판매 방식에서 기인한다. 해외 본사는 수입차에 대해 일정 마진(이윤)을 붙여 국내 지사로 수출한다. 독일에 본사가 있는 BMW, 메르세데스벤츠가 각각 한국법인 BMW코리아와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로 차량을 수출하는 식이다. 하지만 이들 한국 지사는 사업을 총괄하는 역할만 할 뿐 판매는 하지 않는다. 국내 지사는 수입된 가격에 유통 이윤을 더해 국내 딜러에게 넘긴다. 딜러는 여기에 다시 마진을 붙여 소비자에게 판매한다.

‘딜러 판매 방식’의 경우 딜러사와 딜러의 개인 능력에 따라 차량 판매가격이 결정된다. 소비자에게 얼마를 깎아줄 수 있는 것은 (회사와 개인이) 마진을 일정 부분 줄인다는 이야기다. 자연히 동일 브랜드의 같은 차량이라도 딜러가 제시하는 가격은 다르다. 예를 들어 메르세데스벤츠의 고급 사양인 S클래스의 경우 강남 A매장, 강북 B매장, 경기도 수원 C매장의 가격이 서로 다르다. 이는 S클래스를 들여올 때의 시점, 즉 환율에 따라 차량 가격에 차이가 나고, 딜러가 프로모션을 얼마나 하느냐에 따라 또 차이가 난다. 어떤 매장의 딜러는 가격을 후려치는 ‘고무줄 할인’을 하고 고가의 차량장비를 무상으로 설치해주기도 한다.

자동차 업계의 한 관계자는 “수입차 한국지사와 딜러가 속한 딜러사는 전혀 다른 별개의 회사"라며 "그렇기 때문에 같은 브랜드의 동일 사양의 자동차라도 매장마다 가격이 다르다"고 해명했다. 또 다른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소비자가 수입차를 살 때에는 여러 매장을 둘러 보고 딜러가 제시하는 가격을 비교해서 구입하는 것이 가장 현명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현재 수입차 한국지사들은 A딜러의 차량 견적서 의뢰가 들어오면 다른 딜러가 견적서를 뽑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이는 딜러 개인의 양심의 문제여서 잘 지켜지지 않는다. 딜러끼리도 다툼이 많다”고 덧붙였다.

결국 딜러의 할인 폭이 크거나 블랙박스, 내비게이션 등 차량장비를 부착해준다는 것은 그만큼 한국에서의 수입차 가격에 거품이 끼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로 강남의 매장에서는 보유하고 있는 차량이 많기도 하지만 이미지 관리를 위해 가격 할인을 좀처럼 하지 않는다. 반대로 비교적 작은 영업소의 경우 딜러가 실적을 높이기 위해 공식 프로모션보다 더 많은 추가 혜택을 주는 경우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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