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회장 입원 장기화에 대리 체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4개월째 와병 중인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을 대신해 그룹 안팎을 직접 챙기면서 차세대 총수의 입지를 공고히 다지고 있다. 이 부회장은 15일 대구에서 열린 창조경제혁신센터 확대 출범식에 참석해 박근혜 대통령을 직접 안내했다. 회사에 따르면 이날 이 부회장의 참석은 삼성그룹이 현 정부의 창조경제 활성화에 적극 힘을 보탠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차원이다.

이 부회장은 2012년 부회장 승진 이후 삼성그룹을 대표해 활발한 대외활동을 벌여왔다. 특히 이 회장이 입원이 장기화되면서 이 부회장의 보폭은 한층 넓어진 모습이다. 지난달 17일 중국에서 맺은 올림픽 공식후원 계약 연장에 이 회장을 대신해 직접 도장을 찍은 건 상징적인 사건이다. 그간 삼성전자 관련 소송 해결에 나선 것이나 세계 주요 CEO와의 만남 때와는 차원이 다른 행보라는 평가다.

한 재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올림픽 후원 계약 연장에 직접 사인했다는 건 사실상 그룹 회장으로서의 역할을 한 단적인 예로 볼 수 있다”며 “이를 기점으로 향후 그룹 내에서 이 부회장의 영향력이 크게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당시 중국 출장에서 광둥성과 베이징, 난징 등 현지 스마트폰 생산 공장 점검에 나서는 등 적극적인 경영 행보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이 부회장은 중국의 차세대 지도자 후보로 꼽히는 후춘화 광둥성 서기 등도 면담한 것으로 알려졌다.

뿐만 아니라 이 부회장은 미국서 애플의 최고경영자(CEO) 팀 쿡을 만나 미국을 제외한 지역에서의 특허소송 쌍방 취하 합의를 이끌어내기도 했다. 대외업무뿐 아니라 집안살림도 적극 챙기고 있다. 최근 이 부회장은 주력 계열사인 삼성전자를 비롯해 계열사 전반에 수익률 제고 방안을 마련해 보고할 것을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재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일련의 행보를 통해 과거 ‘e삼성 프로젝트’ 사업 실패로 각인된 이미지를 씻어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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