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현 CJ 회장 실형 선고에 계열사 신사업 보류

금융 전문가 "경영전략 변경으로 실적 개선 될 수도"

이재현 CJ회장에 실형이 선고되면서 계열사에 미칠 영향에 대한 업계의 관심이 높다. 사진=연합뉴스TV
횡령과 배임, 탈세 혐의로 기소된 이재현 CJ회장에 대한 항소심에서 실형이 선고되면서 CJ그룹 계열사에 미칠 파장에 대한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15일 CJ그룹의 계열사인 CJ E&M이 코어콘텐츠미디어 김광수 대표와 '검은 돈' 논란에 휩싸이면서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지만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는 양상이다.

앞서 지난 12일 서울고등법원 형사10부 심리로 열린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재판부는 이 회장에 대해 원심보다 2년 줄어든 징역 3년에 벌금 252억원을 선고했다. 이 자리에서 재판부는 이 회장의 국내 조세포탈 및 배임 혐의와 부외자금 조성으로 인한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로 판단했으나 조세포탈 251억원과 횡령 115억원, 배임 309억원에 대해서는 유죄로 인정했다.

CJ그룹은 일단 각 계열사별 전문경영인이 책임 경영을 맡고, 그룹 주요 현안은 그룹경영위원회에서 결정하는 비상경영을 실시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총수 공백이 길어지면서 경영 차질 수준을 넘어 침체 상황이 본격화할 수 있다는 위기감도 커져가고 있다. CJ 관계자는 “모든 임직원이 마음을 모아 위기를 극복해낼 것”이라면서도 “신사업 진출이나 신규 투자 같은 굵직한 사업은 오너가 직접 추진하지 않으면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는 것이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업계에 따르면 올해 계획했던 투자액 1조3,000억원 중 35%에 해당하는 4,800억원 규모 사업이 보류됐다. CJ대한통운의 중부권 물류터미널 확보 사업, CJ CGV의 해외 극장 사업 투자, CJ오쇼핑의 해외 진출 확대 등 굵직한 사업들이이 포함됐다. CJ대한통운이 1조원대 미국ㆍ인도 물류업체를 인수하는 방안은 협상이 완전히 중단됐으며, CJ프레시웨이 미국과 베트남 현지 유통망 인수건과 CJ푸드빌 한식레스토랑 '비비고' 출점도 논의가 보류됐다.

하지만 주식 시장에서는 경영 전략을 변경하면서 실적 개선에 오히려 도움을 주고 있다는 평가도 있다. 1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주회사 CJ의 주가는 최근 3개월 가량 대체로 오름세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 6월 139,000원을 기록한 주가는 꾸준히 상승해 현재 17만 4,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지난해 7월 이 회장 구속 당시 112,500원이던 주가가 1년 새 54.6%포인트 상승한 것이다.

주식 전문가들은 실질적 오너 공백은 분명 악재지만 실적 호조를 바탕으로 계열사들의 주가가 고공행진을 이어나가는 중이고 현재의 실적 개선세가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유진투자증권 김인 연구원은 “지난해 이 회장이 구속된 후 집단경영체제로 전환하며 성장보다는 수익성 위주의 경영 전략이 이어졌다”며 “지배구조 개편이나 대규모 인수합병 등 대주주의 추진력이 필요한 사항은 없는 만큼 당장의 경영 공백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또 “CJ그룹의 경우 총수 부재 속에 올 들어 수익성 위주로 경영전략을 변경했다”며 “이는 주가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실적 개선에 오히려 큰 도움을 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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