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0원대 엔저 현상 장기화 전망에 수출 전선 긴장감 돌아

금융 연구원 "엔화 약세 길어지면 중소 수출기업 생존 위협"

엔화 약세가 가속화되면서 국내 수출 전선에 긴장감이 돌고 있다. 사진=MBN
원·엔 환율의 수위가 계속해서 낮아지고 있다. 당분간 900원대 엔저 현상이 장기화 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에 국내 기업 수출 전선에 또다시 긴장감이 돌고 있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달러 강세와 엔화 약세가 가속화되면서 엔저 현상이 다시 두드러지고 있다. 올 들어 8월말까지 105엔대 이하에서 머물던 엔·달러 환율은 이달 들어 상승세를 타기 시작해 지난 11일에는 106엔대 후반까지 상승하면서 2008년 9월 이후 최고 수준을 보였다.

엔저 현상이 계속되는 것은 일본의 경제지표가 지난 4월 소비세 인상 후 예상보다 악화되면서 일본 중앙은행이 추가 완화정책을 펼 것이란 기대가 커진 게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조기 금리인상을 단행할 수도 있다는 관측에 따라 달러가 강세를 보인 것도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이처럼 엔·달러 환율이 치솟으면서 원·엔 환율도 덩달아 움직이고 있다. 원·엔 환율은 9월 초 100엔당 963원대까지 떨어지면서 2008년 8월 이후 최저점을 찍은 이후 970원대 안팎을 맴돌고 있다. 원·엔 환율이 출렁이자 대일 무역을 하는 국내 기업들에 파장이 일고 있다. 최근 무역협회 조사에 따르면 국내 대일 수출기업 중 엔저로 인한 수익성 악화와 일본의 수입 수요 감소로 부정적인 영향을 받고 있다고 응답한 기업이 92.6%에 달했다.

일본이 아닌 제3국으로 수출하는 기업의 경우 대일 수출기업만큼 피해가 크지는 않지만 선박과 기계류, 석유제품 등 일부 품목은 부정적인 영향이 가시화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엔저 현상이 심화되면서 일본 기업들이 본격적인 가격 인하에 돌입하고 있는 탓이다.

전문가들은 내수 부진 속에서 경기를 이끌어오던 수출이 엔저 심화로 침체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유겸 LIG투자증권 연구원은 “엔·달러는 연초 이후 100~105엔 사이에서 움직였지만 최근에는 107엔 대에 진입했다”면서 “엔화가치의 하락(엔·달러 상승)은 장기적인 추세이며, 앞으로 국내 수출기업의 부담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배상근 한국경제연구원 부원장은 "세계 경기 둔화로 전체적인 수요가 부족한 상황에서 엔저가 겹치면서 국내 기업이 상당한 어려움에 처해 있다"며 "특히 상대적으로 가격경쟁력 의존도가 높은 한국의 중소 수출기업은 생존을 위협받는 처지에 놓여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엔저 공포'를 없앨 수 있는 묘수는 없는 상황이다. 금융 연구원들은 "엔화 약세 현상은 시간이 갈수록 더욱 강해질 것"이라며 "기업이 환율변화에 대응할 시간적 여유를 확보하고, 중장기적으로는 우리 수출품의 기술력 제고 및 마케팅 강화 등 비가격경쟁력을 높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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