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LG전자 조성진 사장 수사의뢰… '세탁기 고의 파손' 혐의

양사 냉장고, 디스플레이, 에어컨 등 놓고 끝없는 분쟁

삼성전자가 자사의 세탁기를 고의 파손했다며 조성진 LG전자 HA(홈어플라이언스) 사업본부장(사장)을 검찰 수사의뢰했다. 사진=삼성전자/LG전자 로고
[데일리한국 신수지 기자]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또다시 분쟁에 휩싸였다. ‘세탁기 파손 사건’이 핵심이다. 가전 업계 1위 자리를 놓고 끝없는 경쟁을 벌이고 있는 삼성과 LG의 다툼이 이번엔 법정 공방으로 치달을 조짐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11일 조성진 LG전자 HA(홈어플라이언스) 사업본부장(사장)을 명예훼손, 업무방해, 재물손괴 등의 혐의로 검찰에 수사의뢰했다고 14일 밝혔다. 지난 3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가전전시회 IFA2014 기간 중 LG전자 측이 자사 세탁기를 고의로 파손했다는 것이 이유다. LG전자는 삼성전자가 경쟁사 흠집내기에 나섰다며 반발하고 있으나 삼성 측 입장은 강경하다.

앞서 베를린 자툰 유로파센터 매장에서 LG전자 임직원이 삼성전자 크리스털 세탁기의 도어 연결부(힌지)를 파손해 논란이 인 바 있다. 당시 삼성전자는 ‘LG 측의 고의 파손’을 주장했으나 LG전자는 “어느 업체든 해외 출장 시 현지 매장을 방문해 경쟁사 제품을 살펴보는 활동은 매우 통상적”이라며 “다른 회사 제품들과는 달리 유독 삼성전자 세탁기의 힌지 부분이 상대적으로 취약했다. 고의성은 전혀 없었다”고 반박했다. 해당 임직원은 파손된 세탁기 4대에 대한 변상조치를 진행하고 사건을 마무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삼성전자는 “LG전자 측이 크리스탈 블루 세탁기를 고의로 파손시켜 제품 이미지를 실추시켰을 뿐 아니라, 거짓해명으로 삼성전자의 제품을 교묘히 비하해 당사 임직원들의 명예를 훼손했다”면서 “당시 CCTV 확인 결과 슈티글리츠 매장에서 제품을 파손시킨 사람이 삼성전자 조성진 사장이라는 점을 확인했지만, 국가적 위신과 사회적 파장을 고려해 해당 국가에서는 사안을 확대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LG전자는 “특정 회사의 제품을 파손시켜 그 제품 이미지를 실추시킬 의도가 있었다면 굳이 당사 임직원들이 직접 그런 행위를 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 상식적”이라고 재반박하며 “이번 일이 글로벌 세탁기 1위 업체인 당사에 대한 흠집내기가 아니길 바란다. 검찰조사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국내 가전업계 양대 산맥인 삼성전자와 LG전자의 분쟁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두 업체는 그간 제품 성능과 기술 특허 등을 놓고 끊임없이 갈등을 빚어 왔다. 가장 대표적으로 회자되는 것은 지난 2012년 벌어진 ‘냉장고 용량’ 분쟁이다. 문제가 된 제품은 LG전자의 910리터 냉장고와 삼성전자의 900리터 냉장고로 두 회사는 서로 자사 제품의 냉장고 용량이 더 크다며 갑론을박을 벌였다. 특히 삼성전자는 양사의 냉장고를 눕혀놓고 자사의 냉장고에 물건이 더 많이 들어간다는 실험 결과를 보여주는 동영상을 제작·배포해 분쟁에 불을 붙였다. LG전자는 '부당광고'라며 광고금지가처분 신청을 냈고 법원은 LG의 손을 들어줬다. 이후 두 업체는 수백억 원 대의 쌍방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벌이기도 했는데, 지난해 8월에야 법원의 중재를 받아들여 상호 소송을 취하했다.

두 업체는 같은 해 ‘디스플레이 분쟁’을 벌이기도 했다. 삼성디스플레이가 자사 기술을 유출한 혐의로 LG디스플레이를 검찰에 고소했고, LG디스플레이는 본사 압수수색을 당하고 임직원 11명이 불구속 기소되는 등 고초를 겪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더불어 LG디스플레이에 특허침해금지 및 손해배상을 청구했고 LG디스플레이도 맞소송을 제기했으나, 정부의 중재로 지난해 9월 양측이 소송을 취하했다.

지난해 3월에는 에어컨 시장점유율이 분쟁의 씨앗이 됐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초 에어컨 신제품을 출시하면서 시장조사업체 GfK 조사 결과를 인용해 '가정용 점유율 1위'라는 TV 광고를 내보낸 것이 문제였다. LG전자는 “광고 속 통계자료의 신뢰성에 문제가 있다”며 한국방송협회에 이의를 제기했다. 이 싸움은 삼성전자가 광고 문구를 일부 수정하는 선에서 일단락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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