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카스서 냄새" 유포혐의 하이트진로 수사… '맥주 장외전쟁' 점입가경
오비맥주 "수사상황 봐서 대응"… 하이트진로 "오비맥주 품질관리 힘 쏟길"

오비맥주는 일부 하이트진로 직원이 '카스에서 소독약 냄새가 난다'는 루머를 유포한 정황이 경찰에 포착됐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수사 상황을 봐서 대응 여부와 방법을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오비맥주 홍보팀 관계자는 3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우리도 기사를 보고 알았다. 동종업계로서 참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애초에 하이트진로 측이 악성 루머를 유포했다고 생각하진 않았다"면서 "수사를 의뢰할 때 '(악성 루머) 유포자를 찾아달라'고 한 거지 특정 단체를 콕 집은 적은 없다"고 했다.

기자가 "경찰 수사 결과 하이트진로 측에서 악성 루머를 유포한 것으로 밝혀지면 어떻게 대응할 예정인가"라고 묻자 그는 "(아직까지 대응 방안이) 정해지진 않았다. 수사 상황을 봐서 대응 여부와 대응 방법을 결정할 것 같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정확히 수치가 나오진 않았지만 악성 루머가 퍼지고 나서 매출에 영향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하이트진로 측과 연락은 해봤냐"고 기자가 묻자 이 관계자는 "이 상황에서 연락하기 좀 그렇지 않나"라고 말했다.

자사 직원이 악성 루머 유포에 관여했다는 정황이 경찰 조사에서 포착된 것으로 알려지자 하이트진로 분위기는 벌집을 쑤신 듯 술렁거렸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최대한 말을 아끼려고 한다. 죄송하다. (우리 입장은) 보도자료에 모두 담았다"고 말하며 전화를 서둘러 끊었다.

하이트진로 측은 이날 보도자료를 발표해 "관리직 직원 한 명이 사적인 SNS 대화방에서 지인들과 (카스맥주 소독약 냄새 루머) 관련 이야기를 나누던 중 일부 과장된 내용을 남긴 것을 파악해 경찰에 자진 출석시켰다"면서 "이번 압수수색 역시 회사 차원이 아닌 해당 개인에 대한 조사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하이트진로 측은 오비맥주가 맥주 품질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아 이번 논란을 야기했다는 주장을 폈다. 어쨌든 간에 카스 맥주의 유통 과정에 문제가 있었던 건 맞지 않느냐는 것이다. 하이트진로는 "이번 사건은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카스 맥주에 대해 제조 유통과정상 문제를 발견하고 시정 권고한 만큼 (오비맥주는) 불필요한 법적 논란을 일으키기보다 품질관리에 힘을 쏟아야 할 것"이라고 쏘아붙였다.

하이트진로가 보도자료에서 오비맥주를 비난하고 나섬에 따라 양대 맥주회사의 '장외 전쟁'이 어떻게 전개될지에 업계와 소비자들의 관심이 집중하고 있다.

한편 서울 수서경찰서는 하이트진로가 오비맥주의 대표 맥주인 카스에 대한 악성 루머를 유포했는지를 조사하기 위해 이날 오전 하이트진로의 서울 서초동 사옥과 대전 대리점 등을 압수수색했다.

경찰은 이날 오전 서초동 하이트진로 사옥과 대전 등지에 있는 대리점에 수사관 10여명을 보내 오비맥주에 대한 악성루머 유포와 관련한 내부 자료와 컴퓨터 하드디스크 등을 확보하고 있다.

오비맥주는 카스에 이상한 냄새가 난다는 악성 루머가 퍼지자 최근 "특정 세력이 불순한 의도로 악의적인 유언비어를 유포하고 있다"며 수사를 의뢰했다.

경찰은 악성 게시글의 IP를 추적해 하이트진로 직원 등이 일부 개입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카스 악성 루머가 하이트진로가 기획한 것으로 밝혀지면 맥주업계에 큰 파장이 일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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