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가의 화해가 시작됐다. 횡령·배임·탈세 혐의로 1심에서 징역 4년을 받고 다음 달 4일 항소심 선고를 앞둔 이재현 CJ 회장에 대해 범 삼성가 구성원들이 잇달아 탄원서를 제출하면서 이 회장 구명에 나선 것이다. 이를 놓고 삼성가의 화해가 본격화 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특히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장기 입원 중인 가운데 삼성가의 장손인 이재현 회장 선처를 위해 삼성, 신세계, 한솔 등 범 삼성가가 모처럼 한목소리를 냈다는 점에 재계가 주목하고 있다. 이에 CJ그룹은 “이재현 회장의 건강이 좋지 않고 그룹 경영도 차질이 빚어지자 가족의 일원으로 안타까움과 대승적 차원에서 탄원서를 낸 것으로 보인다”면서 “감사할 따름이다. 가족 화해의 계기가 되길 바란다”는 입장을 밝혔다.

2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이건희 회장의 부인인 홍라희 리움미술관장과 아들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이 회장 동생인 이명희 신세계 회장, 누나인 이인희 한솔그룹 고문 등이 지난 19일 법원에 탄원서를 제출했다. 탄원서 제출자 명단에는 이건희 회장의 둘째형인 고 이창희씨 부인 이영자씨 등도 포함됐다. 탄원서에는 이재현 회장이 현재 상태로는 수감 생활을 견뎌낼 수 없으니 선처해달라는 내용과 함께 CJ그룹의 경영차질에 관련된 부분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오후 법원에 탄원서가 제출된 데 대해 삼성그룹 관계자는 “가족 간 정리를 생각해서 선처를 탄원할 걸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가는 지난 2월 상속소송이 마무리될 때까지 2년간 송사에 휘말렸다. 이병철 창업주가 남긴 상속재산을 둘러싸고 장남 이맹희씨 등이 삼남 이건희 회장을 상대로 천문학적 규모의 소송을 제기했고 이 회장의 삼성그룹과 이맹희씨 측인 CJ그룹은 소송 과정에서 몸살을 앓아야 했다. 1·2심이 이건희 회장의 완승으로 끝나고 이맹희씨가 지난 2월 상고를 포기함에 따라 삼성가의 형제간 소송전은 어렵게 마무리됐다. 당시 이건희 회장은 “가족 문제로 걱정을 끼쳐 드려 대단히 죄송하고 가족 간 화목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맹희씨도 “소송보다 더 중요한 것은 가족 간 관계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불구속 상태인 이재현 회장의 신병 문제가 결정될 항소심 선고를 앞두고 범 삼성가 구성원들이 연명으로 공동 탄원서를 제출한 일이 삼성가 전체의 화해 무드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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