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판 '페이팔'(Paypal) 시스템 개발 위해 약관 개정
朴 대통령 "외국인 '천송이 코트' 구입할 수 없다" 지적하기도…

미국과 중국에서는 전자상거래를 이용할 때 클릭 한 번이면 결제가 완료된다. 내국인은 물론 외국인도 간편 결제가 가능한 것인데, 온라인 결제 시스템 '페이팔'(Paypal)과 '알리페이'(Alipay) 덕분이다. 반면 국내에서는 전자상거래로 30만 원 이상을 결제하려면 반드시 공인인증서가 필요하다. 공인인증서가 없는 외국인은 국내 쇼핑몰에서 물건을 사고 싶어도 사실상 구매가 불가능한 것이다.

이같은 불편함에 대해 그간 각계 지적이 잇따른 바 있다. 복잡한 절차가 오히려 내수진작에 역행한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정부 당국이 이런 불편함을 없애려 팔을 걷어붙였다. 정부는 국내에서도 공인인증서가 필요없는 온라인 간편 결제를 활성화하기로 했다. 또 액티브X가 필요 없는 공인인증서도 보급할 방침이다. 액티브X(ActiveX)는 본인확인·결제 등을 위해 컴퓨터에 설치되는 '플러그인'의 한 종류인데, 그동안 인터넷 이용에 불편을 주는 골칫거리로 여겨져 왔다.

미래창조과학부와 금융위원회는 28일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전자상거래 결제 간편화 방안을 내놓았다. 국내 PG사(Payment Gateway·전자결제대행사)가 페이팔이나 알리페이 같은 결제 시스템을 개발할 수 있도록 약관을 개정해 카드 정보를 저장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미래창조과학부는 현재 사용되는 공개키기반구조(PKI) 외에도 다양한 전자서명 기술을 도입하고, 생체정보 서명 기술 활용도 촉진하기로 했다. 액티브X가 필요없는 인터넷 환경을 신속히 구현하기 위해 액티브X가 필요 없는 공인인증서 기술을 9월부터 보급·확산시키고, 글로벌 웹 표준(HTML5)도 확산을 위한 기술 지원 강화와 전문인력 양성 프로그램도 확대해 나가기로 했다.

지난 5월 정부는 공인인증서 의무 사용을 폐지했지만 업체들은 여전히 30만 원 이상을 결제할 때 관행처럼 공인인증서를 요구하고 있다. 이처럼 국내에서 온라인 간편 결제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국내 업체의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우려가 제기돼 왔다. 최근 박근혜 대통령도 "중국이나 다른 외국같이 우리나라도 온라인 시장에서 간편하게 결제할 수 있는 결제시스템을 도입하지 못하면 외국 업체에 빼앗길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며 대책 마련을 지시하기도 했다. 지난 3월 규제개혁점검회의에서도 박근혜 대통령은 액티브X 탓에 외국인들이 '천송이 코트'(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에서 전지현씨가 입었던 코트)를 구입할 수 없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는 외국인이 사용할 수 없는 공인인증서 문제에서 비롯됐지만 공인인증서에 액티브X가 이용되기 때문에 당시 도매급으로 지탄을 받아왔다.

우선 정부는 카드사와 PG사 등 관련 업계와 함께 하반기 중 공인인증서를 대체할 수단을 제공할 예정이다. 내달 중에는 결제 금액과 상관없는 휴대전화 인증 등 손쉬운 방법을 통해 인증 체계를 개선한다는 방침이다. 또 정보 보안을 확보하면서도 최근 카드사와 PG사들이 도입한 휴대전화를 통한 간편 결제 시스템도 확대해 나가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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