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앱 주문시 서비스 질 저하…음식값 올려 받는 경우도

어플 측-배달 음식점 업주 간 수수료 논쟁 극심

사진=배달 어플 실행화면 캡처
# 직장인 이 모 씨(32)는 최근 배달 어플리케이션(이하 ‘배달앱’)으로 2만2,000원 짜리 야식을 주문했다가 기분이 상했다. 배달된 음식에 붙어있던 영수증 때문이었다. 해당 영수증에는 배달된 음식의 세부 금액이 나와 있었는데, 주문한 음식값 외에도 배달앱의 이름으로 2,000원이 더 찍혀 있었다. 음식과 함께 온 전단지에는 이 씨가 지불한 금액보다 정확히 2,000원 낮은 20,000원이 떡하니 적힌 채였다. 혹시나 하는 생각에 해당 업체에 일반 전화로 음식값을 물어보니 음식점 주인은 20,000원을 불렀다. 이에 이 씨가 항의하자 해당 업주는 ‘직원 실수’라며 무마하려다가 결국 “배달앱 이용 고객에게는 원래 일정 금액을 더 받는다”고 털어놨다.

배달앱 시장이 1조원대로 성장한 요즘 이로 인한 소비자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직접 업체로 주문했을 때보다 배송이 지연되는 등 서비스의 질이 저하되거나 음식량이 터무니없이 적게 배달되고, 전단지에 표기된 음식 중 일부가 누락되어 오는 식이다. 이 씨의 경우처럼 원래 가격에 1,000~2,000원 가량을 더 올려 받는 경우도 많다. 일부 업주들은 어플리케이션에 메뉴 소개를 게재할 때부터 아예 금액을 높여 올리기도 한다. 음식량이나 영수증, 전단지 등을 꼼꼼히 살피지 않는 소비자들은 자기도 모르는 사이 피해를 보고 있는 셈이다.

배달앱은 본래 소상공인들과 어플 서비스 사업자의 '상생 모델'로 주목받았다. 어플 사업자는 음식점에 대한 광고비를 받을 수 있고, 비싼 TV 광고에 투자하거나 효과를 장담할 수 없는 전단지 배포에만 집중할 수 없었던 음식점 업주들은 어플을 이용해 유의한 홍보를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였다. 소비자들도 편리하게 음식을 주문할 수 있어 모두에게 윈-윈이 될 것이라 전망됐다. 하지만 최근 이같이 황당한 사례가 발생하고 있는 이유는 음식점 업주들이 배달앱 수수료에 부담을 느끼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배달 어플 업체들은 음식점에 한 달 3~5만 원의 기본 광고료와 더불어 매출액의 약 9~20%까지 수수료를 받고 있다. 주로 소비자가 어플을 이용해 결제하면 어플 측 콜센터에서 해당 음식점에 전화해 대신 주문을 하고, 수수료를 받아가는 식이다. 때문에 수수료가 나가지 않는 일반 주문 손님에 비해 어플로 주문한 손님들이 불이익을 얻게 된다는 것이다.

서울에서 치킨집을 운영하는 박 모 씨(41)는 “매출 마진이 30%도 안되는데 어플 측에 매출액의 10%가 넘는 높은 수수료까지 내야 한다”면서 “부담이 너무 커 어플에 음식값을 1,000원 높게 올렸다”고 털어놨다. 또 다른 업주 정 모 씨(47)는 “수수료가 높다보니 영업이 잘 되지 않는 업체들은 서비스를 해지하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어플로 주문하는 사람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어 우리도 어쩔 수 없이 유지하고는 있지만 계속 서비스를 이용해야 될지 모르겠다”고 밝혔다. “어플로 주문한 손님들에게 ‘다음부터는 직접 전화 주문해 달라’고 부탁한다”는 업주도 있었다.

그러나 어플 측은 현재의 수수료가 적정한 수준이라면서 음식점 업주들이 어플로 얻는 이득이 더욱 크다고 설명한다. A 업체 관계자는 “음식점 업주들이 배달 어플을 이용하면 주문량이 보통 2배가량 상승한다”면서 “수수료 비용이 비싸다고 생각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B업체에서도 “배달 어플을 통해 얻는 홍보 효과가 수수료보다 훨씬 크다. 수수료가 비싸다고 생각되면 업주가 서비스를 해지하면 된다”면서 “우리도 부당하게 이득을 취하는 것이 아니라 운영비와 인력비 등 다양한 요인을 반영해 수수료 비율을 책정한다"고 언급했다. 음식 배달 업체와 어플 측이 극명한 입장차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결국 이 과정에서 피해를 보는 것은 소비자인 실정이다.

최근까지 배달앱을 자주 이용해왔다는 박 씨(28)는 이 같은 사실을 전해 듣자 “요새 배달앱이 인기라 믿고 주문했는데 뒤통수를 맞은 기분”이라며 황당해했다. 한 외식업계 관계자는 “배달 어플 측과 업주 간의 수수료 논쟁이 소비자 피해로까지 이어져 양측 모두 소비자들의 반감을 사고 있다”면서 “소비자도 어플로 즐겁게 음식을 주문하고. 어플 측과 음식점 업주가 상생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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