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행 중 4단 고정… 어떤 방법 써도 기어 안 바뀌어" 하소연
김필수 교수 "변속기 결함 확실한 듯… 리콜 필요할수도" 주장
"현대차 현재 성과 안주… 정몽구 품질경영 무색해져" 쓴소리도

현대자동차 LF쏘나타. (사진=현대차 제공)
현대자동차 LF쏘나타가 미션(변속기) 결함 논란에 휩싸였다. 자동차 전문가도 미션 결함 가능성을 제기하고 나섰다. 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의 '품질 경영'에 이상이 생긴 게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지난달 LF쏘나타를 구입한 이모씨는 자동차 커뮤니티 'LF쏘나타러브'에 '출고 9일 만에 미션 고장… 새 미션 교환 보상 없음'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이씨는 "6월 5일 아산으로 직접 내려가 차를 인도받았는데 9일 만에 사건이 터졌다"며 "주행 중 기어가 빠지는 느낌이 들더니 4단으로 고정돼 그 후론 어떤 방법을 써도 기어가 바뀌질 않았다. P단에서 R단으로 내려갈 때 차가 덜컹거리고 D단으로 들어갈 때 차가 덜컹거렸다"며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현대차 제공)
이씨는 "차를 견인해 (현대차) 정비센터에 보냈는데 이틀 후 정비1팀 반장이 차 상태를 확인한 후 새 미션으로 교환해야 한다고 했다. 남들은 10년을 타도 멀쩡한 미션을 9일 만에 바꿨다"고 말했다.

이씨는 "정비팀장이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해선 안 된다'며 (차량을 수리할) 시간을 많이 달라고 했다. (현대차) 본사에서 나온 사람은 웃으며 리콜 이야기는 꺼내지도 않았다. '어떤 식의 보상을 원하느냐'고 묻고는 3만원짜리 엔진오일 쿠폰 한 장을 주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이씨의 '고난'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미션을 교체한 지 8일이 지나자 같은 문제가 또 발생한 것이다. 이씨는 지난 1일 다른 커뮤니티에 'LF소나타 새 미션 교환 후 또 고장 결함 투성'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울분을 토했다.

이씨는 "정말 미치고 환장하겠다. 스트레스로 쓰러지기 일보 직전이다"며 "6월 17일 차량을 받은 후 별다른 요구사항 하지 않고 일단 타고 다녔는데 8일 뒤인 25일에 전과 같은 증상을 보였다. 차량을 진단하니 진단 자체가 안 됐다. 새 차 구입 20일 만에 X차가 됐다"고 하소연했다.

LF쏘나타의 미션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 이는 이씨뿐만이 아니다. 아이디가 'Ja Ik Koo'인 네티즌도 지난 4월 30일 유튜브에 "시속 60㎞로 달리던 중 가속페달에서 발을 뗐는데 브레이크를 안 밟은 상황에서 시속 38㎞ 부근에서 갑자기 RPM(분당 회전수)이 올라간다. 이런 현상이 왜 나타나는 것일까?"라는 글과 함께 해당 증상을 찍은 동영상을 올렸다.

동호회 커뮤니티에 올라오는 글을 보면 LF쏘나타의 미션 결함 문제가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니라는 걸 알 수 있다. 'CLUB LFSONATA LEADER'나 'LF쏘나타러브' 등의 카페를 방문하면 "LF쏘나타 미션 결함 다수 발견" "출고 당일 미션 튕김 현상이 발견됐다" "나도 브레이크 튕김 현상이 있다" "주행 중 저속으로 가다가 브레이크를 밟았는데 차가 튕겼다" 등의 글을 심심찮게 확인할 수 있다.

미션(변속기)은 엔진과 함께 자동차 성능을 좌우한다. 한국GM이 지난해 말리부 미션을 보령미션(보령공장에서 생산한 미션을 폄하하는 용어)에서 아이신(AISIN)의 2세대 6단 자동변속기로 교체해 비약적으로 성능을 향상한 걸 보면 미션이 얼마나 중요한 부품인지 알 수 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공학과 교수는 "사례들을 들으니 변속기 쪽에 결함이 있는 게 분명한 것 같다"면서 "같은 차종에서 유사 문제가 발생한다는 건 변속기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변속기에 결함이 있으면 탑승자 안전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면서 "현대차에서 면밀하게 검토한 뒤 문제가 뭔지 알아내고 필요하다면 빨리 리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이 정도로 (LF쏘나타 변속기에 결함이 있다는) 얘기가 (소비자들 사이에서) 나올 정도면 현대차도 이미 (변속기에 실제로 결함이 있는지) 검토에 들어갔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LF쏘나타가 미션 결함 논란에 휩싸이면서 정몽구 회장의 경영이념인 '품질 경영'이 무색해졌다는 따가운 지적도 일고 있다. '안방'에서 그간의 성과에 안주해 품질 관리에 소홀한 바람에 부품 결함 논란을 자초했다는 것이다. 역시 '품질 경영'으로 유명한 도요타 자동차는 대규모 리콜 사태라는 악몽을 겪은 뒤에야 북미 품질관리 특별위원회(TF)를 구성하는 등 뒤늦게 품질관리 대처에 적극적으로 움직인 바 있다. 현대차 경쟁사의 관계자는 "도요타처럼 '빅3'도 아닌 현대차가 현재의 성과에 도취한 징후가 여기저기서 보이는 것 같다"고 쓴 소리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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