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크한 레퍼토리’ 앞세워 5일 단독 리사이틀

평범한 일상의 소중함 깨닫게 하는 공연 기대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주역 데뷔한 소프라노 박혜상이 오는 2월 5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데뷔 리사이틀을 연다. 사진=크레디아
[데일리한국 민병무 기자] 소프라노 박혜상에게 올해 1월 1일은 특별했다.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극장의 새해 첫날 공연인 모차르트 ‘마술피리’에서 주인공으로 무대에 올랐다. 밤의 여왕의 딸인 파미나 역을 맡아 단숨에 관객을 사로잡았다.

이 오페라는 지난해 12월 10일부터 시작했다. 비록 코로나 여파로 메트 주역 데뷔가 1년 늦어졌지만 지난 한달 동안의 활약을 통해 ‘샛별’에서 ‘스타’로 자신의 존재를 업그레이드했다. 살짝 긴장도 했다.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공연 첫날 너무 설레 공연장 주변 허드슨 강가를 산책하고 명상을 하며 마음을 가다듬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물론 한달 간의 공연은 쉽지 않았다. 갑자기 등장한 오미크론 변이 때문이다. 많은 단원들이 감염돼 출연하지 못하는 일이 반복됐다. 박혜상도 매일 아침 검사 결과를 기다리며 마음을 졸였다. 단독 캐스팅이라 대역도 없었으니 만약 걸리면 낭패였다. 부스터 샷 접종은 부작용을 고려해 최종 공연 후로 미뤘기 때문에 무조건 조심 또 조심했다.

주역 데뷔는 성공적이었다. 미국 언론들도 호평을 보냈다. 뉴욕타임스는 “타미노가 사랑에 빠진 파미나의 목소리를 박혜상이 아름답게 불렀다”고 전했다.

박혜상이 1월의 행복과 기쁨을 고스란히 2월로 연장한다. 그만의 ‘유니크한 레퍼토리’를 앞세워 오는 2월 5일(토) 오후 5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데뷔 리사이틀을 연다. 이에 앞서 롯데콘서트홀 데뷔 독창회는 지난 2020년 11월에 개최했다.

그는 오랫동안 준비해온 오페라와 콘서트들이 팬데믹 때문에 연이어 취소되거나 연기돼 힘든 시간을 보냈다. 그러면서 삶과 죽음에 대해 새롭게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이런 과정을 통해 죽음에 대해 긍정적인 시선을 갖게 된 동시에 평범한 일상의 소중함을 떠올린 그는 공연 제목을 ‘Amore & Vita(사랑과 삶)’로 정했다. 사랑과 인생에 대한 다채로운 감정을 담은 노래로 프로그램을 구성했다.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주역 데뷔한 소프라노 박혜상이 오는 2월 5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데뷔 리사이틀을 연다. 사진=크레디아
든든한 지원군이 함께 한다. 롯데콘서트홀 데뷔 리사이틀에서 호흡을 맞춘 일리야 라쉬코프스키가 다시 피아노 반주를 맡는다. 또한 스트링 콰르텟(바이올린 김지윤, 바이올린 김범구, 비올라 조윤주, 첼로 박소진)도 현악 사중주 선율로 힘을 보태 신선함을 선사하다.

프로그램을 살펴보면 한국 관객에게 조금 낯선 작곡가들이 많이 눈에 띈다. ‘유니크한 레퍼토리’를 들려주고 싶어 이들을 선택했다. 르네상스와 바로크 시대의 대표 작곡가인 줄리오 카치니, 존 다울랜드, 알레산드로 스카를라티, 헨리 퍼셀에서부터 프랑스의 낭만을 대표하는 에릭 사티, 전자음악 등 실험적이고 급진적인 음악으로 주목받은 이탈리아의 루치아노 베리오, 혁신적인 오페라와 재즈적 요소 그리고 영화음악으로 유명한 쿠르트 바일, 아일랜드 태생의 첼리스트 겸 오페레타 작곡가 빅터 허버트의 노래를 한국 팬들에게 소개하는 뜻 깊은 기회가 될 것이다.

이들 작곡가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삶과 죽음 그리고 사랑의 감정을 노래했다. 1부에서는 사랑의 고통을 간절하고도 애절하게 표현한 다울랜드의 ‘다시 돌아와요, 달콤한 연인이여(Come again sweet love)’, 퍼셀의 오페라 ‘디도와 아이네아스’ 속 비련의 주인공이 부르는 애달픈 아리아 ‘내가 대지에 묻힐 때(When I am laid in earth)’ 등을 피아노 반주로 선보인다.

이밖에도 카치니의 ‘아마릴리, 내 아름다운 이여(Amarilli, mia bella)’, 스카를라티의 ‘나를 괴롭히지 마오(O cessate di piagarmi)’, 로드리고의 ‘아델라(Adela)’, 로시니 의 ‘베네치아 곤돌라 경주 1, 2, 3번(La regata veneziana No. 1,2,3)’, 베리오의 ‘4개의 민속음악 중 춤(Ballo from quattro canzoni popolari)’ 등을 들려준다.

2부에서는 스트링 콰르텟의 반주로 레스피기의 ‘저녁 노을(Il Tramonto)’을 연주한다. 이어 스트링 콰르텟과 라쉬코프스키의 피아노에 맞춰 사티의 ‘난 널 사랑해(Je te veux)’, 거슈윈의 ‘다시 시작해(Do it again)’, 바일의 ‘낮은 목소리로 말하다(Speak low)’, 허버트의 ‘내게 다시 키스해줘요(Kiss me again)’를 부른다.

“살아 있는 동안, 빛나라, 결코 그대 슬퍼하지 말라. 인생은 찰나와도 같으며, 시간은 마지막을 청할 테니.” 박혜상은 ‘세이킬로스의 비문(Seikilos’ Epitaph)’에 적힌 글처럼 이번 무대를 통해 살아있는 동안 마음껏 충분히 사랑하고, 또한 항상 자신의 꿈을 향해 멈추지 말고 도전하라는 감동 메시지를 전한다. 티켓은 4만~10만원이다.

저작권자 © 데일리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