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쿠르 참가하지 않는 바이올리니스트 ‘한국 첫 쾌거’

바이올리니스트 박수예의 앨범 ‘세기의 여정’이 영국 그라모폰 올해의 음반(RECORDINGS 2021 OF THE YEAR)에 선정됐다. 사진=목프로덕션
[데일리한국 민병무 기자] “만약 이 음반이 유망한 그라모폰 어워드 수상작이 아니라면, 도대체 다른 어떤 음반이 자격이 있을지 나는 모르겠다.”--2021년 그라모폰 디지털 특별호 중에서

스물한살 바이올리니스트 박수예가 일을 냈다. 올해 발매한 앨범 ‘세기의 여정’(Journey through a Century·BIS레이블)이 영국 그라모폰 올해의 음반(RECORDINGS 2021 OF THE YEAR)에 선정됐다. 한국 연주자의 앨범이 디지털 특별호를 통해 올해의 음반에 선정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박수예의 소속사인 목프로덕션은 ‘세기의 여정’이 그라모폰 12월호 디지털 스페셜 올해의 음반에 뽑혀 잡지 표지를 장식했다고 22일 밝혔다.

클래식 음반 관련 세계적으로 가장 권위 있는 매거진인 그라모폰은 가을에 열리는 그라모폰 어워드와 별개로 매해 연말 정기적으로 디지털 특별호를 통해 청취 및 리뷰 부문의 올해의 음반을 선정하고 있다.

바이올리니스트 박수예의 앨범 ‘세기의 여정’이 영국 그라모폰 올해의 음반에 선정돼 디지털 특별호의 잡지표지를 장식했다. 사진=목프로덕션
박수예의 ‘세기의 여정’이 9월 그라모폰 이달의 음반으로 선정된데 이어, 이번 특별호에서 다시 올해의 음반에 뽑힌 것은 2021년도에 발매된 음반들 중 최고라는 의미를 갖는다. 디지털 특별호의 커버를 장식하면서 안드라스 쉬프, 레이프 오베 안스네스, 이고르 레비트 등 세계적 거장의 음반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세기의 여정’은 박수예의 세 번째 음반이다. 레거의 ‘전주곡과 푸가’(2008)부터 펜데레츠키의 ‘카프리치오’(1909)까지 20세기 바이올린 솔로를 위한 작품들로 구성됐다. 폭넓은 표현력과 초절 기교 그리고 극도의 긴장감을 유지하며 완성된 완벽한 기술과 성숙한 연주를 보여주고 있다.

대구에서 태어나 4세에 바이올린을 시작한 박수예는 2009년 아홉살 때 독일로 건너가 스웨덴 출신의 거장 울프 발린의 유일한 제자로 가르침을 받고 있다. 2016년 베를린 한스 아이슬러 국립음대 기악과 최연소 학생으로 입학해 현재 석사과정을 밟고 있다.

바이올리니스트 박수예의 앨범 ‘세기의 여정’이 영국 그라모폰 올해의 음반(RECORDINGS 2021 OF THE YEAR)에 선정됐다. 사진=목프로덕션
박수예는 ‘콩쿠르에 참가하지 않는’ 아티스트다. 스승 울프 발린의 조언을 충실히 따라 경연은 배제하고 오로지 연주와 음반활동에 집중하고 있다. 보수적이고 까다로운 세계적 클래식 음반사 BIS가 박수예의 파가니니 카프리스 전곡 연주를 듣고 바로 음반 계약을 제시한 것은 유명한 일화다. 또한 코로나 상황 때문에 현재 미뤄지고 있으나 구스타프 두다멜은 박수예의 연주를 듣고 그 자리에서 프로코피예프 바이올린 협주곡 레코딩을 제안하기도 했다.

박수예는 올 8월 서울시향 정기공연에 협연자로 오르는 동시에 윤이상 바이올린 협주곡 3번을 함께 녹음했다. 12월에는 코리안 심포니가 운영하는 인터내셔널 코리안 심포니 오케스트라 아카데미와 모차르트 바이올린 협주곡 5번을 협연했으며 내년에는 한국에서 다수의 협연과 독주회 무대가 예정돼 있다.

저작권자 © 데일리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