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과 포핸즈로 연주한 2곡 등 모두 30곡 수록한 ‘원더월드’ 발매

한국계 독일인 피아니스트 지나 앨리스가 ‘랑랑의 아내’라는 꼬리표를 살짝 떼고 첫 정규 앨범 ‘원더월드’를 발매했다. 지난 2일 온라인 쇼케이스에서 앨리스와 랑랑이 브람스 ‘헝가리 춤곡 5번’을 포핸즈로 연주하고 있다. 사진=유니버설뮤직코리아
[데일리한국 민병무 기자] “첫 앨범에 한국 동요 ‘엄마야 누나야’ ‘반달’도 넣었어요. 어렸을 적에 엄마가 많이 불러준 노래를 수록할 수 있어 행복합니다.”

한국계 독일인 피아니스트 지나 앨리스가 첫 정규 앨범 ‘Wonderworld(원더월드)’를 10일 발매했다. 누구나 듣기 편한 익숙하고 부드러운 선율부터 역량이 드러나는 강렬한 곡들까지 넣어 연주가로서의 폭넓은 스펙트럼을 보여주고 있다.

사실 지나 앨리스는 촉망받는 피아니스트였다. 프랑크푸르트 국립음대를 졸업했으며 거장들을 길러낸 것으로 잘 알려진 전설적인 피아니스트이자 교육자 개리 그라프먼에게 가르침을 받았다.

지난 2019년 세계적 피아니스트 랑랑과 결혼해 스포트라이트를 받았고, 올 1월 아들을 낳았다. 이번 음반은 ‘랑랑의 아내’ ‘엄마’라는 꼬리표를 살짝 떼고 ‘피아니스트 앨리스’의 모습을 그대로 드러내주는 음반이다.

앨범에는 모두 30곡을 담았다. 정통 클래식, 네오 클래식, 영화 OST, 동요, 민요, 발레 음악 등 다채롭게 구성했다.

한국 동요 ‘엄마야 누나야’ ‘반달’이 단연 눈길을 끈다. 지난 2일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린 온라인 쇼케이스에서 앨리스는 이 두 곡에 각별한 애정을 표시했다. 그는 “어렸을 때 엄마가 많이 불러줘 한국 동요에 친숙하다. 주로 불러주셨던 건 ‘산토끼’였지만”이라면서 “‘엄마야 누나야’는 따뜻함과 슬픔이 담긴 깊이 있는 곡이고, ‘반달’은 자연과 연결된 온화한 느낌으로 마치 온 세상을 안아주는 듯하다. 두 곡 모두 ‘원더월드’라는 타이틀에 잘 어울리는 곡들이다”고 설명했다.

한국계 독일인 피아니스트 지나 앨리스가 ‘랑랑의 아내’라는 꼬리표를 살짝 떼고 첫 정규 앨범 ‘원더월드’를 발매했다. 사진=유니버설뮤직코리아
그러면서 “아들에게 한국 동요를 자주 들려주고 있다. 앨범을 준비할 때 아이가 열심히 집중해 들으며 좋아했다. 나중에 더 많은 곡을 들려주겠다”며 “한국에 살고 있지는 않지만 매년 한국을 방문했고, 한국과 깊게 연결돼 있다는 것을 느낀다. 한국은 따뜻하고 친숙하며, 저에게 큰 의미를 준다. 이번에 한국 음악을 앨범에 수록할 수 있어 정말 행복하다”고 말했다.

또한 앨리스는 브람스의 ‘자장가’를 언급하며 “엄마가 되고 나니 자장가의 중요성과 힘을 알게 됐다. 앨범에는 자장가 같은 따뜻하고 온화한 곡들이 많다. 아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필요한 곡들이다”라며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인들이 앨범을 통해 자신만의 원더월드를 찾고 안정을 얻길 바란다”고 바람을 밝혔다.

남편 랑랑과 함께 포핸즈(1대의 피아노를 2명의 피아니스트가 동시에 함께 연주하는 것)로 선보인 브람스 ‘헝가리 춤곡 5번’과 ‘왈츠 15번’도 기대를 모은다. 앨리스는 “저는 정말 복 받은 사람이다. 저의 우상이 매일 곁에 있어 행복하다. 앨범을 준비할 때 랑랑은 매일 스튜디오를 방문해 도와주고 응원해줬다”고 밝혀 찰떡 케미를 자랑했다.

이밖에도 슈만의 ‘트로이메라이’, 사티의 ‘짐노페디 1번’, 드뷔시의 ‘달빛’, 리스트의 ‘위안’과 같은 따뜻하고 편안한 선율을 대거 수록했다. 그는 “이번 앨범이 듣는 모든 사람들에게 일종의 오아시스이자 삶을 돌아보게 만드는 휴식의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앨리스는 랑랑의 이름에 묻혔지만 내일이 기대되는 피아니스트였다. 1994년 독일에서 한국인 어머니와 독일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났다. 4세 때부터 피아노를 연주하기 시작해 7세가 되던 해에 대중 앞에서 공식적인 첫 공연을 마쳤고, 이듬해에는 스타인웨이가 주최한 프랑크푸르트의 콘서트 무대에 올랐다.

17세가 되던 해에는 베를린 도이치 교향악단과 함께 모든 표를 매진시키며 성황리에 베를린 필하모니에 공연을 마쳤고, 2016년 독일 루르 피아노 페스티벌 리사이틀에서도 큰 성공을 거두어 주최 측에 의해 음원으로도 발표되는 등 연주가로서의 내공을 쌓았다.

앨리스는 ‘원더월드’ 발매와 동시에 연말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싱글 ‘Jazz Fantasy on Mozart’도 따로 발표했다. 올 겨울 우리의 귀를 풍성하게 채워 줄 선물인 셈이다. 내년 2월엔 랑랑과 함께 내한해 한국 팬들과의 만남을 가질 예정이다.

저작권자 © 데일리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