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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상에! 오페라가 이렇게 재미있네”...귀호강 이끌어주는 ‘오페라 인문학’
  • 기자민병무 기자 min66@hankooki.com 승인시간승인 2021.11.17 13:11
바리톤 박경준 신간 출간...‘아는 만큼 보이는 감상법’ 친절해설
  • 바리톤 박경준이 아는 만큼 보이는 오페라 감상법을 친절하게 해설한 ‘오페라 인문학’을 출간했다. 사진=마음의숲
[데일리한국 민병무 기자] “중국을 배경으로 한 ‘투란도트’는 자코모 푸치니(1858~1924)가 죽은 지 2년 뒤에 밀라노의 라스칼라극장 무대에 올려졌다. 후두암을 앓았던 푸치니는 끝내 작품을 완성하지 못하고 숨졌다. 그래서 후배 작곡가 프랑코 알파노가 나머지 부분을 완성했다. 관객 모두는 푸치니의 죽음을 애도하기 위해 검은 복장으로 공연을 관람했다. 생전에 푸치니와 친교가 있던 명지휘자 아르투로 토스카니니(1867~1957)가 열성적으로 오페라를 지휘하던 중, 3막 ‘류’가 숨을 거두는 장면에서 갑자기 뒤로 돌아섰다. 그리고는 관객을 향해 “마에스트로가 쓴 오페라는 여기까지입니다”라고 정중히 선언한 후, 지휘봉을 놓고 무대에서 내려갔다. 푸치니의 별세를 진심으로 추모하기 위한 퍼포먼스였다. 그날 공연은 여기서 끝났지만 그 누구도 불평을 터뜨리지 않았다. 이 일은 오페라 역사상 가장 감동적인 일화가 됐다. 다음날 공연에서는 알파노가 추가로 작곡한 부분까지 모두 연주됐다.”

오페라는 인간의 폭넓은 지혜와 찬란한 예지가 창조할 수 있는 가장 웅대하고 귀중한 예술이다. 하지만 여러 장르가 결합한 오페라를 제대로 감상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어렵고 길고 지루하다는 생각 탓이다. 국내 공연예술 시장의 규모가 전반적으로 확대되고 있지만 뮤지컬과 다르게 오페라는 여전히 정체돼 있다. 고루한 고전 예술이자 소수를 위한 전유물이라는 선입견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떻게 감상해야 하는지 방법만 제대로 안다면 오페라는 그 어떤 예술보다 쉽고 재미있고 감동적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오페라 감상의 핵심은 작품의 시대 배경과 스토리를 파악하고, 그것이 극 중에서 음악적·문학적·연극적으로 어떻게 표현해내는가를 관찰하는 것이다. 그래서 오페라를 ‘아는 만큼 보이는 장르’라고 한다.

세계 최정상 바리톤 박경준이 ‘피가로의 결혼’부터 ‘투란도트’까지 명작 오페라 11편의 시대 배경과 역사, 문화, 작곡가들의 사상, 음악사의 조류 등 오페라의 모든 핵심을 담은 책을 출간했다. ‘오페라 인문학’(마음의숲·492쪽·2만7000원)에는 작품의 등장인물 소개와 스토리, 아리아 감상법을 인문학적 시각으로 쉽게 풀어냈다. 또한 귀족사회의 부조리와 모순에 저항하며 싸워온 작곡가와 대본 작가의 일대기를 통해 오페라가 어떻게 변화됐는지 그 과정까지 엿볼 수 있다. 위에 예를 든 ‘토스카니니의 깜짝 퇴장’ 이야기를 미리 알고 ‘투란도트’를 감상하면 오페라가 더 재미있고 즐거워지리라.

  • 바리톤 박경준이 아는 만큼 보이는 오페라 감상법을 친절하게 해설한 ‘오페라 인문학’을 출간했다. 사진=데일리한국 DB
이 책을 통해 입문자들은 오페라와 금세 친숙해질 것이고 마니아들은 성악가가 들려주는 화려한 아리아에 눈시울을 적시며 감동받을 것이다. 영화, 연극, 발레 등 일반 연주 공연에서 느껴보지 못한 매혹적인 몰입까지 경험할 것이다. 오페라는 신이 인류에게 내려준 아름답고 화려한 선물이라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

궁정 행사의 눈요깃거리에서 시작한 오페라가 오늘날 종합예술의 결정판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던 것은 당시 현실과 타협하지 않은 음악가들의 저항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래서 베르디, 바그너, 푸치니 등의 작품 속에는 당시 사회의 모순과 변화를 예술적으로 승화하기 위해 노력한 피와 땀이 담겨 있다. 시대에 맞게 작품을 재창조하고 재해석할 수 있었던 것은 이들의 노고가 있었기 때문이다. ‘돈 조반니’ ‘리골레토’ ‘라 트라비아타’ 등 우리가 고전으로 부르는 작품들은 과거에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니다. 꾸준히 재해석되고 재창조되고 있는 현재진행형 작품들이다.

오페라의 원작이 되는 희극의 탄생 배경, 신화 이야기 등 저자의 명쾌하고 흥미로운 해설을 따라가다 보면, 오페라의 역사와 더불어 세계사·문화사까지 공부할 수 있다. ‘피가로의 결혼’을 통해 프랑스혁명을, ‘탄호이저’를 통해 드레스덴혁명을, ‘카르멘’을 통해 팜므파탈의 의미를 이해할 수 있다. 또한 각 작품 속 주인공이 표현하는 흥미진진한 사랑 이야기, 무대 배경 이야기, 역사책에서조차 소개되지 않았던 작곡가들의 비하인드 스토리 등은 또 다른 호기심을 자극한다.

오페라의 꽃은 ‘아리아’다. ‘카르멘’의 ‘하바네라’, ‘돈 조반니’의 ‘카탈로그의 노래’, ‘토스카’의 ‘노래에 살고 사랑에 살고’ 등은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을 법한 유명한 노래다. 그런데 이런 아리아는 단순히 음악적 아름다움이나 극의 내용만을 담고 있는 것은 아니다. 작가의 해석과 노래하는 배우의 감정에 따라 시대상과 가치관이 표현된다. 이 책은 각 장 끝에 서곡 및 주요 아리아만 따로 분석했다. 배우는 어떤 심정으로 노래해야 하며 청중은 어떻게 감상해야 하는지 자세히 알려준다.

박경준은 “오페라 공연을 할 때마다 인물과 작곡가가 그려낸 세계에 빠진다. 그렇기에 늘 아쉬움을 느낀다. 각 작품 안에 있는 인문학적·사회문화적 의미와 맥락을 좀 더 깊이 있게 파악할 수 있다면, 더욱 아름답게 작품을 해석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 때문이다”라며 “이 책을 통해 독자들에게 오페라의 매혹을 다양하게 해석해주고 싶었다. 또한 나 자신이 이와 같은 성찰을 통해 지금까지 노래하고 연기했던 역할들을 더 깊이 이해하고 새롭게 인물을 창조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저자 박경준은 서울대 성악과를 거쳐 프랑스 파리 사범고등음악원 최고연주자과정, 이탈리아 베르디음악원 오페라과 및 예술가곡과, 로마 A.M.I 국제아카데미 지휘과와 뮤지컬과를 졸업했다. 대한민국오페라대상 남자주역상, 중앙일보콩쿠르, KBS신인음악콩쿠르, 베르디국제콩쿠르, 도니체티오페라콩쿠르 등 국내외의 권위 있는 17개 콩쿠르에서 우승했다.

풍부한 성량과 압도적인 무대장악력으로 세계 50여 곳의 극장에서 26편의 오페라 300여 회의 주역을 맡았다. 문화부장관상 및 이탈리아 대통령 메달을 수상했으며 이탈리아 에르바(ERBA)국립음악학교 교수와 영산콘서바토리 오페라과 주임교수를 역임했다. 오페라의 대중화와 한국 오페라의 발전을 위해 국내 최초 클래식 전문 스마트 매거진 ‘박경준의 스테이지’를 발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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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2021/11/17 13:11:25 수정시간 : 2021/11/17 13:37: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