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4분, 15세 관람가, 10월 17일 개봉

영화 '버티고' 언론시사회 현장(사진=김윤서)
[데일리한국 부소정 객원 기자] 18년 만에 완성된 영화 ‘버티고’는 가을 감성으로 극장가를 물들일 준비를 마쳤다. 위태로운 30대 직장인 여성을 그린 ‘버티고’의 천우희는 이 시대 현대인들의 깊은 공감에 대한 자신감을 나타냈다.

11일 오후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는 영화 ‘버티고’ 언론 시사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는 전계수 감독과 천우희, 유태오, 정재광 배우 등 출연진들이 참석했다.

‘버티고’는 현기증 나는 일상, 고층빌딩 사무실에서 위태롭게 버티던 서영(천우희 분)이 창밖의 로프공 관우(정재광)와 마주하게 되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로맨틱 코미디 영화 ‘러브픽션’으로 깊은 인상을 남긴 전계수 감독의 신작이다.

전계수 감독, 영화 '버티고' 언론시사회 현장(사진=김윤서)
영화 제목인 ‘버티고’는 어떤 의미일까. 전계수 감독은 “영어로 ‘버티고’는 현기증이란 뜻도 있고, 비행용어로 회전할 때 감각을 상실하는 ‘비행착각’을 뜻하기도 한다”면서 “서영이 현기증 증상을 갖고 있지만, 그 증상 자체를 버티고 있다는 중의적으로 뜻으로 해석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전 감독은 “3년 동안 직장생활을 했는데, 그때 느낀 감정을 시나리오에 담았다. 일본에서 다닌 직장생활의 주변 인물들과 공간을 그대로 영화에 재현했다”면서 “고층빌딩이 영화의 메인”이라고 강조했다.

영화 '버티고' 언론시사회 현장(사진=김윤서)
그는 “고층빌딩 안에서 물고기처럼 살아가는 이야기를 담고 싶었다”면서, “고층빌딩의 수직선은 남성적 프레임이다. 두꺼운 외벽으로 고립되고 가부장적 질서 안에서 계약직이라는 위태로운 신분을 갖고 살아가는 현대 여성 이야기를 담으려 했다”고 제작 의도를 밝혔다.

자전적 이야기지만, 여성 캐릭터로 바꾼 이유에 대해서는 “여주인공 서영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시선 자체가 섬세하길 바랐다”며, “직장 여성들의 마음의 무늬가 어떨지 궁금했다. 여성의 시선에서 봐야 좀 더 보편적이고 설득력 있을 것 같았다”고 이유를 드러냈다.

천우희 배우, 영화 '버티고' 언론시사회 현장(사진=김윤서)
영화 ‘한공주’로 강렬하게 데뷔한 천우희는 극 중 서른 살 디자이너 서영을 연기한다. 그는 “비슷한 또래들의 이야기에 공감을 했다. 특히 마지막 대사를 보고 크게 공감해 출연을 결정했다. 내가 느낀 것처럼, 다른 분들에게 위로와 희망을 주고 싶었다”고 말해 기대를 더했다.

그는 “서영이란 한 인물 이야기지만, 가족, 연애, 사회생활 등 여러 관계들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줄에 하나씩 매달린 관계들이 영화가 진행되면서 하나하나 툭툭 끊기면서 낙하하는 것 같았다. 그것이 오히려 전혀 연줄이 없는 누군가에게 구원받는 느낌이 들었다”고 영화에 대해 분석했다.

천우희 배우, 영화 '버티고' 언론시사회 현장(사진=김윤서)
JTBC 드라마 ‘멜로가 체질’에서는 밝은 청춘을, ‘버티고’에서는 어두운 청춘을 연기한다. 이에 대한 질문에 그는 “둘 다 30대 여성이고, 판타지적인 요소가 있지만, 제 또래이기 때문에 더 가깝게 공감할 수 있고 가깝게 표현하려 했다”면서 “직장 생활하는 친구들의 조언을 많이 구했고, 현실적으로 보이려고 애썼고, 극한 감정들을 계속 쌓아가야 하다 보니 감정선 연기하는데 집중하려고 했다”고 남다른 노력을 쏟은 점을 강조했다.

유태오 배우, 영화 '버티고' 언론시사회 현장(사진=김윤서)
비밀을 간직한 서영의 연인이자 직장상사 진수 역의 유태오는 “캐릭터 분석을 위해 진수라는 캐릭터가 어떻게 자랐고, 어떤 자유를 가지고 자랐는지 등을 이력서를 쓰면서 정리했다”고 말해 시선을 끌었다.

7년 전 전계수 감독의 전작 ‘러브픽션’에도 단역으로 출연했던 그는 “전계수 감독의 두 번째 작품에서 주연이 됐다. 정말 영광이다”라 운을 뗐다. “평소 멜로를 좋아한다. 평소에도 천우희와 멜로 연기를 해보고 싶었는데 현실이 됐다”면서 “이 영화를 계기로 제가 좋아하는 감수성을 보여드릴 수 있었기 때문에 '성장'했다고 생각한다”고 자평했다.

정재광 배우, 영화 '버티고' 언론시사회 현장(사진=김윤서)
서영에게 힘이 돼 주는 로프수리공 관우 역을 맡은 신예 정재광은 “관우는 삶의 의지가 담긴 천사라고 해석했다. 천사라 생각하고 레퍼런스를 감독님과 천우희 배우와 함께 만들어갔다”면서 관우의 매력 포인트는 “창밖에서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지점”이라고 꼽았다.

2016년 제 42회 서울독립영화제에서 ‘수난이대’로 독립스타상을 받고 주목받은 정재광에서 ‘버키고’는 첫 데뷔 상업영화다. 그는 이 캐릭터를 소화하기 위해 소방훈련 자격증도 땄다.

영화 '버티고' 스틸((주)트리플픽쳐스 제공)
‘버티고’는 전 감독이 “일반적인 영화처럼 서사의 단단함에 기대는 작품은 아니다”라고 말한 것처럼 특별한 사건 없이 영화가 흘러간다. “감각을 상실한 여성과 현대의 현대인이 생의 감각을 회복하는 과정이다. 그 감각을 내면화했을 때 감정의 무늬들을 사운드와 미장센으로 담는 데 신경썼다”고 짚었다.

전감독은 “영화에서 날짜와 날씨가 굉장히 중요하다”며 “자막으로 등장하는 날씨는 그날 하루에 대한 예보이자, 서영이 가지고 있는 감정이기도 하다. 총 17번 나오는데 17개의 다른 챕터를 가지고 있는 이야기처럼 봐주셨으면 좋겠다”라고 당부했다.

영화 '버티고' 포스터((주)트리플픽쳐스 제공)
그는 “희망이 사라졌다고 생각하는 순간, 의외의 곳에서 돌연한 위로를 받게 되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또 결국 모든 것을 잃었다고 생각할 때 삶의 지속시키는 무언가를 담으려 했다”면서 극도의 클로즈업도 잘 소화해낸 ‘천우희 파워’를 기대해도 좋다고 자부심을 보였다.

‘버티고’는 오는 17일, 15세 관람가로 개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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