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11일 나란히 개봉

영화 ‘타짜: 원 아이드 잭’, ‘나쁜 녀석들: 더 무비’, ‘힘을 내요, 미스터 리’ 포스터(네이버 영화 제공)
[데일리한국 부소정 객원기자] 추석연휴를 하루 앞두고 한국 영화 세 편이 나란히 개봉했다. ‘타짜: 원 아이드 잭’(제공/배급 롯데엔터테인먼트·싸이더스, 감독/각본 권오광), ‘나쁜 녀석들: 더 무비’(제공/배급: CJ엔터테인먼트, 감독 손용호), ‘힘을 내요, 미스터 리’(제공/배급: NEW, 감독 이계벽)가 그 주인공이다. 세 편은 장르는 다르지만, 모두 ‘오락영화’라는 점에서 공통적이다. 삶이 팍팍하게 느껴질수록 가볍고 통쾌한 오락, 코미디 영화가 대세가 된다.

이번 추석 연휴에는 사극이나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를 찾아볼 수 없다. ‘사도’(2015), ‘밀정’(2016), ‘남한산성’(2017), ‘물괴’, ‘안시성’. ‘명당’(2018) 등 매년 추석에는 가족 모두가 볼 수 있는 사극이나 역사적 사건을 배경으로 한 시대극들이 고정적으로 개봉해왔다. 하지만 올해는 이런 장르의 영화들은 전무한 상태다.역대 추석 연휴에 가장 흥행한 영화는 '관상'(2013)이다. 하지만 913만 명으로 아깝게 천만 영화에 도달하진 못했다. 추석 연휴를 끼고 천만 명을 돌파한 영화는 ‘광해, 왕이 된 남자’(2012)가 유일하다. 이후 많은 시대극들이 추석에 개봉을 하고 관을 늘여 상영했지만, 천만에는 턱 없이 모자란 수치를 기록했다.

이런 추세라면 ‘추석 연휴는 극장가 대목’이란 말도 점점 구시대의 유물로 남게 될 것 같다. '극한직업', '어벤져스: 엔드게임', '알라딘', '기생충'에 이은, 올해 다섯 번째 '천만 관객 영화'가 추석 연휴에 나올지에 대한 전망 또한 매우 어둡다. 천만은커녕 손익분기점 넘기는 것도 어려워 보이는 상황이라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영화 ‘타짜: 원 아이드 잭’, ‘나쁜 녀석들: 더 무비’, ‘힘을 내요, 미스터 리’ 제작보고회 현장(사진=김윤서, 이수경)
올해 추석 한국 영화 3편은 범죄, 액션, 코미디로 축약된다. 새로움은 거의 찾아볼 수 없지만, 취향 따라 선택할 수 있다. 시리즈물이나 원작이 있는 작품은 기본 줄거리나 패턴은 이미 알고 있는 상태로, 얼마나 영화적으로 색을 잘 입혔는가가 관건이 된다. 휴먼코미디도 주제 면에서 가족애나 휴머니즘을 미리 깔고 들어가기에 엄청난 반전을 기대하지 않게 된다.

짧아진 연휴 탓에 블록버스터 작품 개봉은 제작사들에겐 무리이고, 관객들 역시 휴식과 즐거움을 주는 영화를 찾게 되므로, 시의성이 함축된 영화보다는 오락성이 짙은 가벼운 영화들로 포진된 것으로 분석된다.

◇ ‘타짜: 원 아이드 잭’ (139분, 청소년관람불가)

영화 ‘타짜: 원 아이드 잭’ 캐릭터 포스터(네이버 영화 제공)
‘추석엔 타짜’라는 캐치프레이즈를 앞세워 시리즈물의 건재를 이어가는 ‘타짜: 원 아이드 잭’은 1편인 ‘타짜’(2006)와 2편 ‘타짜-신의 손’(2014)에 이은 시리즈의 세 번째 작품이다.

인생을 바꿀 기회의 카드 '원 아이드 잭'을 받고 모인 타짜들이 목숨을 건 한판에 올인하는 이야기다. 전설적인 타짜 짝귀의 아들 도일출(박정민 분)이 미스터리한 타짜 애꾸(류승범 분)를 만나 그가 설계한 판에 뛰어들면서 벌어지는 사건들을 다룬다. 이광수, 박보영 주연의 '돌연변이'(2015)로 호평을 받은 권오광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시리즈물이기에 기본 구성과 분위기는 유지하되, 소재나 구성적인 면에서 차별화를 시도했다. 우선 화투가 아닌 ‘포커’를 소재로 삼은 점이 가장 눈에 띈다. 전설의 타짜들처럼 혼자 하는 플레이가 아니라 팀플레이를 한다는 점도 흥미를 돋운다.

영화 ‘타짜: 원 아이드 잭’ 스틸(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박정민, 류승범, 이광수, 임지연, 최유화, 권해효 등이 열연한 각 캐릭터들의 개성과 능청스러움이 살아있어 보는 재미가 있다. 특히 류승범이 연기한 ‘애꾸’는 캐릭터와 카리스마 있는 연기가 맞아떨어져서 출연 분량이 많지 않음에도 깊은 인상을 남긴다.

주인공 ‘도일출’ 역의 박정민은 이 역을 위해 다이어트와 몸 관리를 해냈고, ‘까치’ 이광수도 노출을 마다하지 않은 연기로 혼신의 힘을 다했다. ‘영미’ 역의 임지연도 톡톡 튀는 연기를, ‘마돈나’ 역의 최유화도 신비로운 연기로 매력을 더했다. 무엇보다 배우들 모두가 포커의 달인으로 보이기 위해 경쟁적으로 카드 연습에 매진한 모습이 대역 없는 연기로 드러난다.

‘타짜: 원 아이드 잭’은 도박을 소재로 하고 노출 장면도 수위가 있기에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이다. 온 가족이 함께 보기 힘든 추석 영화라는 점이 흥행에 걸림돌이긴 하지만, 1, 2편의 명성을 이어 관객들에게 베팅 받게 될지 두고 볼 일이다.

◇ ‘나쁜 녀석들: 더 무비’ (114분, 15세 관람가)

영화 ‘나쁜 녀석들: 더 무비’ 캐릭터 포스터(네이버 영화 제공)
2014년 OCN에서 방송된 동명 드라마를 영화화한 ‘나쁜 녀석들: 더 무비’는 드라마의 주요 캐스팅에 새로운 캐스팅의 조화로 일찌감치 화제가 된 작품이다. 마동석, 김상중 배우가 원작에 이어 그대로 출연하고, 김아중, 장기용이 새로운 인물로 기용됐다.

영화 ‘나쁜 녀석들: 더 무비’은 사상 초유의 호송차량 탈주 사건이 발생하고, 사라진 최악의 범죄자들을 잡기 위해 다시 한 번 뭉친 나쁜 녀석들의 거침없는 활약을 그린 범죄 오락 액션 영화다.

동명의 원작 드라마를 모티브 삼아 제작된 ‘나쁜 녀석들: 더 무비’는 원작의 세계관은 유지하면서도 업그레이드된 유머와 액션, 개성 강한 캐릭터들로 스크린 장악에 나선다. 하지만 원작 드라마의 틀을 그대로 유지해야 해서 그런지, 캐릭터들이 식상하고, 팀플레이가 완벽하게 이루어지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마치 개개인의 각개전투를 보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영화 ‘나쁜 녀석들: 더 무비’ 스틸(네이버 영화 제공)
범죄오락액션의 클리셰가 난무하는 영화지만, 통쾌한 오락 영화를 원하는 관객들에겐 적당한 선택이 될 것이다. 원작 자체에 즐거움을 느낀 관객이라면 기대와 실망을 동시에 느끼게 될 것으로 보이지만 말이다. 할리우드 마블 영화에 진출한 마동석의 변함없는 통쾌한 주먹과 뚝심 연기는 ‘역시 마동석’ 또는 ‘또 똑같은 마동석’으로 호불호가 나뉠 것으로 예상된다.

추석 연휴, 영화 ‘나쁜 녀석들: 더 무비’가 드라마의 흥행 바통을 이어받을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린다.

◇ ‘힘을 내요, 미스터 리’ (111분, 12세 관람가)

영화 ‘힘을 내요, 미스터 리’ 포스터(NEW 제공)
원조 코미디 왕 차승원이 코미디 영화를 선보인다. ‘선생 김봉두’, ‘광복절 특사’, ‘라이터를 켜라’, ‘신라의 달밤’ 등 차승원 표 코미디 영화를 좋아한 팬들이라면 쌍수를 들고 환영할 일이다. 차승원도 제작 발표회에서 ‘고향에 돌아온 느낌’이라고 말할 정도로 오랫동안 코미디 장르를 떠나 있었기 때문이다.

‘힘을 내요, 미스터 리’는 하루아침에 딸 벼락(엄채영 분)을 맞은 철수(차승원 분)가 자신의 미스터리한 정체를 찾아가면서 벌어지는 반전 코미디 영화다. 코미디 영화로만 1400만 관객을 동원한 차승원과 ‘럭키’로 700만 관객을 동원한 이계벽 감독이 의기투합한 작품으로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번 영화 역시 차승원의 전매특허 코믹 연기와 능청스러운 표정을 만날 수 있다. 어른 같은 딸 샛별과의 부녀 케미도 나쁘지 않다. 무엇보다 추석 연휴 기간에 온 가족이 함께 볼 수 있는 유일한 가족영화로, 웃음과 눈물을 동시에 주는 따뜻하고 착한 영화라는 점도 강점이다.

영화 ‘힘을 내요, 미스터 리’ 스틸(네이버 영화 제공)
하지만 코미디 영화에 대한 답습이라는 점에서 새롭거나 세련된 맛은 전혀 없어 아쉬움이 남는다. 웃음과 감동을 작정하고 주려다 보니 오히려 자연스럽지가 못하다. 차승원 코미디도 시대의 흐름을 반영하지 못한 채, 예전 그대로인 것처럼 보인다. 패밀리로 출연하는 박해준, 전혜빈, 김혜옥 등도 극에 완전하게 녹아들지 못한 채 겉도는 느낌이다. 조직 폭력배 두목을 연기한 김법래만이 신선한 웃음을 준다.

이런 아쉬움 속에서도 전직 소방관이었던 반전 스토리와 감동을 담아낸 휴먼 코미디 ‘힘을 내요 미스터 리’는 부성애와 가족애가 듬뿍 담긴 작품이란 점에서, 세대 차가 큰 가족들이 다 함께 볼 무난한 영화를 찾는다면, 좋은 선택지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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