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를 거슬러 이순신 장군의 백의종군 길 따라나선 종군기자 조진태 전 언론인

난중일기.
[데일리한국 심정선 기자] '난중일기' 7년의 기록을 토대로 과거속 이순신 장군을 '밀착취재'해 임진왜란 전개 과정을 펼쳐보인 '난중일기-종군기자의 시각으로 쓴 이순신의 7년전쟁'이 출간됐다. 르포 기사 형식을 빌린 담담한 서술이 우선 눈길을 끈다.

신문기자 출신의 저자 조진태 작가는 임진년(1592년) 정월부터 이순신 장군이 전사한 무술년(1598년) 11월까지 7년의 주요 사건을 월 단위로 77회에 걸쳐 마치 파노라마를 보듯이 그려낸다.

저자는 전라좌수영의 종군기자로 역사 속으로 숨어들어가 과거로의 시간여행에 나선다. 좌수영의 시각으로 전란을 해석하는 시도가 우선 새롭고도 돋보인다. 임진왜란 이후 드러나고 규명된 양 진영의 상황을 기계적으로 대입하지 않으면서 난중일기에 표현된 시점을 유지하면서 글을 펼쳐나가는 점도 단연 압권이다. 현재의 해석과 시차가 생기기도 하지만 그 정도는 이해할만 하다.

이를 위해 행장, 잡록 등 제3자의 문헌은 배제하고 이순신의 장계, 편지, 실록을 주축으로 작가의 상상력을 더해 당시 상황을 손에 잡힐 듯 재현해냈다.

이순신 장군의 일기에서 생략되거나 건너뛰는 날이 많았던 무술년의 경우는 류성룡의 징비록과 이순신의 조카 이분이 지은 행록을 참고했다고 저자는 밝히고 있다. 압송과 투옥기간 등 이순신 본인의 기록이 누락될 수 밖에 없던 공백기간인 정유년 1월부터 3월의 경우는 선조실록에 적힌 조정의 시점으로 이야기를 펼쳐나간 점도 눈에 띈다.

기존 난중일기를 다룬 책자와의 차별점은 이 책이 관찰보고서의 형식을 띠고 있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이 책을 읽다보면 전쟁이라는 틈바구니 속에서 수군 병사와 백성이 어떤 삶을 살아갔을지가 자연스레 머릿 속으로 그려지게 된다. 기존의 책자들이 역사, 군사적 해설서에 가깝거나 이순신장군이라는 영웅적 개인에만 매몰됐던 것과는 사뭇 다르다.

이 책은 이순신 장군이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영웅이 아니라는 점을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임진년 초기의 연전연승이나 노량해전, 한산도 대첩 등의 화려한 승리만 부각시키지 않은 점이 저자의 미덕인듯 싶다. 매일 매일 일상처럼 크고 작은 전투를 준비해온 여러 인물들이 역사속에서 부활하고 생명의 숨을 내쉬면서 오히려 이순신 장군의 진면목이 드러난다. '나홀로 영웅'이 아니라 병졸이나 백성과 함께 호흡하는 진정한 지도자로 이순신 장군이 거듭나는 순간이기도 하다.

조진태 작가는 서울대 철학과를 졸업하고, 세계일보 사회부, 국제부, 경제부에서 법원, 대검찰청과 대법원, 한국은행, 금융감독원 등을 출입했다. 이후 국회의원 보좌관과 디지털타임스 기자로 맹활약했다. 조진태 지음/368쪽/1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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