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15일까지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에서 공연

뮤지컬 '블루레인' 포스터(씨워너원 제공)
[데일리한국 부소정 기자] 러시아 대문호 도스토옙스키의 불후의 명작 중 하나인 ‘카라마조프의 형제들’을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한 뮤지컬 ‘블루레인’이 지난 9일 첫 선을 보였다. 2018년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DIMF)에서 처음 소개되며 호평 속에 창작뮤지컬 상을 거머쥔 ‘블루레인’은 일 년간 개발수정 기간을 거쳐 올해 DIMF의 공식 초청작이 됐고, 서울 본 공연도 실현됐다. ‘인터뷰’, ‘스모크’, ‘루드윅: 베토벤 더 피아노’ 등 창작뮤지컬에 자신만의 독특한 색깔과 브랜드를 구축한 추정화 연출의 신작이다.

뮤지컬 '블루레인' 프레스콜 현장(사진=김현주)
지난 13일 뮤지컬 ‘블루레인’(제작 씨워너원, 연출 추정화)의 프레스콜에서 추정화 연출은 “자본주의 안에서 자유 의지를 향한 인간의 모습을 그려내고 싶었다”며 작품 의도를 밝혔다.

이날 프레스콜에는 추정화 연출을 비롯해 최수명 프로듀서와 허수현 작곡가, 김병진 안무 감독 등의 제작·창작진과 이창희, 이주광, 임병근, 박유덕 등의 배우가 참석해 작품에 대한 얘기를 나눴다.

추 연출은 “원래 제목은 ‘브라더스’였지만 ‘브라더스 까라마조프’라는 작품이 먼저 공연돼 고민 속에 제목을 바꿨다”고 운을 뗐다.

그는 이어 “무대 자체를 어항으로 만들어 달라고 했다. 극 중 인물이 무대 위에서 어항을 내려다보면서 얘기하는데, 신도 우리 인간을 어항 속을 내려다보듯 지켜보지 않을까 생각한 것이 이 공연의 시발점"이라며 "어항 속의 파란 물을 ‘블루레인’이라 표현했다”고 제목 속 내포된 의미를 설명했다.

추정화 연출, 뮤지컬 '블루레인' 프레스콜 현장(사진=김현주)
추 연출은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을 처음 읽었을 때, ‘죄와 벌’과 같은 묵직한 물음을 계속 던진다고 느꼈고, ‘죄와 벌’보다 친부 살인이라는 사건이 명료해서 뮤지컬로 만들기 적합하다고 느꼈다"며 "고전을 그대로 보여주기 보다는 현대적으로 재해석하고 싶었고, 신 말고 사람들을 좌지우지하는 건 돈과 법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자본주의 한복판의 미국 한 가정을 작품의 배경으로 가져왔다”고 작품의 의도와 배경을 밝혔다.

이어 "예전에는 ‘사이코패스’라는 말을 찾기 어려웠지만, 요즘 범죄 사건을 보면 그 말이 통상적으로 쓰이고 있다. 인간이 어떻게 악해질 수 있는지 이 작품 안에 담아보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개발 과정에 대한 질문에 추 연출은 “가진 게 하나도 없이 만들어야 했다. 대저택 살인 사건을 무대화하려니 막막했고, 안무 선생님께 의자를 드릴 테니 안무를 짜달라고 했다”고 말했다.

뮤지컬 '블루레인' 시연 한 장면(사진=김현주)
김병진 안무 감독은 “의자 여섯 개로 표현해보자고 했을 때, 처음에는 난감했다. 그런데 갈수록 힘도 나고 신났다. 춤이 아닌 다른 안무를 짜보고 싶었기 때문에 굉장히 어려웠지만 재밌는 작업이었다”고 열정을 보였다.

김 안무감독은 “여섯 개의 의자를 자유자재로 이동하면서 무대를 꾸미는데 있어 어떻게 표현할까, 관객들이 어떻게 느끼게 만들까에 대한 깊은 고민을 했다”면서 “의자는 어항 안에서 헤엄치고 있는 인물 자신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의자가 매번 다른 방식과 위치에 놓이고 얽히고 변주된다. 인물이 내면과 진실에서 갈등하고 고통스러워하는 감정들을 의자를 통해 표현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뮤지컬 '블루레인' 시연 한 장면(사진=김현주)
무대에 대해 제작자 최수명 프로듀서도 “창작진에서 요청한 것은 단 하나다. 관객들이 공연을 보러 왔을 때, ‘무대에 왜 아무것도 없지?’하는 의구심을 갖게 만드는 것"이었다며 "무대를 설치미술과 접목시키기 위해 라이트박스와 키네틱으로 구성된 무대가 나왔고, 관객들이 무대가 비어있는데 에너지로 꽉 차 있다는 걸 느끼게 하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무대 뿐 아니라 긴장감 넘치는 넘버도 작품의 특징이다.

허수현 작곡가는 “방대한 드라마를 표현해야 하기 때문에 음악이 복잡하면 안 된다고 생각해 선율적으로 가고자 했다"며 "팝, 락 발라드, 세미클래식 등 여러 장르를 총망라 해 작품과 잘 어울려질 수 있도록 했고, 리프라이즈 기법을 많이 사용했다”고 전했다.

뮤지컬 '블루레인' 시연 한 장면(사진=김현주)
이날 30여 분의 시연을 통해 캐릭터들의 매력을 선보인 배우들도 각각 각오를 전했다. 친모가 남긴 신탁자금을 받기 위해 아버지를 찾아왔다가 살해사건의 용의자로 붙잡히는 ‘테오’ 역은 이창희와 이주광이, 아버지의 폭력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공부에 매진, 뉴욕 최고의 변호사가 된 ‘루크’ 역으로는 임병근과 박유덕이 각각 맡았다.

테오와 루크의 친부이지만, 친부라고 보이지 않는 ‘존 루키페르’는 김주호와 박송권이, 테오의 여자친구이자 불우한 환경을 딛고 가수의 꿈을 꾸는 ‘헤이든’ 역은 김려원과 최미소가, 가정부 ‘엠마’에는 한지연과 한유란, 하인 ‘사일런스’ 역에는 조환지, 임강성이 각각 캐스팅됐다.

좌로부터 이창희, 이주광, 임병근, 박유덕 배우, 뮤지컬 '블루레인' 주역들(사진=김현주)
뮤지컬 ‘바넘: 위대한 탄생’ 이후 1년 만에 무대에 오르는 이창희는 “대극장 공연만 하다 소극장은 오랜만이다. 휴식기를 오래 가졌는데, ‘블루레인’ 대본을 읽고 단번에 승낙했다"며 "대본부터 훌륭했고, 추정화 연출님과 함께 작업해 영광이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같은 배역을 맡은 이주광은 “감정의 소용돌이가 파도치는 것을 눈으로 직접 보실 수 있을 것”라면서 감정 연기를 기대하게 만들었다.

변호사 루크 역의 임병근은 “추정화 연출님의 작품을 몇 번 했는데, 안 힘든 작품이 없었다. 이번 작품도 각오를 많이 하고 시작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출연하는 것은 그만큼 매력적이기 때문”이라고 밝혀 웃음을 줬다.

무명가수 헤이든 역의 최미소는 “그동안 밝은 역을 많이 했는데, 이번 헤이든 역은 내겐 새로운 도전이다. 작품 곳곳에 숨어 있는 상징성을 찾아내는 재미가 남다르다”고 작품의 매력을 꼽았다.

회전문 관객 양성으로 유명한 추 연출의 신작이 이번에도 통할지 기대를 모은다. 뮤지컬 ‘블루레인’은 오는 9월 15일까지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에서 공연된다.

저작권자 © 데일리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