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한국 부소정 기자] 아름다운 시어는 오래도록 마음에서 맴돈다. 시어에 노래가 결합되면 그 울림의 파장은 더욱 커진다. 뮤지컬에서 시인의 생애를 다루면 시와 음악과 시인의 삶이 통째로 다가오기 때문에 실로 어마어마한 일이 아닐 수 없다. 2-3시간 남짓의 시간 동안 한 시대를 향유했던 시인과 작품과 시대상까지 알 수 있다는 것은 굉장한 경험이다.

그동안 윤동주, 백석, 이상, 기형도 등 국내 시인뿐 아니라 T.S 앨리엇, 랭보, 에드거 앨런 포 등 해외 시인을 다룬 작품들이 무대에 올랐다. 한아름 작가의 ‘윤동주, 달을 쏘다’, 박해림 작가의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는 시인의 생애와 시를 아름답게 결합해 심금을 울리는 뮤지컬로 유명하다. 추정화 작, 연출의 ‘스모크’와 ㈜라이브의 공모전 대표작 ‘팬레터’, 김연수의 원작소설을 무대화한 ‘굳빠이 이상’은 모두 시인 ‘이상’의 작품이나 생애를 모티브로 한 공연들이다.

올해도 ‘시인’의 생애를 다룬 뮤지컬들이 무대에 오른다. 시대와 나라는 다르지만, 시인의 생애와 작품을 만날 수 있다는 점에서 공통적이다. 그 중 대표적인 작품들을 소개한다.

◇뮤지컬 '난설' (7월 13일~8월 25일, 콘텐츠그라운드)

뮤지컬 '난설' 포스터(프로스랩 제공)
조선시대 최고의 여류시인으로 일본에까지 그 명성을 떨쳤던 '허난설헌(許蘭雪軒/본명 허초희(許楚姬)/1563~1589)’의 시(詩)가 뮤지컬로 다시 태어난다. 뮤지컬 '난설'(㈜콘텐츠플래닝)은 '홍길동전'으로 이름이 알려진 동생 '허균'의 시각에서 바라본 누나 '허초희'에 대한 이야기다.

8세부터 시를 짓기 시작해 조선 최고의 천재시인 허초희와 그녀의 시를 아끼던 허균, 허초희와 허균의 스승인 이달은 각자 삶의 소용돌이 속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상반된 시선으로 때론 갈등하면서도 문장가로서의 우정을 쌓는다.

뮤지컬 '난설' 시연 장면(사진=이승연)
이 뮤지컬은 허초희의 남동생 허균이 역모 죄로 처형되기 전날 밤의 그리운 기억으로부터 시작된다. 이 작품에서 그려진 허초희는 정제된 문장 속에 솔직하고 강직한 감정을 표현하는 천재시인이다. 허초희의 시를 세상에 알리고자 한 허균과 그녀의 재능을 한눈에 알아본 스승 이달은 허초희의 시와 생애를 입체적으로 만든다. 아름다운 시 구절 속에서 넘치는 기개와 힘은 후세 사람들에게도 큰 울림을 준다.

허초희 역으로는 정인지, 하현지, 허균 역에는 유현석, 백기범, 스승 이달 역에는 안재영, 유승현 출연한다. 창작뮤지컬 ‘난설’은 2019년 7월 13일부터 8월 25일까지 대학로 콘텐츠그라운드에서 만날 수 있다.

◇뮤지컬 '랭보' (9월 7일~12월 1일, 예스24스테이지 1관)

뮤지컬 '랭보' 포스터(로네뜨 제공)
뮤지컬 '랭보'(라이브㈜, ㈜더블케이필름앤씨어터)는 2016년 기획을 시작으로 ‘2017 공연 예술 창작 산실 올해의 신작’ 쇼케이스에 이어 2018년 첫 공연까지, 3년 간의 제작기간을 거친 창작뮤지컬이다. 초연 당시 대형 라이센스 뮤지컬 사이에서 총 누적 관객 3만명 동원, 30회차 이상 전석 매진 사례를 기록해 화제가 됐다. 개막 43일만에 한국과 중국에서 동시 공연하는 이례적인 행보로 최단 시간 해외진출 성과와 성공적인 글로벌 콘텐츠로 자리매김했다.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던 프랑스 문단의 천재 시인 ‘랭보’의 삶을 다룬 뮤지컬 '랭보'는 ‘시인의 왕’이라 불린 ‘베를렌느’ 그리고 ‘랭보’의 둘도 없는 친구 ‘들라에’의 여정을 통해 그들 기억 속 ‘랭보’에 대해 다루고 있다. 프랑스 상징주의를 대표하는 ‘랭보’와 ‘베를렌느’ 두 시인의 대표 작품들을 토대로 구성된 대사와 넘버는 감성적인 무대로 관객들의 압도적인 사랑을 받았다.

뮤지컬 '랭보'는 각자의 방식으로 자신들의 꿈을 찾아 떠나는 그들의 방랑 속에 진정한 행복이란 무엇인지, 영혼을 채워줄 인생의 의미란 무엇인지에 대해 질문을 던지게 만든다.

들라에의 시선에서 본 랭보는 모험적이고 진취적이며 매력적인 친구이다. 이미 성공한 중견 시인 베를렌느는 젊은 청년 랭보의 시에 대한 열정, 무모함, 규칙과 사회제도에 얽매지 않는 태도에 마음이 심하게 흔들린다.

'천재' 랭보는 자신만큼 과격하게 앞서가는 시를 쓰지 않는 베를렌느를 비난하고 떠나지만, 결국 '초록'이란 시를 통해 베를렌느의 시에 대한 숭고한 가치를 깨닫는다. '초록'이 랭보와 관객들의 마음에 녹아내리는 장면은 이 작품의 백미로, 이 장면만으로도 작품을 볼 가치가 있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뮤지컬 '랭보' 캐스팅 포스터(로네뜨 제공)
이번 시즌 랭보 역에 정동화, 백형훈, 윤소호, 베를렌느 역에 김재범, 에녹, 김종구, 정상윤, 들라에 역에 이용규, 백기범, 정의제, 강은일 등 막강 캐스팅으로 돌아와 관객들의 기다림을 충족시켜준다.

‘그리하여 나는 벗어난다. 세상 모든 것으로부터’(랭보 시 '영원' 중에서)라는 메인 카피부터 인상적인 뮤지컬 '랭보'는 오는 9월 7일부터 12월 1일까지 예스24스테이지 1관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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