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5분, 15세 관람가, 8월 7일 개봉

영화 '봉오동 전투' 언론시사회 현장(사진=이수경)
[데일리한국 부소정 기자] 일제강점기 역사에서 ‘첫 승리’를 다룬 영화 ‘봉오동 전투’(제작 빅스톤픽쳐스·더블유픽처스, 감독 원신연)가 8월 초 개봉을 앞두고 있다. 개봉 전, 29일 오후 서울 광진구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는 ‘봉오동 전투’ 언론시사회가 열렸다. 이번 시사회에는 원신연 감독과 유해진, 류준열, 조우진 배우가 참석했다.

영화 ‘나랏말싸미’가 역사 왜곡의 논란에 휩싸여 있는 중에 또 다른 역사 영화를 개봉한다는 것은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다. 더구나 이 영화에 대해 ‘국뽕 영화’가 아니냐는 일부 평들이 올라온 상태라 더욱 더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이날 언론시사회에서 감독과 배우들은 모두 입을 모아 뜨거운 마음으로 ‘진정성’ 있는 작품을 만들었다고 강조했다.

원신연 감독, 영화 '봉오동 전투' 언론시사회 현장(사진=이수경)
원신연 감독은 “시나리오부터 기획된 게 5~6년 이상 됐는데, 의도치 않게 반일감정이 고조된 시기에 개봉하게 됐다”고 운을 뗐다. “영화를 제작하려면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데, 이 시기가 올 것을 예상하고 만든 건 전혀 아니다. 다만 일제 감정기에 피해의 역사, 굴복의 역사만 있다는 것이 아니라, 저항의 역사, 항쟁의 역사가 있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작품 의도를 밝혔다.

역사 영화를 만들 경우, 픽션이 들어가 있더라도 기본적으로 철저한 고증 작업을 거쳐야 한다. 원 감독은 이에 대해 “사실 봉오동 전투는 일제가 의도적으로 축소시켰기 때문에 기록이 많이 남아있지 않다"며 "영화를 만들 때 엄청난 벽에 부딪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원 감독은 이어 "하지만 할 수 있는 한 모든 고증은 다 했다”면서 “독립신문 88호에 보면 봉오동 전투의 승리와 그 과정이 기록돼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시대정신에서 벗어나지 않는 한도 내에서 역사 왜곡 논란이 없도록 최선을 다했다"고 말한뒤 "철저히 하려고 애썼지만, 혹시나 비어 있는 부분이 있다면, 오히려 그런 부분이 영화를 계기로 드러나 더 알려졌으면 좋겠다”라는 소망도 언급했다.

실제로 영화 '봉오동 전투'에서는 엔딩 크레디트 전, 독립신문에서 '봉오동 전투'가 언급된 부분을 발췌해 보여주며, 고증ㅛ에 따랐다는 것을 분명하게 밝히기도 했다.

영화 '봉오동 전투' 캐릭터 포스터 모음((주)쇼박스 제공)
실제로 ‘봉오동 전투’는 국사책에 여섯 줄 정도로 가볍게 넘어간 ‘우리들이 잃어버린 역사’이기도 하다. 영화 속 독립군을 쫓는 월강추격대 대장 야스카와 지로는 “저들의 입으로 오늘을 기록하게 해선 안 된다”라는 대사를 내뱉기도 했다.

원 감독은 이 대사를 상기시키며 “청산리 전투처럼 대대적으로 기록돼 있지 않지만, 봉오동 전투는 첫 승리인 만큼 의미가 있다. 봉오동 전투 중에서도 협곡에서 승리가 있기 전에 그 골짜기까지 일본군들을 유인해온 이름 모를 독립군들의 희생을 생각해봤다. 우리 영화는 역사적 사실에 상상력을 더해서 그 유인 과정을 그렸다”고 설명해 자료가 없는 부분에는 ‘픽션’이 가미됐음을 강조했다.

영화 '봉오동 전투'는 일본군을 상대로 첫 승리를 쟁취하기까지 독립군의 투쟁과 숨은 이야기를 그린다. 항일대도를 휘두르는 마적 출신 독립군 ‘황해철(유해진 분)’, 냉철하고 빠르며, 비범한 사격 실력을 자랑하는 독립군 분대장 ‘이장하(류준열 분)’, 마적이면서 일본어에도 능통하고 명사수이기까지 한 ‘마병구(조우진 분)’이 주축이 돼, 99년 전 조국을 되찾기 위해 고군분투한 독립군의 모습을 그대로 재현한다.

유해진 배우, 영화 '봉오동 전투' 언론시사회 현장(사진=이수경)
영화 ‘말모이’에 이어 다시 항일 영화에 출연하게 된 황해철 역의 유해진은 “시나리오를 보고 끌리는 작품을 선택한다. 두 작품 모두 끌려서 한 것이지 역사영화나 항일영화만 하겠다고 의도한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는 “이 작품 하면서 엄청 뛰어다녔다. 감독과 배우들의 노력이 잘 드러나고, 영화를 통해 보여주려고 했던 부분이 잘 그려진 것 같다”고 만족감을 표했다.

칼을 능수능란하게 다루는 황해철 역의 준비 과정에 대해서는 “칼이 굉장히 무겁다. 기술을 따로 익힌 게 아니라서 기교나 테크닉은 없지만, 칼 휘두름에 감정을 실으려고 노력했다”고 노하우를 전하기도 했다.

류준열 배우, 영화 '봉오동 전투' 언론시사회 현장(사진=이수경)
영화의 또 다른 주축이 되는 이장하 역의 류준열은 “독립군 분들이 실제 열악한 환경에서 나라를 지키기 위해 애를 썼구나, 하는 마음에 촬영할 때마다 숙연해졌다. 또한 스태프를 비롯해 이 영화를 위해 수많은 분들이 얼마나 고생했는지 영화를 보면서 다시 느낄 수 있었다”고 소감을 말했다.

이장하 역을 준비함에 있어서도 “사격 훈련은 오래 준비했다. 캐릭터 상으로 다른 독립군들과는 달리 정규 훈련받은 군인이기 때문에 총 잡는 자세부터 차별화를 둬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남다른 노력을 전했다.

조우진 배우, 영화 '봉오동 전투' 언론시사회 현장(사진=이수경)
황해철의 오른팔인 마병구 역의 조우진 배우는 “이 영화는 단단한 돌 같다. 마구 짓밟히고 마구 던져지고, 마구 튕겨져서, 어디로 튈지 모르는 무게감의 돌, 묵직하면서도 뾰족한 돌말이다”라고영화를 돌에 비유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도적질로 먹고 사는 일에만 급급해온 마병구가 황해철을 만나면서 어떻게 변모했나. 황해철을 보면서 그는 성장해왔을 것이다. 계속 성장해가는 인물로 남으면 좋겠다”고 소망을 피력했다. “열정 ‘황해철’과 냉정 ‘이장하’ 사이에서 ‘트랜드 세터’ 같은 인물이 되면 어떨까 생각했다. 분명 그 당시에도 외형적으로 튀며, 날라리 같은, 심장 속에 자유로움이 넘치는 인물이 있지 않았을까?”라고 덧붙여 웃음을 자아냈다.

액션 준비에 대해서도 “생존이 달린 문제이므로, 어깨 너머로 어떻게든 배워서 소총을 잘 쏘려고 한 ‘마병구’와 한 몸 한 마음이 돼, 촬영 내내 칼이든 총이든 몸에 붙이고 다니려 노력했다”라고 눈물겨운 촬영 현장을 전하기도 했다.

세 주연 배우, 영화 '봉오동 전투' 언론시사회 현장(사진=이수경)
이 영화에서는 유해진의 아이디어로 ‘셀프 캠’을 활용해 촬영한 부분도 나온다. 이에 대해 원 감독은 “유해진 배우가 셀프 캠뿐 아니라 아이디어가 굉장히 많아 이것저것 제안을 많이 해 준다. 이번 셀프 캠도 적재적소에 활용해 아주 만족도가 높다. 유해진 배우한테 촬영기법을 배웠다”라고 말하며 치켜세웠다.

또한 주연배우들의 캐스팅에 대해서도 “생각보다 쉬웠다. 시나리오를 읽고 이름 모를 독립군 역을 꼭 해야겠다는 역사적 사명감이 세 배우를 모이게 한 것 같다”면서 “무엇보다 체력을 염두에 뒀는데, 세 배우 모두 체력이 어마어마해 만족스러웠다. 체력, 진정성, 마음이 통했다”고 자부심을 보였다.

일본군 캐스팅에 대해서도 “일본인 캐릭터는 일본 배우가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왔다. 영화 속 리얼리티와 숨결 때문이다. 하지만 캐스팅에 걱정이 많았다. 역사 실화에 일본인 배우라니, 하지만 조심스럽게 출연의사를 타진했는데, 많은 일본인 배우들이 지원해서 오히려 놀랐다”고 캐스팅 비하인드를 공개했다.

영화 '봉오동 전투' 독립군 포스터((주)쇼박스 제공)
마지막으로 영화를 보며 울컥한 순간에 대해서 유해진은 “‘어제 농민이었던 사람이 오늘의 독립군이 될 수 있다’라고 외치면서 마지막에 뛰어나갈 때”, 류준열은 “감독님께서 안전을 최고로 생각해서 큰 부상 없이 촬영을 마쳐 기쁘고, 먹지도 자지도 못한 상태에서 자신의 이익이 아니라 나라를 되찾으려는 의지에 울컥한다”라고 꼽았다. 조우진 배우는 “매 회차가 감동”이라면서 “봉오동 전투의 진정성을 위해서 한 마음 한 뜻으로 노력한 것 자체만으로 눈물이 핑 돌았다”라 회고했다.

원 감독은 “학교 다닐 때 역사 국사 공부 못했지만, 역사는 외우고 공부하는 게 아니라, 가슴으로 느끼는 것임을 이 영화를 촬영하면서 뼈저리게 느꼈다”면서 “어린 세대들이 침묵하지 말고 역사를 바로잡았으면 한다”는 소망도 조심스레 전했다.

영화 ‘봉오동 전투’는 8월 7일, 15세 관람가로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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