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反芻 반추상:1999-2004 작고미술인’전, 6월27~9월30일,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

비오는 날의 추상, 162×131㎝ 캔버스에 유채,1989
“난생처음 나는 땅을 팠다. 삽으로 땅 속 깊이 파 내려갔다. 그렇게 해서 드러난 잿빛의 모래 섞인 흙이 내겐 낯설다 못해 거의 으스스했다. 그 신비로운 무게에 놀랐다. 땅을 파면서 주변의 어떤 식물, 어떤 나무에도 속하지 않은 많은 뿌리들을 보았다. 그러니까 저 아래에는 지금까지 내가 몰랐던 신비로운 생명이 있었던 것이다.”<땅의 예찬(Lob der Erde), 한병철 지음, 안인희 옮김, 김영사 刊>

그림자-흙782,256×195㎝ 캔버스에 유채,1978
한국사회의 격동기였던 1969년 아폴로11호 달 착륙은 20대 김진석 작가에겐 회화적 고뇌와 존재론에 대한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온 듯하다. 이번 전시에서 ‘70년대 신예작가(新銳作家)’였던 그가 보여주는 우주와 대지에 주목한 장엄한 작품자료들이 그것을 말해준다.

김진석 화백(金鎭石,KIM JIN SUK,1946~2004)은 부산출생으로 홍익대 회화과 및 동 대학원 석사, 건국대대학원 미술교육석사 졸업했다. 75년 그로리치화랑에서 ‘반응(反應)’시리즈로 첫 개인전을 가졌고 79년 공간미술관전시에서 ‘그림자’연작으로 신선한 주목을 끌었다. 이 시기 두 평론가의 글은 ‘서양화가 김진석 작품세계’를 이해하는데 매우 의미심장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녹색공간-그림자802, 29회 국전(國展)대상작,1980
“작품 하나하나의 양상을 규정짓는 것은 ‘화면 위에 떨어뜨려진 계획된 점(點)의 배치’에 있다기보다는 오히려 그 점들을 긁어내는 손의 리듬에 달려 있지 않나 생각된다. 작품의 모든 밑 작업이 그 리듬에 의해 통합(統合)이 되고 일종의 구조화된 텍스추어로서의 회화작품을 낳게 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통합은 단순한 시각의 물질화의 차원을 넘어서 각 작품마다 독자적인 소우주로서의 자신의 구체적 현존(現存)을 주장하는 것을 가능케 한다.”<이일 미술평론가, 78>

화가 김진석(ARTIST KIM JIN SUK). 배화여고 교사(1975~80),전북대 교수(1984~2004)를 지냈다. 70~79년 오리진회화전(5~19회)에 참여했다.<사진제공: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 출처:김진석 팸플릿, 공간미술관, 1979>
“표현의 특수한 형식에 의해 생겨진 작은 흠집들과 흠집들의 둘레에서 생겨난 그림자는 기묘하게도 화면의 바깥으로 솟아나오는 것이기 보다는 내면으로 운동해가는 운동으로서 특수한 즉흥성을 지니고 있다. 그러니까 면 자체가 표현물이 되는 셈이다. 어떤 것을 표현하는 매체로서의 면면이 아니라 면 자체 고유한 성질을 가진 대상물로 변용시키는데 그의 독특한 방법정신이 있다. 흠집과 그림자는 어떤 물체와 빛과의 관계에서 드러난 것 아니라 물체와 빛이 바로 캔버스라고 하는 면(面)으로 환원되어진 것이다.”<오광수 미술평론가, 79>

◇8월22일부터 연계학술강연

한편 이번 ‘反芻 반추상:1999-2004 작고미술인’전시는 작고미술인 반추(反芻)시리즈 중 첫 번째 기획이다. △한국화=나상목, 박세원 △서양화=김상유, 김인승, 박성환, 변종하, 장발, 조병덕, 홍종명 △조소=김광진, 배형식, 전상범 △사진=정도선 △예술철학=조요한 △고고학=한병삼 △미술사=김종태, 김희대 △화랑=황현욱 등 미술인 40인 작품과 화집, 팸플릿, 사진 등 200여 점을 관람할 수 있다.

이와 함께 연계학술강연도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에서 진행된다. 8월22일=미술사학에서 작가론과 작품론의 위상(최열 미술평론가), 8월29일=변종하-형상과 질감으로 이야기하다(허나영 미술사가), 9월11일=황현욱-인공 화랑과 한국모더니즘미술(이준희 건국대 겸임교수), 9월18일=미학자 조요한-그의 삶과 예술철학(이인범 상명대 교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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