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가 안창홍‥‘화가의 심장’개인전, 6월30일까지, 아라리오갤러리 서울I삼청

이름도 없는…, 38×38㎝ oil on canvas, 2018~2019(each)
“넋이라도 돌아오라 넋이라도 돌아오라 구름에 싸여 오라 바람에 불려 오라/이신 신고 돌아오라 넋이여, 혼이여 넋이여, 혼이여”<순이삼촌, 현기영 지음, 창비>

전시장2층에 들어서면 무명씨(無名氏)의 얼굴들이 그려진 작은 캔버스들이 유장한 노래처럼 벽면에 자리한다. ‘이름도 없는…’, ‘마스크-눈 먼 자들’의 명제를 안고 제 각기 아픈 시간의 강물을 건너온, 어디선가 본 듯한 인상의 아저씨, 아줌마가 거친 붓 터치의 외침처럼 말문이 막힌 듯 어딘가를 하염없이 응시한다.

“단지 이름만 없는 이들이 아니라 존재자체가 묻혀버린 익명의 인물들”임을 강조한 화백의 말이 아니더라도 굴곡진 우리근현대사 현장서 바람처럼 스러져간 진혼(鎭魂)으로 느껴지는 것은 왜일까.

이 연작은 그의 ‘아리랑’ 담론 중 희망과 좌절 그리고 역사의 아픔 그 비탄의 소멸(Sad Evaporation)에 대한 우리민족의 이야기다. 그런가하면 눈동자가 없거나 붕대로 눈을 가린 채 무표정한 마스크얼굴은 적자생존의 자본사회서 성공과 실패, 부조리한 현실과 진실에 대한 물음을 상기시킨다.

(왼쪽)화가의 심장1, 300×220×60(d)㎝ Acrylic on FRP, 2019 (오른쪽)화가의 심장2, 138×138×150(h)㎝ Acrylic on FRP, Aluminum, 2019
그리고 이어지는 지하전시장. 가시에 둘러싸인 채 고통스럽게 피 흘리는 선홍색 심장은 시선을 확 빨아들일 듯 강렬하다. 그는 “동시대의 진통과 함께하는, 깨어있는 눈을 가진 화가의 삶 속에서 그린 작품만이 감동을 준다”라고 했다.

같은 맥락에서 전시명제 ‘화가’는 작가 자신임과 동시에 굴곡진 세상을 살아가는 소시민을 대변한다. 인형, 롤러, 붓, 물감튜브, 물감찌꺼기 등 쓰다 버린 물건들이 빽빽이 뒤엉킨 상태로 확대된 모양의 판 덩어리 중앙에 백골의 손이 걸려 있는 잿빛, 황금빛 속 ‘화가의 손’ 역시, 산다는 것의 굴레에 ‘화가의 심장’도 거기 함께 있음을 다시 각인한다.

(왼쪽)화가의 손2, 300×220×45(d)㎝ Imitation gold leaf on FRP, 2019 (오른쪽)화가의 손4, 184×130×29(d)㎝ Genuine gold leaf on FRP, 2019
◇지탱해주는 유일한 방식

화가 안창홍 40여 년 화업 근간엔 ‘삶의 미술’이 깔려있다. 산업화에서 와해된 가족사를 다룬 70년대 후반 ‘가족사진’, 눈을 감은 인물사진 위 그림을 덧그려 역사 속 개인의 비극을 다룬 ‘49인의 명상(2004)’, 소시민들의 누드 ‘베드 카우치(2009)’ 등의 연작들을 통해 줄곧 익명의 개인에게 투영된 역사 속 아픔과 소외문제를 독창적 작품세계로 조명해왔다.

화가의 심장, 130×130㎝ Chinese ink, drawing ink and acrylic on hardboard, 2018
이번 ‘화가의 심장(Heart of the Artist)’개인전은 지난 5월2일 오픈하여 6월30일까지 서울시 종로구 북촌로 ‘아라리오갤러리(ARARIO GALLERY)서울I삼청’에서 회화와 입체의 총26점으로 전시 중이다. 이어서 9월1일부터 경남도립미술관에서 초대개인전이 진행예정이다.

안창홍 화백 <사진=권동철>
안창홍(AHN CHANG HONG,1953~)작가는 경남밀양에서 출생했다. 76년 ‘안창홍-정복수’2인전(展)을 현대화랑(부산)에서 첫 발표하였다. 한강미술관, 샘터화랑, 금호미술관, 제10회 이인성미술상수상자초대전(대구문화예술센터), 제25회 이중섭미술상수상기념(조선일보미술관), 조현화랑 등에서 개인전을 가졌다.

또 현실과 발언 동인전(관훈미술관), 제1회 북경비엔날레, 한국현대미술100년(국립현대미술관), 코리안 랩소디-역사와 기억의 몽타주(삼성미술관 리움) 등 주요 단체전에 참여했다.

한편 전시장에서 인터뷰 한 화백에게 ‘화가의 길’에 대한 고견을 청했다 “내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이고 또 나의 재능을 가장 잘 표출할 수 있기도 하며 단 한 번도 싫증내 보지 않은 일이다. 나의 그림자이자 나를 지탱해주는 유일한,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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