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사위원 만장일치, 칸 영화제 진출 이후 19년 만에 이룬 쾌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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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한국 부소정 객원 기자]영화 ‘기생충’이 제 72회 칸 영화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다. 한국 영화 역사상 황금종려상 영예는 처음이라 봉준호 감독의 쾌거는 한국 영화계의 대기록으로 남게 됐다.

한국영화는 2000년 임권택 감독의 '춘향뎐'으로 칸 영화제 경쟁부문에 처음 진출한 이후, 19년 만에 최고상을 성취했다. 칸 영화제 본상 수상은 2010년 이창동 감독의 ‘시’(각본상) 이후 9년 만이다. 또한 세계 3대 영화제인 칸, 베를린, 베네치아 영화제에서 최고상을 받은 것은 2012년 김기덕 감독의 ‘피에타’가 베네치아 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받은 이후 7년 만이다.

이번 수상으로 한국 영화는 영화계의 위상이 높아지게 됐다. 그동안 칸 영화제에서 아무런 성과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2002년 임권택 감독의 ‘취화선’(감독상), 2004년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심사위원대상), 2007년 이창동 감독의 '밀양'(여우주연상(전도연)), 2009년 박찬욱 감독의 ‘박쥐’(심사위원상), 2010년 이창동 감독의 ‘시’(각본상) 등의 수상은 이어졌다.

그렇지만 여러 수상작을 냈음에도 불구하고 결정적인 한방이 부족한 상태였다. 봉 감독은 2006년 '괴물'로 감독주간에 초청되면서 칸 영화제와 첫 인연을 맺었다. 2008년과 2009년 '도쿄!'와 '마더'가 각각 '주목할만한 시선' 부문에 초청됐다. 2017년 넷플릭스 영화 '옥자'로 경쟁부문에 진출했고, '기생충'으로 두 번째로 경쟁부문에 이름을 올려 황금종려상의 영예를 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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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 감독의 '기생충'은 올해 칸 영화제에 초청된 쟁쟁한 경쟁작을 뚫고 이룬 성과라 더욱 의미가 크다. 칸 영화제 현장에서 '기생충'이 공개된 이후, 현지 호평이 쏟아지면서 여느 해보다 수상 기대치가 높았다. 작품성도 뛰어나고 블랙 코미디로 빈부격차 등의 사회적 문제를 짚어냈기 때문이다.

경쟁부문 심사위원장인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감독은 시상식 직후 기자회견에서 '기생충'에 대해 "재밌고 유머러스하며 따뜻한 영화"라고 평한 뒤, "우리는 정치적이거나 사회적인 이유로 수상작을 결정하지 않는다. 감독이 누구이고 어느 나라 영화인지도 중요하지 않다. 영화 그 자체로만 평가한다"고 강조했다.

영화 ‘기생충’은 쿠엔틴 타란티노의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 장 피에르·뤼크 다르덴의 '영 아메드', 페드로 알모도바르의 '페인 앤 글로리', 셀린 시아마의 '포트레이트 오브 어 레이디 온 파이어'등 21개의 쟁쟁한 작품 가운데 최고상으로 이름을 빛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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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 감독은 시상 소감에서 "영화감독을 꿈꾸던 어리숙한 12살 소년이 황금종려상 트로피를 만지게 된다니..."라고 감격에 젖어 말을 잠시 잇지 못했다. 그는 “프랑스 영화를 보면서 많은 영감을 얻는다”면서 “‘기생충’은 놀라운 모험이었다. 함께 해준 아티스트들이 있기 때문에 가능했다. 무엇보다 위대한 배우들이 없었다면 한 장면도 찍을 수 없었을 것이다”라고 배우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봉 감독이 ‘가장 위대한 배우이자 저의 동반자’라고 소개한 송강호는 “인내심과 슬기로움, 열정을 가르쳐주신 존경하는 대한민국 모든 배우께 이 영광을 바치겠다”라고 공을 돌렸다.

영화 '기생충' 포스터(엔드크레딧 제공)

영화 '기생충'은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황금종려상에 선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칸 영화제는 지난해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어느 가족'에 이어 올해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에 황금종려상 트로피를 건넸다. 이로써 2년 연속 아시아 영화가 황금종려상을 차지하게 됐다.

'기생충'은 전원 백수인 기택(송강호 분)네 장남 기우(최우식 분)가 박사장(이선균 분)네 고액 과외 선생이 되면서 일어나는 예기치 못한 사건을 다루는 블랙 코미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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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날 심사위원대상은 칸 영화제 최초로 흑인 여성 감독 마티 디옵('아틀란틱스')이 수상했으며, 심사위원상은 라즈 리('레 미제라블'), 클레버 멘돈사 필로('바쿠라우')가 공동 수상했다. 남우주연상은 안토니오 반데라스('페인 앤 글로리'), 여우주연상은 에밀리 비샴('리틀 조'), 감독상은 장 피에르·뤼크 다르덴('영 아메드'), 각본상은 셀린 시아마('포트레이트 오브 어 레이디 온 파이어')가 각각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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